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공간, 학교 화장실

부천시 아동·청소년 인권 조례 제8(인권보장의 원칙)에는 아동·청소년은 인권의 주체로서 그 인권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 조례에 열거되지 아니함을 이유로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교 화장실은 과연 학생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공간일까요? 제 대답은 아닙니다입니다.

학교 화장실에는 각 칸마다 화장지가 비치되어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화장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낭비하고 장난을 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입학하는 순간부터 화장실에는 화장지가 공동공간에 딱 한 개 비치되어있었으므로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6학년이 되어 제가 월경을 시작하면서부터 화장지로 인한 불편함이 생겨났고 혹시 나만 느끼는 것인가 싶어 주위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물어보기로 하였습니다.

화장지가 각 칸에 비치되어있지 않아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었나?”라고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화장지를 뜯어 들어가지 않고 급하게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오려는데 생각이나 곤란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월경 때에는 들고 들어간 화장지가 부족해서 밖에 있는 친구들에게 화장지를 뜯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친구들이 농담으로 내 상황을 다른 친구들에게 전해서 창피했던 적이 있다.”

학교에서는 화장실을 안 간다. 대변을 볼 때 화장지를 평소보다 많이 뜯어 들어갔더니 옆에 있는 애들로부터 놀림을 당한 이후로는 안 간다.”

화장지 통이 비어 있어서 선생님 화장실에 들어가 가져온 적도 있다.” 등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1, 2학년 동생 몇몇에게도 물었더니 화장지를 들고 칸에 들어가야 하는 것을 잊어 용변 후 뒤처리를 속옷에 한 적도 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인권교육을 자주 해주십니다. 그래서 인권이 무엇인지 저희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화장실에 화장지를 각 칸마다 비치해주지 않는 학교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배운 것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으니, 저와 몇몇 친구들이 교장 선생님께 학생들이 용변을 볼 때 불편함이 있어 화장실을 안전하고 청결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교내 화장실 칸별 화장지 비치를 건의드렸고 바로 학생자치회 회의가 소집되었습니다.

회의 결과 학생자치회 전체 42명 중 34명인 81%가 교내 화장실 칸별 화장지 비치에 대해 찬성하였고, 1(2%) 반대,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인원이 7(17%)으로 나왔습니다.
권리에 대한 책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화장지 과다 사용에 따른 관리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4~6학년 학급 임원들이 일주일에 1회 자체 제작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하고 캠페인도 계획하였습니다.

이 안건으로 학교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여 제안 설명드렸고, 학교운영위원님들의 만장일치로 화장실 칸별 화장지 비치가 결정되었습니다.

부천시 아동·청소년 인권 조례 제11(의견을 표현할 권리) “아동·청소년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가진다.”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주위의 많은 학교들이 화장실에 공용화장지 하나만 비치되어있습니다. 저희 학생들이 의견을 내고 바꾸어 나가는 것도 좋지만 많은 시간과 기다림이 있었습니다. 또한 여러 학교 임원들에게 우리 학교의 경우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어른들께서 이 문제만큼은 나서서 해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 여자이기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화장실(여자 화장실 내 위생용품 비치)

월경을 시작하고 나서 보니 학교에서 위생용품(생리대)으로 인해 곤란함을 느끼는 일이 있습니다. 갑자기 다른 느낌이 나 수업 시간에 사정을 말씀드리고 화장실에 가고, 다시 보건실에서 생리대를 받아 와야 하는 경우, 지금 저의 상황에 대해 보건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께 상세히 말씀드리기 창피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스스로 미리 챙기지 못한 탓도 있지만, 초경이 시작되면 일정하지 않은 주기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여자 화장실에 생리대를 비치해주세요!

저희는 화장실에 비치된 생리대를 마구 가져가지도 생리대로 장난을 치지도 않습니다. 저와 친구들도 각자가 편한 브랜드와 사이즈가 있습니다. 화장실에 비치한 생리대를 함부로 가져갈 것이라는 어른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아직 제 주위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에서 보았던 생리대를 구입할 돈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도 편하게 가져다가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인가요? 정말 어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3. 공공기관의 성 불평등한 표식과 화장실의 위치

저는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2학년 청소년 7명이 만든 동아리 동네 놀이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춘의동에는 놀이터가 없어 다른 동네의 놀이터들을 돌아다니며 놀이를 계획하고 놀아보는 동아리입니다. 그러다 보니 부천시에서 홍보하는 현수막을 자주 보게 되고 공공화장실도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최근에 놀이를 했던 부천종합운동장 원형광장의 화장실은 여자 화장실이 안쪽 깊숙이에 있어 밝은 오후 시간이었는데도 혼자서는 가기가 겁나 친구들과 함께 갔습니다. 왜 이렇게 숨겨진 곳에 여자 화장실을 만들었는지가 궁금해 동아리 멤버들과 이야기 나누었지만, 저희 중 그 누구도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위험한 안쪽에 여자 화장실을 둔 이유가 무엇일까요?

길을 지나면 보이는 현수막에는 여자아이를 리본과 치마로 장식하고, 남자아이를 모자와 파란 바지로 그려놓은 그림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성별과 상관없이 편한 옷을 입고 머리에 커다란 리본을 달고 다니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그려져 있는 것일까요? 부천시의 마스코트는 왜 남자만 있는 걸까요? 복숭아 축제의 마스코트는 왜 여자만 있는 걸까요?

왜 여자 화장실 안내표지판에는 치마 입은 빨간 사람이 그려져 있는 건가요?

남자 화장실도 마찬가지구요, 다양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표지판으로 바꿀 수 있도록 저희에게도 물어봐 주세요.

저는 남자답게, 여자답게가 아닌 나다움을 존중받는 부천, 시의 마스코트를 성평등하게 만들어주는 부천에 살고 싶습니다.

 

| 손신비야(부천중앙초등학교 6학년)

 

 

*이 글은 지난 127, ‘담장넘어 네트워크주최로 열린 담장넘어 함()(평등)!” 라운드테이블에 발표된 것으로, ‘담장넘어 네트워크’(부천시청소년성문화센터, 까치밥, 정치하는엄마들, 부천여성청소년재단)는 부천의 일상 속 성평등 실현을 위한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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