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콩나물수다에서는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가 있고, 부천의 어느 유치원에서 일하는 교사들과 나눈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들의 목소리는 이미 다른 매체들을 통해 많이 나온 바 있으니 이번 기회에 유치원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놀랍게도 결론은 동일했습니다.

  
콩나물신문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이야기
 
“문제의 쟁점을 보려 한다기 보다는 자극적인 보도로 일관하고 있어요. 시스템 문제보다는 그 교사 하나에 집중하고 있죠. 또 유사한 사건이 터진다면 아마 또 교사만 물고 늘어질 거예요. 저는 이 사건을 개인의 인격 문제로 몰아가는 게 너무 싫어요.”
 
“CCTV 설치하는 데 100억이 든다면서요? 답답해요. 법이 통과되면 어린이집이 CCTV를 통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건데 이건 반대하고 할 것도 없이 위에서 하라는대로 해야 하는 게 가장 무서운 거 같다.”
 
“CCTV가 세상에 워낙 많으니까. 우리나라는 사람들 있는 곳엔 무조건 CCTV 있다고 봐야 해요. 정부 형태에 따라 국민들의 마인드가 바뀌기 마련인데 지금은 관찰보다는 감시와 불신의 시대죠. 아동 CCTV를 바로 불신의 도구로 보니 문제인 거예요. 불신이 전제되면 당연히 CCTV를 설치해야 하겠죠.”
 
“엄마들은 어린이집에서 자기 아이에게 완벽하게 해 주길 바라겠죠. 학기 전에 엄마들 모아놓고 얘기하잖아요. 거기서 제가 앞으로 동화구연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원장들이 우리 교사들 잘 읽어준다고 말하더라고요. 근데 엄마들은 더 전문적인 교사를 바라는 거죠. 저는 교사들이 자기 시간 희생해서 책 읽어주는 게 너무 고마웠어요.”
 
“CCTV 설치 의무화는 급하게 땜질한 사후처리 밖에 안 되는 느낌이에요. 예산 낭비인 거죠. 그러나 지금의 정부안을 저희로선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부천에서라도 그런 운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부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을 만들기’처럼 촘촘히 연결된 다양한 관계망을 통해 교사와 부모 사이의 신뢰 회복을 위한 캠페인 같은 걸 했음 좋겠어요. 일회성 캠페인 말고 부천시에서 좀 꾸준히 했으면 좋겠고, 부모 참여의 폭도 넓어졌으면 해요.”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고 동네 사람들끼리 다 알고 지내면 서로서로 다 봐줄 수 있잖아요. 밤길은 잘 가는지. 수상한 놈은 없는지. 그런 옛날 같은 마을을 회복하면 이런 문제는 사라져요. 어린이집 문제도 마찬가지죠. 교사와 인간관계가 형성이 되면 굳이 감시하는 것도 필요없어질 거예요. 서로 못 믿고 신뢰 못하는 사회가 된 게 참 안타까워요.”
 
“저는 약대동에서 태어나 6살에 학교 다녔는데, 그땐 제가 길을 혼자 왔다갔다 해도 동네 아저씨 아줌마가 날 돌봐주셨어요. 나쁜 사람들이 절 함부로 못 건드렸죠. 근데 요즘은 세상이 무서워서 내 자식을 학교에 혼자 못 보내요.”
 
“결국 마을 문화가 살아나야 하는 거죠. CCTV도 감시의 목적이 아니라 내 아이가 잘 있나 확인하는 수단으로 쓰면 돼요. 선생님도 자기가 돌봐야 하는 아이가 잘 있나 확인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을 거고. 그런 게 아니라 감시라는 형태로 CCTV가 도입되면 정말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들도 CCTV에 잘못 찍히지 않도록 하느라 원래의 마음이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끝내 CCTV가 설치될 거라면 설치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싫은 사람은 설치하지 않을 수 있는 정도로 타결되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떤 곳에서는 부모들이 합의해서 CCTV 설치를 거부할 수도 있을 테고. 어쨌든 불신사회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 되겠네요. 남 탓할 게 아니라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하는데 정작 부모는 변하지 않으면서 교사들한테만 변하라고 얘기하니 불공평한 거죠.”
 
 
유치원 교사들의 이야기
 
“요새 엄마들은 덩치 작은 선생님으로 배정해 달라고 해요. 맞아도 덜 아프도록. 또 엄마들이 CCTV 안 달면 유치원 못 보낼 것 같다고 하니 우리도 달 수밖에 없었어요.”
 
“어떤 엄마가 행사 때 와서 개인물품 잃어버렸는데 다음날 어린이집에 와서 교사를 의심하며 따졌대요. 물론 그 물품은 나중에 집에서 발견됐고요. 모든 걸 다 교사 탓으로 몰아가는 추세예요.”
 
“갑자기 학부모님이 찾아와서는 아이가 오이를 안 먹어서 때리지 않았느냐고 얘기해요. 근데 식단표를 보니 오이가 없어요. 무조건 아이들 말만 믿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유도심문을 하는 거죠. 선생님이 때렸어? 응. 그럼 때린 거다. 때렸지 때렸지? 응, 엄마.”
 
“엄마들한테, 아이가 밥을 하나도 안먹는다고 하면 ‘됐어요, 집에서 먹으면 돼요’라고 해요. 원장님이 저희들에게 직접 말해요. 교육하지 마라. 우리는 교육자가 아니라 부모님들 입맛 맞춰 주는 사람들이다.”
“아예 교육같은 건 하지도 말라고 얘기가 나와요. 근데 우리는 교육하려고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교육을 안 할 거면 우리가 왜 이 일을 하겠어요? 그냥 돈 많은 남편 만나서 애 낳고 살면 되잖아요. 우린 교육하려 온 사람들인데 실은 교육이 아니라 보육을 하고 있는 거죠.”
 
“CCTV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이들이 CCTV 역할을 해요. 자기가 보고들은 걸 엄마한테 다 얘기하니까. 아마 CCTV가 생기면 엄마들이 영상만 보고 주관적으로 해석하게 될 거예요. 우리 애가 유치원에서 이랬다는데 CCTV 한번 보여달라는 식으로 말하겠죠.”
 
“아이가 서 있기만 해도 왜 우리 애 안 봐줬냐고 할 수도 있는 거고. 여러 아이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화장실 가 있는 아이 응가 닦아주려 들어가면 한 명 때문에 나머지 아이들을 방치하는 상태라고 할 수도 있고. 교사들의 스트레스가 극심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누가 이런 농담을 했어요. CCTV를 달면 교사들에게 인건비만 챙겨줘야 하는 게 아니라 ‘인권비’까지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냐. 교사들에게 인권이 있으니. (웃음)”
 
“CCTV 비용을 국가에서 주긴 하지만 어린이집들이 저마다 부담을 해야 하는 게 있으니 결국 그 돈을 엄마들이 내야 하잖아요. 본인들 손해인데 왜 엄마들은 CCTV를 달라고 할까요? 자기한테 피해가 돌아오는 건데.”
 
“한 번만이라도 ‘교사들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뭘까’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희는 아침에 아이들 오면 몸 상태부터 확인해요.”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윗사람과 통화하지 마시고 저희들 교사에게 직접 물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그 상황이 무엇이었고 아이들 사이의 관계가 어땠는지 알려드릴 수 있어요.”
 
“의문사항이 있으면 담임교사와 이야기해야지 담임 건너뛰고 물어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원장이 부모한테 죄송하다고 해버리면 무슨 상황이든 교사가 죄인이 될 수밖에 없어요.”
 
“요즘은 일하기 싫죠. 집에 돌아온 아이가 유치원에서 혼났다고 하면 적어도 세 번 정도는 참으셨다가 저희에게 물어보시면 좋겠어요.”
 
“제발 애들 앞에서 담임 욕은 하지 않았음 좋겠다. 그럼 아이부터 ‘울엄마가 이거 먹지 말랬어요’, ‘이거 하지 말랬어요’ 막 이래요. 그러면 아이들도 알아채는 거죠. 우리 엄마가 이기는구나.”
 
“결론은, 서로를 믿어야지.”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