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형사회적기업 에코스토리 조수인 대표
에코스토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찾아다녔지만 큰 건물은 고강본동 주민센터와 어린이집뿐이었다. 그렇게 20여분을 맴돌다가 결국은 주민에게 길을 물어물어 찾았다. 헤매지 않았냐는 에코스토리 직원의 질문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안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한쪽 벽면에 비치된 제품이었다. 한눈에 봐도 가지 수가 족히 40여개는 넘어보였다. 에코스토리 조수인 대표는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코스토리는 처음엔 에코고리울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다. 에코고리울은 친환경을 뜻하는 ‘에코’와 고강동의 옛 지명인 ‘고리울’을 합친 이름이다. 명칭을 바꾼 이유는 “고강동과 더불어서 에코스토리를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서”였다.
▲ 에코스토리의 대표 상품, 핸드메이드 비누. 시중에 판매되는 다른 천연핸드메이드 비누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에코스토리 직원들은 환경부와 고강동 복지회관 주관으로 동네주민을 위한 ‘에코맘 주부대학’과정을 1기로 수료한 주부들로 구성됐다. ‘에코맘 주부대학’에서는 빵 만들기, 천연비누, 봉제인형 등 친환경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에코맘 주부대학을 수료한 사람은 모두 42명이었지만 저마다 취향이나 성격이 달랐죠. 교육과정이 끝난 뒤 마음 맞는 사람끼리 동아리 모임으로 활동했고 고강복지회관에서 경과적일자리로 근무”하게 되었으며 “고강복지회관이나 바자회에서 제품을 판매하면서 흥미를 갖게 되었죠. 그러면서 사업자형태를 생각해낸 게 에코고리울”이라고 말했다.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만들면서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하면서 경험이 쌓였어요. 한번은 아무런 준비 없이 제품을 들고 인사동에 갔었죠. 저희 제품을 보고 많은 분들이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고강동 지역에서 제품을 알리는 건 쉽지 않았다.

조수인 대표는 제품을 만들면서 “고민이 굉장히 많았어요.”라고 했다. 에코스토리를 말하면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 무언가가 부족했다. 50여 가지의 다양한 제품을 만들다보니 사업설명회를 할 때 ‘무엇’을 만드는 회사라고 단정 짓기가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저희 회사는 뭐든 다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가지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는 게 에코스토리의 색깔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조수인 대표는 이렇게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까지 “묵묵히 따라와 준 직원들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고강복지회관에서 주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핸드메이드교육을 했어요. 그게 즐거웠어요. 제가 전에 장사를 10년 정도 했었는데 그때는 사회봉사는 적성에 안 맞는 일이라고 단정했었죠. 그런데 해보니 재밌더라고요.” 복지회관에서 아이들을 연결해줬다. 제품의 수익금 중 일부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쳤다. 수업시간 때면 아이들은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에 빠져 늘 웃음꽃이 피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복지회관에서 저희가 하는 일들이 사회적기업과 맞는 일이라며 사회적기업을 추천하더라고요. 그래서 지역형사회적기업에 지원하게 되었고 단번에 된 거죠.”다. 사회적기업을 전혀 모르고 지원했는데 부천형(지역형)사회적기업에 선정되었다. 그 후, 교육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의미와 사회적기업의 형태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조수인 대표는 사회적기업과 교류하면서 속상할 때가 더러 있었다. 사회적기업은 어렵고 힘든 일인데 왜 사회적기업을 하냐며 타이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회적기업 모임에 나가면 다들 힘들다, 어렵다는 말만 하세요. 오히려 협동조합이 낫다며 사회적기업가 선배들이 훈계할 때도 있어요.”

그런 분위기가 싫었다. 사회적기업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서로 돕고 헤쳐 나가려고 노력해야하는데 앓는 소리만 하는 게 듣기 거북했다. 대중이 볼 때 사회적기업을 후원단체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이미지를 “사회적기업인들이 만들었을 수도”있다며 말을 이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공헌과 기업의 성격, 두 가지를 가지고 있어요. 스스로 사업을 키워갈 의무도 분명히 있는 거죠. 그런데 사회적기업인들이 시청이나 주민센터를 찾아와 지원해주지 않는다며 아쉬운 소리만 합니다. 정작 기업인으로서 기업비전을 제시해야하는데도 말이죠.”
고강동은 부천시에 속한 다른 동에 비해 낙후된 편이다. 부천지역 몇 곳에 판매부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영업보다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가 이익만을 위해서 일했다면 이곳에서 활동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지역과 관계가 있잖아요. 주민들이 가끔 전화로 교육 있는지 묻기도 하고. 정이 무섭죠.”에코스토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고강동 주민이면서 지역단체에서도 활동한다.

지난 3월 14일 복지회관에서 독립해 에코스토리만의 보금자리를 꾸렸다. 에코스토리는 지역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위해 판촉에도 힘쓸 예정이다. 조수인 대표는 “전쟁터로 뛰어들기 위해 총알을 장전 중”이라며 씩씩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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