-
사진뉴스
콩나물신문
1970.01.01
-
낮달 박선희 고개 들면 몇 발자국 건너에 없는 듯 있다 너를 들여다보려고 뒤꿈치를 물고 몸을 세우면 하얗게 놀라 뒷걸음치며 보일 듯 말 듯 구름에 묻혀 그늘이 된다 저 그늘 속에는 얼마나 많은, 날개 젖은 바람과 흐르지 못한 비를 품고 살고 있을까 고개 숙이고 앞서 걷는 뒷모습에이야기를 건넨다 눈 배웅을 따라 나온 발길이 휘청 어두워진다 너를 만나기 위해 너를 향해 웅크리고 있다 울퉁불퉁한 골목길 건너며 숨 가쁘게 지내온 날들꽃잎지고 눈물 고이고제 안으로 긴 그림자 풀어 놓고 무릎 접으며 스며든다 들리지 않는 빛으로 손 내밀면보이지
부천문인
박선희 조합원
2017.11.11 17:16
-
공모자 시(詩) | 박영녀 나는 안다어머니가 장롱 깊숙한 곳에서 매일 무언가를 꺼내 오빠에게 먹이는 것을그때 나는그것의 배후가 궁금했다어머니가 집을 비운 날여동생과 장롱을 뒤지기 시작했다곳곳에 꿀단지를 품고 있는 장롱이나프탈렌 냄새를 흘렸다 발뒤꿈치를 들어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선반 동생이 엎드린 등을 밟고 올랐다 몇 번씩 미끄러지며 겨우 잡은 둥근 통 플라스틱 통속에서 흔들리는 알약 얼른 꺼내 입에 넣고 동생 입속으로 넣어 주었던 몇 알고소하고 짭조름한 맛혀가 살살 녹는 시간 우리는 입을 싹싹 닦았다 어머니에게 처음 느낀 배신감
부천문인
콩나물신문 조합원
2017.10.14 17:44
-
갯 벌 신선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와 요동을 친다. 요양 차 고향에 내려서니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라는 작은 읍이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청정지역이라 펄 속에 사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천혜의 땅, 지명보다는 꼬막이라는 생물로 더 유명하다. 벌교는 내게 포근한 안식처이자 유년시절의 그리움이 탱글탱글 영글어 있는 곳이다.비릿하고 찐한 갯내음이 바닷바람에 실려 온몸을 휘감는다. 고향 냄새이자 엄마의 포근한 품속 냄새다. 드넓은 펄이 펼쳐지는 곳에 갯가를 따라 바닷물이 들고 난다. 펄을 보호하기라도 하듯
부천문인
콩나물신문 조합원
2017.10.06 18:53
-
무제 시 | 김민규(상원고 2학년) 그대가 없어진 그 순간 어쩌면 그리 슬프지 않았을지 몰라요 그대가 채워준 자리임을 알았을 때 그대가 내곁에 있어줬음을 알았을 때 그대만을 추억함을 알았을 때 그제서야 내 마음 한켠이 벌게지네요
부천문인
콩나물신문 조합원
2017.10.06 18:37
-
바람 부는 날엔 빨간 악어를 만나러 간다 이향숙 부천남부역 자유시장엔 빨간 원피스를 입은 악어가 산다 아홉 살 아이가 두리번두리번 뒤지던 골목 끝막걸리 소주 안주일절 따위가 빨간 고딕체로 유리창에 박힌대폿집 앞에선 아버지의 노랫소리 들린다 짧은 원피스의 언니가 빨간 손톱의 나이 든 악어가 나와단숨에 긴 송곳니로 아이의 목을 물고 흔들던휙! 바닥에 아이를 내던지고 늪의 문을 꽝! 닫던 선술집 반투명 유리창 안에선 작업복 차림의 아버지가돌아가는 삼각지에서 길 잃은 아버지가 앉아 있다바람은 차고 발목이 짧은 홑겹의 바지는 팔랑거린다 끊이
부천문인
이향숙
2017.09.01 20:45
-
꽃배 장롱 구석에 잠이 든 꽃신 한 켤레열두 폭 치마에 숨겨둔 붉은 연정여자로 떠나고 싶었던 그녀의 꽃배 그늘진 담벼락에 기대 선 초라한 포장마차십원짜리 풀빵 굽는 투박한 손등그 위로 떨어지는 오십촉 백열전구 앞에서뿌연 담배연기와 막걸리로 훈기와 수분을 더해사내의 손바닥 안에 계절과 상관없이 매화 난초가 피는 동안여자는 갈라진 발뒤꿈치 붉은 핏물로 꽃을 피웠다 시퍼런 바람이 꽃배를 흔들어대고사내가 화투장 속에 시간을 담는 동안의미를 잃은 계절들을 딛고 선 언 발일 년 열두 달남루한 버선 투박한 털신 속에 감춰둔장롱 속 꽃신 여자의
부천문인
임주희 시인
2017.08.18 01:58
-
이번달 탐방할 도시는 부천지속협 사무국이 직접 다녀왔습니다! 바로~ 역사가 살아숨쉬는 천년도시 교토에 위치해있는 입니다.교토는 1997년 12월에 “지구 온난화 방지 교토 회의[COP3]”가 열린 일본의 관서지방 도시로 이 회의에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죠. 교토의 미야코 에코로지센터는 바로! 2002년에 지어져 교토의 친환경 활동(환경학습과 환경보전활동)의 테두리를 넓혀주는 거점시설이랍니다.부천시에도 자연사박물관, 자원순환센터, 기후변화체험관 등 다양한 시설이 있는데요~ 이러한 활동을 한데 모은 교토의 미야
부천문인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2016.01.08 01:31
-
유니버설디자인 노르웨이 2025(Universally Designed by 2025)를 통해 누구에게나 접근가능한 노르웨이를 만든다! 이번달 탐방할 도시는 부천지속협의 삶의질위원회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주제인 “유니버셜 디자인”의 선진지! 노르웨이입니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말그대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지요. 아주 작은 0.1mm의 차이라도 모든 연령과 성별, 인종 등 모두에게 불편함없이 적용가능한 디자인을 말해요. 주로 유럽의 국가들(특히 북유럽 국가) 그리고 우리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일본이 유니버셜 디자인의 선진지로
부천문인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2016.01.08 01:10
-
‘2014 유럽그린수도‘ 최고 도시로 선정된 코펜하겐을 소개합니다. 코펜하겐은 북유럽 국가 덴마크의 수도입니다. 코펜하겐의 인구는 약 115만명으로 북유럽의 도시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입니다.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는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인데요. 코펜하겐은 세계적으로 쾌적한 도시로 인정받고 있고, 특히 교통과 관련해 ‘걷기좋은 도시’, ‘자전거타기 좋은 도시’로 불리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지요. 덴마크는 2025년 탄소중립도시(탄소배출량제로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대기오염을 줄이
부천문인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2015.11.28 17:23
-
콩나물신문의 자린고비 열전을 보면 생각나는 물건이 있었다. 그 첫번째는 가죽잠바,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함께한 가죽잠바로 족히 40년을 넘어 나에게 까지 온 물건이다. 크기 때문에 나는 대학교에 가서야 입어 볼 수 있었고 날씨가 쌀쌀해 지는 요즘 같은 가을날이면 즐겨입곤 했다. 요즘에 나오는 가죽잠바처럼 부드럽지는 않지만 그 질김과 강인함이 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의 물건이라 애지중지하며 가지고 있다가 작년 겨울 이후 가죽을 좀 더 아껴볼까해서 동네 세탁소에 가죽손질을 맞겼는데 가죽이 더 상했는지 더 빳빳해져 버렸다. 아끼는 마음에
부천문인
정문기 조합원
2015.10.30 10:51
-
지금은 이런 먹들을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개 먹물을 사서 글씨를 쓰기 때문입니다.한두 시간씩 먹을 갈아야 하니, 요즘 같은 바쁜 세상에서 먹을 갈아 쓰기는 점점 힘들어졌겠지요. 그래도 느리게 살던 시절에는 지필을 준비한 다음, 벼루에 먹을 갈면서 마음을 이완시키곤 했었는데요.가운데 맨 위에 있는 가장 작은 먹 조각이 가장 좋은 먹이었습니다. 30년 전쯤 어떤 지인이 선물해준 중국먹인데 그 향이 너무 좋아서 아끼고 아꼈지만 다 닳아 없어지고 토막으로 남았습니다. 같은 먹을 구해보려 했지만 다시는 만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상표조차
부천문인
유진생 조합원
2015.10.21 15:29
-
‘중국의 많은 인구가 동시에 쿵! 하고 뛰면 쿵! 하고 지구가 울린다’ 라는 농담을 들어보셨나요? ‘Earth Hour’(어스아워)는 이처럼 에너지 절약을 위해 ‘지구촌이 동시에’ 라는 개념을 도입한 캠페인이에요. 어스아워는 세계자연보호기금(WWF, World Wildlife Fund)이 주관하는 캠페인으로, 지구촌 전역에서 동시에 전등을 끄는 행사입니다.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되었어요.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부천문인
부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2015.10.09 01:32
-
부천에 아미산(蛾眉山)이 있다. 조선지지자료에 부천군 하오정면 여월리 아미산(蛾眉山)으로 못 박고 있다. 아미산은 성곡 뒷산에서 시작해서 여월초등학교 서쪽에 위치한 새경골, 도당동 백만송이장미원을 포함하고, 개롱지를 거쳐 안골 동북쪽에 걸쳐 있다. 그런데 부천 사람들은 아미산을 전혀 모른다. 지도에도 표시가 되어 있지도 않다. 성곡, 점말, 은데미 등지에서 살았던 토박이 분들만 안다. 아미산을 어렸을 때 자주 불렀던 곳이기 때문이다. 나무를 때던 시절에는 아미산에 올라 나무도 해오고 버섯도 따고 말벌집을 따오기도 했다. 이렇게 부천
부천문인
한도훈 조합원
2015.09.30 15:00
-
우리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개성에서 남하한 분이다. 금방 귀향할 거라고 예상하고 입은 옷 그대로 남하해서 영영 고향에 못 간 채 돌아가셨다.아버지는 고향에서 ‘송고직물’ 이라는 직조공장에 다니셨다고 했다. 그래서 남에서도 ‘송고라사’ 라는 양복지 도매상을 내셨다. 당시에는 경남모직이니 제일모직이니 하는 회사에서 만든 양복지와 양장지를 양복지 도매상에서 양복점과 양장점에 판매했다. 남성들은 양복점에 가서 각자 맞춤 양복을 만들고 여성들은 ‘ 양장점’ 에 가서 옷을 맞춰 입었다. 그러면 양복점과 양장점에서는 옷감을 끊어다 주문자의 취향
부천문인
임성애
2015.09.25 10:42
-
협동조합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지도 벌써 4~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협동조합은 사회적·문화적·경제적 목적 등을 가지고 조합원들이 출자하여 만든 사업체를 말합니다. 그래서 조합원들의 이익을 최우선을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AP통신, 알리안츠보험, 썬키스트, FC바로셀로나가 협동조합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오늘은 협동조합의 선진지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볼로냐로 떠나봅니다. 이탈리아 북부도시 볼로냐는 COOP(쿱)의 도시라고 불릴만큼 협동조합이 발달되어 있어요.협동조합이 300여 개에 이르고, 볼로냐 시민의 거의 100%에
부천문인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2015.09.07 23:25
-
어릴 적부터 나는 입던 옷, 쓰던 학용품과 장난감, 편지, 기념이 될 만한 티켓 등 무엇 하나 쉽게 버리지를 못했다.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물활론적 사고(모든 물질이 생명, 혼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자연관)에서 비롯된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측은지심 때문이랄까?그럼에도 망각이 내 기억과 추억을 걸러내는 것처럼 공간의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차마 버리고 비우지 못했던 것들을 꾸준히 걸러 오긴 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것들은 추억과 측은지심 이상의 또 다른 의미들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서른 중반을
부천문인
권미선 조합원
2015.09.07 15:26
-
꾸리찌바는 ‘생태도시’,‘녹색도시’하면 빠지지 않는 도시입니다. 브라질 파라나 주의 주도로,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우수 환경과 재생상’을 수상한, 유명한 도시입니다. 꾸리찌바는 편리한 교통체계, 충분한 녹지(전세계 녹지율 2위 도시), 복지정책 등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오늘은 이 중에 ‘쓰레기 처리와 재활용’에 대해 잠깐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쓰레기를 판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꾸리찌바는 쓰레기 수거방식이 독특합니다.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상에서 1m 정도 떨어진 거치대를 집 앞에 만들어 쓰레기를 올려놓게
부천문인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2015.09.04 02:39
-
추억을 생각하면 다들 앨범부터 뒤적인다.나도 추억의 한 부분을 앨범에서 뒤적이긴 하지만 사진이 모든걸 말해주진 않더라..그러나 나에겐 추억의 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는 보물상자가 있다.남들에게는 별거 아닌 것 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앨범과 견줄 수 없는 보물.모든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자식'과 '부모'이다.내겐 어느 것 하나 비교 할 수 없지만 그 두 가지가 같이 들어있는 보물상자가 있다.이곳에 정작 내 것은 없지만 다 내 것인 것. 바로 나의 두 아이들과 시부모님의 마지막 유품이다. 이곳에서 시시
부천문인
최은경 조합원
2015.08.20 14:59
-
1992년 11월, 나는 제대와(정식용어는 "소집해제"임) 함께 취미활동으로 등산을 하기로 했다. 몇 번 산을 다녀보니 더덕이나 잔대같은 약초도 캘수가 있고, 곰취나 당귀같은 나물도 뜯을 수가 있어 좋았다. 거기에 높은 산을 헤매고 다니면서 운동도 되고, 술 한잔은 덤이었다. 또 운발이 좋을 때는 함께 오르는 여성친구들도 사귈 수 있는 그야말로 일타삼피의 취미가 등산이었다.방위를 받으면서는 군복에 군화를 신고 다녔는데, 민간인신분이 되고 나니 그런 촌스런 복장은 내 자신도 쪽이 팔렸다. 그래서 수풀에서 나오는 뱀도 한방에 짓밟아
부천문인
이종명 조합원
2015.08.06 17:36
-
먼저 아버지께서 항상 옆에 두며 이용했던 물건, '재떨이'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어렸을때 아버지께서 담배를 꽤 즐겨 하셨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초등학교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구석에 처박혀 있던 물건을 십 여년 전에 찾아 제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혹 친구들이 왔을때 한두번씩 보여주면서 우리 아버지께서 사용하던 황동재떨이야 라고 말하면 친구들은 놀라곤 했지요.^^ 두번째 물건은 어머니께서 사용하던 멧돌입니다.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은 모르지만 현무암재질이며 조금만 보수하면 사용할 정도로 양호합니다. 나중에 멧돌로 갈은 콩국물에
부천문인
박상래 조합원
2015.07.22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