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만화정보센터로 출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하 만진원’)은 올해로 23년이 되었다. 언론과 각종 보고서에서는 연일 K-웹툰의 성공 신화를 칭송한다. 불과 몇 년 전, 웹툰 산업 규모가 1조 원 시대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던 웹툰 업계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그런데 또 몇 년 사이에, 중국과 일본 시장도 무섭게 추격해 오면서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언제까지고 웹툰이 오늘날의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콘텐츠 시장의 속도전과 예측 불가능성, 성장 이면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이 상황에서 만진원은 언제까지고 성역이 될 수 없다. 한국만화진흥을 위한 기관인 23년생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진단하고 해부하는 일은 당면한 과제이다. 이에 만화연구와 비평,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한국여성만화가협회는 <부천과 만화:한국만화영상진흥원 진단과 해부> 토론회를 주최한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정책과 예산, 조직 운영, 아카이브 사업, 만화 포럼의 해산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만진원은 2017년 이후 보조금(//시비), 출연금으로 한 해 약 200억 원이 투여된다. 이에 <정책과 예산분석>에서는 만화산업의 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난 기관의 예산이 시의성 있게 적절히 사용되고 있는지 분석한다. <조직 운영 현황과 문제>에서는 조직 운영의 문제점과 인사 관련 제 규정을 검토한다. 만진원은 만화계 내외부의 협치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내세우는 만큼 구성원 간의 불신을 청산하고 건전한 조직문화를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 한편, 만진원의 모든 사업을 분석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대표적으로 만화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 중 하나인 <웹툰아카이브 사업>만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만화연구의 역할과 필요성>은 만화 포럼 출범에서 해산까지의 과정을 통해 만화 포럼이 과연 만진원의 수혜 대상이며 폐쇄적 모임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만진원은 토론회 홍보가 나오자마자 토론회 주최 측에 공문을 보내왔다. 공문에는 민관협치(거버넌스) 정신에 입각하여’, ‘사소한 것조차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운영하는 기관임을 피력했다. 그리고 기관과 사전 일체의 논의 없이 토론회가 기획된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연구자로서 묻고 싶다. 연구윤리는 가치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연구 대상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사전 논의를 거치라는 것은 연구자의 윤리와 양심을 버리라는 요구인가. 지금까지 연구 생활을 하면서 연구 대상과 사전 논의를 하라는 말을 들어본 바가 없으니 이곳은 성역이란 말인가. 기관을 진단하고 제언하는 토론회가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열린다면 기관이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니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텐데 말이다. 23년이나 되었으나 아직도 미성숙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발전을 위해 민간의 토론회는 앞으로도 더욱 활발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서은영(서울과학기술대학교 외래교수)

서은영 교수
서은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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