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식당 창업자를 위한 조언

어제와 오늘.
몇몇 지인들이 전화도 하고 식당을 찾아오기도 하였다.
그리고 내가 지금 운영하는 음식점 상황을 걱정하였다.

음~ 이곳에서 식당을 꾸려온 지 만 2년이 되었다.
그래.. 얼마전까지도 내가 방황했다는 말이 맞다.
걱정스러웠을 것이다.
지난 2년간 사정을 대충 알기 때문이다.

 <담쟁이 추억 식당 입구>
너무 힘들었다. 경기가 나쁜 탓도 있지만. 내가 식당을 10년 넘게 운영했으면서도 시내에서 꾸려가는 식당 시스템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전에 꾸려온 산자락 음식점(안골보리밥)이 성황이었던 것은 행운이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큰 복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음식점을 창업하는 사람들이 고려해야 할 점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첫째는 음식값과 음식량..
가게를 열고자 하는 동네의 꽤 오래된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어볼 일이다. 그 정도 음식량과 음식값보다 더 좋아야 후발주자가 살아남는다. 그 동네 1인당 6천원짜리 칼국수집이 10년차에 접어 들었다면, 우리집 김치찌개는 5500원이어야 하며, 그러고도 칼국수보다 더 푸짐해야 한다. 그래야 10년 세월을 극복할 수 있다.

둘째는 손님이 호주머니 사정에 따라 먹을 수 있냐는 것이다. 1만원에도, 2만원에도 손님 일행이 우리 집에 오면 넉넉히 먹을 수 있냐는 것이다. 말하자면 손님 주머니 형편과 인원에 맞게 음식량과 음식값을 대중소로 나눠놓아야 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그동네에 나눠내는 계층(더치페이 세대)이 많냐, 한 사람이 다 내는 계층(구세대)이 많냐에 따라 잘 팔릴수도, 안 팔릴 수도 있다. 

셋째는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혀놓아야 한다. 매운 정도, 짠 정도, 막걸리냐 소주 또는 맥주냐에 맞추어 음식을 배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맥주집이라면 호프냐 병맥주냐, 카스냐 하이트냐에 따라 어떻게 배려할지를 섬세하게 고민해야 한다.

넷째는 그 동네에서 살아남아야 외지인도 온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동네사람들을 외면하고 먼 곳에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면 무지하게 고생한다. 오래 버티지 못하고 실패하기 쉽다. 동네 가게로 살아남는 것이 먼저다.

다섯째 서울 명동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면 한 가지 전문음식점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 음식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지금은 특히 지방에서 설렁탕 전문 음식점은 어렵다. 처음에는 여러 메뉴로 가다가 나중에 잘 풀리는 설렁탕에 매달려도 된 것뿐이다.    

결국 초보자가 체인점에 가맹하는 것은 초보자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도록 가격대, 계절별, 기호별 시스템을 갖추어 가맹비를 받고 시스템을 이식해주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시스템을 내세우지 않고, 싸고 맛있는 것만 장점으로 내세우는 체인 본부는 믿지 말아야 한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이 동네에서 살아남을 수있는 시스템을 찾느라고 헤매고 방황한 것이다. 돌아보니 2년전 털레기라는 음식 하나만 들고 이 동네에서 장사하겠다고 들이댄 것이 너무나 무모한 짓이었다. 이제서야 우리 가게가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0월에 "담쟁이추억"으로 상호를 바꾸고 새 출발하였다. 앞으로는 덜 힘들 것 같다.
그러니 지인들, 우리 식당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보이니까 걱정 놓으시라.
이상 보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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