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의 소비와 저축

 

스마트폰의 열풍이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남녀노소가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열풍을 넘어 중독 현상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개인주의적 라이프 스타일의 확산과 빠르고 풍부한 콘텐츠의 제공이 맞물린 현상 때문이겠죠.

대체로 사람들이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소통, 검색, 게임, 기사, 영상과 음악, 사진, 업무, 학습이라고 합니다. 나라별로 연령별로 이런 순위는 다르게 나오겠지만 아무래도 생산 활동보다는 소비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겠죠. 저는 생산과 소비에 하나를 더 추가해서 저축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어떤 (생산된) 정보를 물방울로 비유하면 물방울을 시냇물에 흘려보내는 것을 소비로, 웅덩이나 늪에 얼마간이라도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을 저축으로 보는 것입니다.

오늘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소비와 저축을 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페이스북은 한국의 경우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기기로 접속하는 사람이 90%를 넘어선다고 합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소통의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들낙날락하며 되도록 많은 시간을 머무르며 떠들썩하게 놀도록 유도합니다.

스마트폰 세상이 되니 사용자들이 머무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니 그들은 제 세상을 만난 것 같습니다. 트위터는 ‘나 이 꼬라지로 산다’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은 ‘나 이렇게 산다’는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습니다. 개인들이 신변잡사를 늘어 놓다가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심지어는 싸움까지 벌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연예인들의 말 한마디와 사진 한 장, 쇼킹한 국내외 사건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듭니다. 찰나적인 즐길거리는 스마트폰으로 소비하기에 제격입니다. 재미있는 내용은 신나게 즐기세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는 유익한 정보도 적지 않게 생산됩니다만 스마트폰으로 바로바로 소비하기에는 내용도 많고 딱딱하고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시시하든 유익하든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타임라인(timeline : 사전적 풀이로는 역사 등을 보기 쉽게 표로 만들어 놓은 연대표, 즉 어떤 사건들의 흐름표를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정보의 흐름을 의미)을 빠르게 흘러갑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사용자들이 고여있는 물에 발을 담그고 유익한 정보를 찾아 차근차근 음미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정보의 질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이슈에 관심을 보일 것인가(또 퍼 나르는가)가 중요할 뿐이죠. 그래서 여러가지 수법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보를 타임라인의 위로 올려 정보의 대량 소비를 조장합니다. 그래서 유익한 정보는 빨리 묻히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저급한 정보는 오래 수면 위를 떠다닙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고 사람들 많이 몰리는 곳에서 쓸만한 물건 찾기 힘든 것은 여기서도 마찬가집니다.

위에 지적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가상의 공간에서는 지역과 나이를 뛰어넘어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훌륭한 친구는 인생을 위한 넓은 의미의 저축입니다. 친구들이 올리는 유익한 글이나 공유한 기사를 발견하면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바로 저장(좁은 의미의 저축)하세요. 어떻게 저장할 것인지는 서서히 다뤄갈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에서의 생산과 투자도 조금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SNS의 타임라인을 벗어나 하루에 십 분만이라도 생산 활동에 투자해보세요. 제가 권하는 스마트폰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생산활동은 메모와 노트입니다.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 님의 메모에 대한 생각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복잡한 머리를 비워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솟아납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어느 순간 갑자기 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생각이 떠오를 때 5초 안에 메모할 수 있는 장비(?)를 몸에 지녀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식도 경험도 생각도 메모해야 자기 것이 됩니다. 메모도 기술입니다. 다시 없는 지적 재산입니다. 메모하면 머리가 자유로워집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메모에 머물지 않고 그 메모를 활용할 줄 아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훌륭한 장비를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루에 십 분만 투자하세요. 딱 십 분입니다.


글쓴이 소개: 수탉 선생 김성우는 금융기관에서 오래 근무했으며,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을 비교적 가까이서 지켜본 디지털 생활 삼십 년 차의 할아버지입니다. 현재는 IT 전문가들과 보통 사람들의 사이에서 우리 사회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여러 가지 작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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