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일 저녁, 한겨레 인터넷판 사회면에 르포 기사가 한 편 떴다.
'짜장면 한 그릇 1500원…‘대표 국민음식’ 전통 지킵니다'라는 제목이다. 이 기사는 이미 보아온 ‘값싼 가격 식당’ 소개 기사의 전형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25년 전인 1990년부터 1500원에 짜장면을 판다는 중국집. ‘박리다매’, ‘착한 가격’이란 단어들이 재미도 감동도 없이 나열된다. 이 가격을 맞추기 위해 사장 부부는 “마치 정교한 기계처럼 분주히 착착 움직인다”고도 썼다. 기사를 읽는 내내 거북스럽고 힘들었다. 거기에다 독자에게 감동을 요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식당일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건 사람이 할 짓이 못되는 중노동이다. 낮은 가격으로 이문을 맞추려다 보니 부부는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을 한다. 하루에 300그릇에서 500그릇까지 음식을 만든단다. 기사는 눈을 씻고 봐도 고민한 흔적 한 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있으나, 사진속 상호는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오로지 '착하다', '욕심을 버려 마음이 편하다'는 소리가 앞뒤없이 섞여있을 뿐이다. 참으로 한심한 기사다. 노동 감수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종업원도 쓰지 않고, 12시간 일해서 짜장면을 1500원에 파는 것이 '착하다'면, 사람을 고용해서 8시간 노동하고 4500원에 파는 집은 ‘악하기라도 하’단 말인가.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도 죄다 이 기사에 동조하는 내용이다. 대단하다, 감동적이다, 멋지다는 댓글들. 그중 최악은 '대박나세요'라는 댓글이다. 이 부부가 하루 12시간도 모자라 24시간 일하면 대박이 날까?

'박리다매' '착한 가격'라는 말 속에는 노동에 대한 이해와 계산이 빠져있다. 이쯤해서 우리는 한번쯤 의문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왜 한결같이 '착한 가격'은 시장 진입이 쉬운 밥집, 서비스직이어야만 하는지.

거대 자본들은 각종 법률과 제도, 기술 독점이란 장벽으로 폭리를 취하는데, 왜 소자본으로 어렵게 창업한 밥집들은 '착한가격'이란 허울로 박이 터져라 경쟁하며, 살인적인 노동을 견뎌야만 하는지. 게다가 대기업의 시장 독점은 '경쟁력'이다, '경제 살리기다'며 추켜 세워주면서, 밥집이나 서비스업은 단 천원만 비싸도 욕을 먹고 문을 닫아야 하는지.

그것을 두고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는 우리들의 미감은 또 얼마나 조악하고 천박한지. 우리 사회의 '사람값'에 대한 무지와 불감증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한다.

원문 출처 : 페이스북 <단디뉴스>

서성룡 : 경남 진주에서 쇠를 깎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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