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성공담을 담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결방안을 자세히 묘사한 것도 아니다. 그저 경험담을 나열한 글이다. 

영하 13도. 현금에 동그라미(0)가 여러 개 붙으면 얼마나 큰 금액인지 감이 잡히지 않 듯, 온도도 영하가 되면 감이 안 온다. 춥다, 더 춥다, 무지 춥다 정도. 이날은 공기가 섬뜩해 새벽녘에도 게슴치레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아침이 되니, 정말 회사에 나가기 싫었다. 아니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었다. 몸을 웅크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물을 켜니 찬물이 줄줄 나온다. 재빨리 온수로 돌리니 물이 안 나온다. 온수 출구관이 얼어붙은 것이다. 나 회사 안가도 돼?

인터넷 검색창에 보일러를 치고, 주변을 검색했다. 전화를 3통 했을 것이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보일러실 가셔서 드라이기로 온수관 녹이면 돼요.’였다. 온수관이 어떤 것이고 가스관이 어떤 것인지 내 어찌 안단 말인가!! 해당 보일러 A/S를 요청하려고 전화해도 먹통이지. 그때부터 인터넷으로 삶의 고수들에게 자문을 구했던 것 같다. ‘온수만 안 나올때’를 검색창에 열심히 치며 해결방법을 찾았다. 보일러에는 보통 관이 다섯 개가 있는데, 이와 같은 경우 온수 출구관이 얼어 온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란다. 이때는 얼어붙은 관에 뜨거운 물을 붓던가, 헤어 드라이기를 10분 정도 쐬이면 녹는다고 했다. 물은 금세 얼어붙을 것 같은 날씨였고, 온도 조절을 잘못하면 오히려 관이 깨질 수도 있다고 해서 헤어드라이기로 선택했다.

보일러실에 가보니 파이브별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친절하게 써 있었다. 영화 속 폭탄해체 전문가들의 최대 고민인 빨간 선? 파란 선?을 선택하지 않아도 됐다.

10분 정도 보일러와 맞닿은 온수 출구관에 헤어드라이기를 쐬었다. 요지부동이다. 10분 더 쐬었다. 묵묵부답. 내가 뜨끈뜨끈해졌다.

결국 좀 더 자세하게 상세하게 검색해, 언 파이프를 녹이는 분을 모셨다. 전화 통화를 했을 때 “오늘 온수관 얼었다는 전화를 많이 받네요. 지금 작업 중인데, 여기는 녹질 않아요. 그래서 철수 하려고 했는데 그쪽으로 갈게요.”라고 했다.

전문가가 왔다. 얼어붙은 파이프를 녹이는 기계와 함께 등장했다. 친구가 옆에서 파이프 녹이는 기계는 얼마 정도 하냐고 물었더니, 40만원이라고 한다. 10분 정도 파이프와 실랑이 하니 물이 콸콸 나온다! 정말, 행복한 순간이다.

“원래는 15만 원인데, 5만원 깎아서 10만원 만 줘.” 나는 급격히 우울해졌다.
기계를 사버릴까? 겨울에 온수관 녹이는 알바를 할까.

아저씨(전문가에서 아저씨가 되버린)는 온수쪽으로 수도꼭지를 돌려서 물을 흐르게 켜 두라고 했다. 추울 때는 무조건 그래야 한단다. 가스비 아낀다고 예방법을 무시했더니 오히려 수리비용이 더 많이 나왔다.

그날 이후로 수도 꼭지에 물 마를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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