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 콩나물신문 사무실
수다
너구리 : 담배를 계속 피우는 남자
여우 : 담배를 피웠으나 끊은 여자
말 : 담배를 끊은 적 있으나 지금은 피우는 남자
개 : 담배를 피우려 했으나 못 피우는 남자
코알라 : 담배를 말아 피우는 남자

 

▲ 위 사진은 콩나물 수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기어이 오르고야 만 담뱃값

: 담뱃값 오르고 나서 다들 담배 줄였어요?

너구리 : 그게 자의적으로 줄여지는 게 아니라 내가 의식하기 않은 상태에서 저절로 줄어들더라고요. 이천 원 어치만 피우게 되는 거 같아요. 4,500원 짜리를 사서 피우니까 담배 생각이 잘 안 나요. 근데 아직 값이 안 오른 담배를 사면 또 피우게 되고. 담뱃값 총량의 법칙이라고 해야 하나?

코알라 : 담배 사려고 처음 4,500원을 낼 때 기분이 어땠어요?

너구리 : 도둑놈에게 강탈당하는 기분이었죠.

여우 : 소득은 일정한데 담뱃값 지출이 늘어나잖아요. 상대적으로 다른 거 지출이 줄어든다는 건데. 그러면 어디서 줄여요?

너구리 : 밥값을 줄이겠죠.

: 인상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저는 아직 현실적으로 체감을 못하겠어요. 그런데 앞으로 제 용돈에서 담뱃값 비중이 크다고 느껴지면 줄일지도 모르죠.

코알라 : 뉴스를 보니까 까치 담배를 판다고 하더라고요. 불법이긴 한데 기획재정부에서는 지금까지 까치 담배를 단속한 적이 한 번도 없대요. 주로 영세 상인들이 팔다 보니.

: 옛날에 버스 정류장에서 까치 담배 팔고 그랬어요.

: 술도 사실 한 병마다 세금 받는데 예전엔 그걸 쪼개서 잔술로 팔았었지. 근데 까치 담배까지 막으면 사람들 숨막혀서 못 살아. 히틀러도 그런 짓은 안 했을거야.

 

대안 담배를 찾아서 (1) - 말아 피우는 담배

코알라 : 저는 말아 피우는 담배를 작년부터 이용해 왔는데요. 뉴스를 보니깐 요 근래 들어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코알라 장비들을 주섬주섬 꺼내더니 담배를 말기 시작한다. 사람들 집중해서 바라본다. 코알라가 건넨 담배를 피워 본 몇몇 사람들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 야, 이거 유행하겠다. 다방이나 카페에서 둘둘 말아서 피면 좋겠네. 옛날 유엔표 곽성냥으로 피우면 폼 나겠어.

여우 : 담배 마는 모습이 이렇게 침착할 수가 없네.

코알라 : 조용히 혼자 앉아서 말면 마음이 가라앉고, 참 좋아요. 서예 같아요.

: 피우고 싶다고 해서 바로 못 피우고 꾹 참어야 하고. 여기에 인의예지신이 다 들어가 있네.

코알라 : 이것도 올해부터 가격이 40%쯤 오른다고 하더라고요. 스무 개비 한 갑으로 치면 3,500원 정도가 들어요. 사서 피우는 거 보다 조금 싸요.

여우 : 에이, 그러면 차라리 사서 피우는 게 낫겠다.

코알라 : 정부의 강압적인 인상 정책에 응할 수 없어서 피우는 것도 있어요. 독해서 많이는 못 피우니 아무래도 담배가 좀 줄게 되고. 맛도 좋고.

 

대안담배를 찾아서 (2) - 전자담배

여우 : 전자담배 피울 생각들 없나요? 전자담배와 일반 차이가 뭐죠?

: 빨리는 맛인가? 전자담배는 피워도 피우는 거 같지 않더라고요.

너구리 : 전자담배는 담배 맛이 안 나요.

코알라 : 친구들이 말하길, 진짜 담배가 짜장면이면, 전자담배는 짜파게티라고 표현하더라고요.

: 식당에서도 전자담배는 못 피게 되어있더라고.

코알라 : 요즘 돈이 없는 청소년들이 급속도로 배우고 있다네요.

여우 : 부모님들이 아예 사준다고 하더만.

: 학교에서도 허용을 하나 보다라거요.

여우 : 나도 최근에 작은 애가 피는 걸 봤어요.

 

 

금연 및 담뱃값 기부?

: 담배를 끊겠다고 하는 건 2,500원이 4,000원으로 오른 것에 대한 어떤 배신감 같은 건데. 늘 일상적으로 사서 피우던 게 갑자기 비싸지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내가 너네들 손에 놀아나느니 주체적으로 끊어 보겠다.

: 담뱃값은 지금까지 꾸준히 올랐죠. 근데 이번처럼 두 배 가까이 오른게 처음 있는 일이라 저한텐 정말 충격이었어요.

코알라 : 어떤 사람들은 ‘담배 파업’을 조직해서 일주일이나 한 달쯤 담배를 끊고 그렇게 해서 모아진 담뱃값을 세월호 유가족들이나 시민단체에 기부를 하자고 주장하기도 해요.

: 담배를 안 피우는 대신, 뭔가 충족할 만한 거리가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저는 전에 담배끊었을 때 일부러 날마다 3,000원씩 은행에 들고 가서 통장에 넣었어요. 그렇게 7개월을 모으니 돈이 좀 되었는데, 나중에 담배로 다시 다 털어먹었죠.

: 3,000원씩이면 한 달에 90,000원. 콩나물 조합비로 30,000원 내고 나머지는 양로원이나 고아원, 시민단체 같은 곳에 후원하면 의미가 오래 가겠네요 콩나물에서 캠페인을 해도 좋겠다.

코알라 :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 거라고 하던데, 몸이 아파서 쓰러지는 경험을 하든가 해서 확실한 동기가 있어야 할 거 같아요. 담배를 끊는 대신 담뱃값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가서 쓰여진다 하면 동기부족인 분들에게는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일방적인 세금 인상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너구리 : 담뱃값 다음으로 술값이 오른다는 말이 있어요. 간접세가 직접세보다 실질적으로 크니깐 술값이 오르는 게 그 다음 차례일 수도 있어요. 담배 안 피우고 술 안 마시는 사람이라도 세금 문제는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도 될 수 있는 건데. 

: 그럼 우리가 조세 저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야? 화염병을 만드나?

너구리 : 화염병을 만들려면 소주값이 오르기 전에 해야죠. 소주값 오르면 화염병 만들기 어렵습니다. (웃음)

: 2015년에는 아마 중산층의 세금 저항으로 이 정부가 파탄이 날 거야.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너구리 : 영국의 왕 찰스 1세가 담배세와 선박세 올려서 사형당했잖아요. 그렇게 되면 시민 혁명인 거죠.

: 담배를 단순히 피우는 사람만의 문제로 보면 안 돼. 세금 올라가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술값 오르고 교통비도 오르고 하는데 시발이 될 거야. ‘이렇게 충격적으로 값을 올려도 담배 피울 놈은 피우니 소주값 올려도 마실 놈은 마시겠지’, 정부가 이렇게 생각하도록 용납하지 말아야 해.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세금 가지고 간을 보고 장난치는 걸 거부하는 거지. 국가와 시스템에 저항하기 위해 담배를 안 피우거나 말아 피울 수도 있겠지만 더 좋은 방법은 담배를 끊어 절약한 돈을 세월호 유가족이나 건강한 시민단체에 기부하는 거야. 그게 적극적인 조세 저항이 되는 거지.

: 담뱃값 말고도 전체적으로 생활 곳곳에서 줄줄 새어 나가는 세금들이 많잖아요. 그런 세금들을 전체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본인이 체크해서 리스트 같은 걸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고속도로 요금이든 주민세든 우리가 일상적으로 내는 세금이 정당한가 한번 공부를 해 봤으면 좋겠네.

: 그런 모임이 생기면 괜찮겠네요 콩나물에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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