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 콩나물신문사 사무실

꿀벌 : 올해로 6년째 중학교 국어교사로 일하고 있음.
매미 : 수학강사.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좋아함.
베짱이 : 학원, 일반학교, 대안학교 등등 다양한 곳에서 교사 노릇을 했던 교육떠돌이.
잠자리 : 여성운동을 거쳐 현재는 교육운동을 하고 있음.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
풍뎅이 : 공인중개사이자 중학생 학부모.
하늘소 : 22년간 윤리를 가르치다가 10년 전부터는 상담교사로 일하고 있음.
 
 
내가 겪고 있는 ‘교육’
 
잠자리 : 우리 아이가 4학년 말이 됐을 때 학원을 가자고 하니 싫대요. 그럼 5학년 1학기 너의 성적을 보고 학원에 다닐지 말지 판단을 하자고 했어요. 그랬는데 수학을 33점을 받았더라고요. (웃음) 동네에 알아보니 입소문이 난 학원이 있었어요. 그 학원 선생님과 면담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선생님이 ‘사교육 없는 세상’ 회원이라는 거예요. “어머니, 저도 사교육 좋다고 생각 안 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먹고 살다 보니까 사교육에 있지만 최대한 아이들과 관계를 맺어 가려 한다고 말씀하셨죠.
 
하늘소 : 최근에 EBS에서 한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방송을 봤어요. 학교에서 상처받지 않고 공부하는 방법은 뭘까? 공부하기 싫은 사람은 학교 떠나라고 이야기하는데 막상 그럴 용기를 가진 학생은 드물죠. 그 방송 보면서 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매미 : 공부 잘하는 애도 저한테 와서 이런 질문을 해요. ‘선생님, 정사각형의 네 귀퉁이를 자르면 팔각형이 생기잖아요. 그 팔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이 뭐예요?’ 팔각형 넓이 구하는 공식이 어딨어요. 정사각형의 넓이에서 네 귀퉁이의 넓이를 빼면 되지. 근데 그게 성균관대 수리논술 1번 문제였어요. 요즘 애들이 상식적인 능력을 전혀 못 쓰고 있다는 얘기예요.
 
꿀벌 : 제가 있는 학교는 아이들 수준이 높지 않아요. 자습서에 나온 대로 수업하면 집중력이 5분을 못 넘겨요. 그래서 실습이나 활동 위주로 수업해요. 마음 맞는 선생님과 같은 학년을 맡으면 꼭 필요한 것만 골라 가르치자고 서로 정해서 가르치죠. 그래도 옛날에 제가 받았던 수업 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 과도기인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어렸을 때처럼 수업하는 선생님도 아직 현장에 있고요.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아이들
 
매미 : 갈수록 아이들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아요. 신문에서 봤는데, 중학생들에게 너희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예전에는 1등이 엄마였대요. 공부해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달달 볶으니까요. 근데 요즘 중학생들한테 너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어떻게 먹고살지 모르겠다고 대답한대요. 중학생들이 벌써부터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거예요.
 
하늘소 : 먹고사는 문제는 주입된 거라고 보는데요. 쉽게 이야기하면 IMF 이후에 정부나 부모들이 퍼뜨리거나 강요한 거죠. 사회든 부모들이든 진로에 대한 불안을 너무 조장해요. 학교에도 진학교사가 상담교사보다 더 많아요. 정부가 그런 불안을 조장해 국민을 통제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알바만 해도 굶어죽진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중요한 건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경제부총리가 이야기한 ‘노동 유연성’ 문제예요. 전부 다 계약직으로 바꾼다는 거잖아요. 즉 돈 많이 주는 안정적인 직장을 잡아야 한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직장은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말에 속아서 다들 헛꿈을 꾸고 있어요.
 
매미 : 아이들이 생계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네가 할 수 있는 거 하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게, 그 말에 제가 책임을 질 수가 없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말했는데 아이들 어머님이 저를 찾아올 수도 있잖아요. 애한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이렇게 됐냐고요.
 
잠자리 : 이 입시 구조속에서는 다른 걸 할 수 없어요. 수학 포기한 아이를 부모들 사이에서 ‘수포자’라고 부르는데, 그런 아이는 수학시간이 되면 그냥 엎드려 자요. 그 시간엔 죽은 거나 마찬가지죠. 다들 입시 경쟁에 뛰어들어 있는데, 걔는 자연스레 낙오자가 돼요. 입시 제도 자체를 바꾸거나 대학의 서열화 문제를 없애지 않는 이상 근본적으로는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요.
 
베짱이 : 제가 학원과 일반학교, 대안학교를 거치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밖에 없어요.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온다. 우린 모두 망할 것이다. 유일한 돌파구는 허균의 <홍길동전>에 나온다. 율도국 같은 대안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공간은 소용이 없다. (웃음) 제가 겪어본 도시형 대안학교들의 공통점은 그곳을 졸업하고 나서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삶에 대해 교사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대안학교에서 배운 걸 바탕으로 자기 살 길을 알아서 찾으라는 건데. 일반학교랑 똑같아요. 그러면서 대안이라 부르는 건 기만이죠. 졸업생들은 대부분 알바부터 시작하고 끽해야 비정규직이에요. 대안학교조차 대안이 아니라는 거예요. 결국 ‘무자식이 상팔자’로 갈 수밖에 없어요. (좌중 웃음) 교육문제를 돌파하는 방법은 교육의 3주체인 학부모와 학생, 교사를 아예 없애는 방법밖에 없어요. (웃음) 저도 이게 웃긴 소리라는 건 아는데 다른 방법이 없는 거예요.
 
내가 나답게 살면 안 되나?
 
잠자리 : 얼마 전에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과학자가 이야기를 해요, 인공지능이 발전하다 보니 동시통역을 바로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 생긴대요. 통역사가 없어지는 거에요. 알고 보면 그런 것들이 많아요. 예전에는 필경사란 직업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죠.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직업을 생각하면 교육이란 것도 이제 다르게 고민해야 해요. 신체적인 능력이 중요했던 구석기나 신석기 시대와는 달리 미래에는 서로 소통하고 관계맺는 능력이 중요해지겠죠. 그게 교육의 주안점이 되어야 맞다는 생각도 했고요.
 
베짱이 : 미래에는 지금 의미에서 말하는 교사가 없어지고, 지식들을 연결하는 코디네이터 역할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교사라 부르게 될 거 같아요. 학생들이 와서 ‘뭣 좀 해 볼 만한 거 없어요?’ 하고 물어보면, ‘이거 재밌으니까 한번 해봐’ 하며 뭔가 권해 주는 그런 교사가 생길 거라는 거죠. 인생의 본보기나 교훈을 보여주는 사람은 교사가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되겠지요.
 
매미 : 교육이란 게 능력의 향상인데, 왜 능력을 개발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겨요. 사회가 점점 더 몸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변하고 있는데, 거기에 맞춰 인간도 게을러지면 안 되냐는 거죠. 모든 걸 다 잘할 것 없이 나한테 필요한 것만 잘하면 되잖아요, 제발 ‘계발’ 좀 그만하면 좋겠어요. 능력의 계발 보다는, 그냥 내가 나답게 살면 안되나?
 
우울해도, 삶은 계속된다
 
풍뎅이 : 저는 큰 애들은 둘 다 성인이 막 되었는데, 막내만 학교에 다니요, 그 애들이 커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하려는데 사실은 힘들어요.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사는 건 아니잖아요. 얼마 전에 대졸자가 ‘80만 원만 벌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어요. 엄청 충격적이었죠. 알바도 자기 생계를 위해서 하는 건데, 어떻게든 먹고살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줄여야 해요. 그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에요.
 
하늘소 : 알바를 해도 먹고 살 수도 있다는 건 최소한 목숨은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알바를 계속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대신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거죠. 요즘 서울대 나와도 자기가 원하는 대기업에 취직을 못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찾아야 하는 거죠. 정말 내 분야를 찾아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죠.
 
꿀벌 : 반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어지면 저한테 ‘쌤, 공부는 왜 해야 하죠?’라고 물어요. 그러면 ‘나는 재밌는데, 너희는 재미없을 수도 있겠다’고 해요. 그러고는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성적이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만 되도록 공부해라’ 이렇게 말하죠. 사실 자기의 능력을 찾아 정말로 최고가 되는 사람은 세계에 몇 명 안 되고, 미치도록 노력할 수 있는 사람도 세상에 몇 명 없잖아요. 지식을 주입하는 건 옛날 방식이고, 애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성찰하는 쪽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엔 모두들 공감하는데, 저는 그 능력이 자기 삶이 불안한 상태에서는 싹틀 수 없는 거 같아요.
 
매미 : 뭐든 열정적으로 하는 친구들 많아요, 그런데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서울대에도 많아요. 안타까워요. 제가 아는 선배가 은행에 다니는데요. 원서 접수하는 학생들 보면 다들 은행에 뼈를 묻고 싶다고 해요. 하버드, 서울대, 연대, 고대 졸업생들이 다 오는데 죄다 열정적이에요. 그럼 어떡해야 할까? (웃음) 제가 생각하기에, 자기만의 길을 찾는 건 누가 손을 잡아주거나 받쳐주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가기 힘든 거 같아요.
 
베짱이 : 학교 안팎의 현실이 어떤지는 다 아는데 현실을 보는 관점이 다른 거 같아요. 우리는 계속해서 삶을 살고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은 긴 호흡으로 자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부터 조금씩 바꿔 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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