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부천실업고등학교는 1989년 설립자 이주항, 박수주와 몇 명 젊은 교사들이 모여 만든 학교입니다. 정규 학교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만든 학교입니다. 작년까지 야간에 학습하고 주간에 일하는 야간 학교였으나, 올해부터 주간 학교로 전환하여 학생을 모집합니다. 
부천실업고등학교는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 갈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하는 학교입니다. - 편집자 주)
 

박수주(부천실업고등학교 입학담당교사)

 2015년 입학식 모습

신입생 모집이 일단락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겨울방학 중 주말 당직이었는데 일요일 날 오전에 면접을 보겠다고 한 여학생이 허겁지겁 거의 뛰어 들어왔습니다. 혼자 왔냐니까 어물어물 하더니 아빠도 오셨다며 아버지가 들어오셨습니다. 아직 취기가 덜 가신 얼굴에 순박해 보이는 분이셨습니다.

이런저런 안내 후에 “ 아버님은 뭐 하세요?” 하니 “ 나쁜 일해요.” 하십니다. 순간 내가 생각해 왔던 나쁜(?) 일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어떤 일인데요?” 하고 되물으니 고개도 안드시고 “노가다요.” 하십니다. 이어 말문이 트이신 듯 “애 엄마가 애들 어릴 때 집을 나가 혼자 아이들을 키우느라 거의 돌보지 않아 언니도 중퇴하고 집에 있고 얘도 갈 데가 없어요. 다 내가 못나서....”하시며 뒤끝을 흐리시더니 “내가 별 신세 한탄을 다하네.” 하시며 머쓱해 하십니다.

그러자 그 아이가 하는 말 “ 우리 아빠 양아치예요.” 합니다. 말을 하고도 아이는 자기가 어떤 말을 한 건지 파악도 못하는 것 같고 계속 질문을 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 아이의 17년 삶의 굴곡이 뿌리 깊게 아이에게 불안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나간 이후 아니 지금까지도 그 아이의 잔상이 순간 순간 떠오릅니다. 마치 나의 잘못인 것 같습니다. 결국 그날 준 입학원서도 잃어버렸다고 연락이 오더니 입학은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아이에게 ‘버릇이 없다느니, 예의가 없다느니, 집에서 뭘 배웠냐.’ 느니 하는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가정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고 자라야 할 아이가 가정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온전하게 보호받지 못해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 불안으로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이 아이에게 아빠가 나쁜 일이라 표현한 건축노동일이 어떻게 비칠까요?
우리 학교에 면접 보러 오는 아이들은 내신 95% 이상으로 거의 갈 데 없는 아이들입니다. 내신으로 표현되는 아이들의 등급이 친구관계나, 학교적응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리매김 되어 버립니다. 면접 보러 온 아이들의 태도는 보통 두 가지입니다. 크게 사고치고 속 많이 썩혀 죄인 같이 웅크린 아이들도 있고 잔뜩 독이 올라 부모한테 대들고 욕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17년의 상처 받은 삶에서 출발선을 삼자니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올해처럼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은 해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면접 온 아이들 수도 적고 온 아이들도 선택하기까지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많지 않은 수이지만 온 아이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고, 징계, 벌점, 지각, 결석, 부적응, 수업방해...’ 즐겁고 행복해야 할 학교생활에서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많이 맴도는 단어들입니다. 치열한 경쟁교육체제에서 아이들이 받아왔을 누적된 내몰림의 경험이 떠올라 마음이 짠합니다.

아이들은 습관적으로(?), 진심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해 보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우리 학교가 기존의 가치를 뛰어 넘어 대안이 되어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지 조심스럽습니다. 또 다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상처의 깊이가 깊어 쉽게 겉모습, 말 한두 마디로 재단해서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적어 어쩌나.’ 생각도 하다가 지금 온 이 아이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껴야 될 아이들인가 생각하니 결코 적은 수가 아닙니다. 단 한 명이라도 우리 학교에 와서 그간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보듬어 안고 자신감을 찾아간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 같습니다.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출발하여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 면접 때 쓴 아이들의 자기소개서의 일부입니다. <수정없이 실었습니다.>
-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 인성이 중요한걸 알게 되었고
- 중학교에 다닐 때는 애들이랑 어울려 놀아서 사고도 많이 쳐서 징계도 많이 받기도 해서 고등학교 갈 곳도 없습니다.
- 저는 어렸을때부터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한 이유로 학교를 가기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빠지기도 했습니다.
- 중학교때는 수업시간에 수업방에를 해서 벌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 2015년도 전∙ 편입생모집 >
특징: 따뜻한 공동체 학교,
작은학교, 대안학교
모집인원:1,2학년
전.편입생 약간 명(남녀공학)
과정:기계과, 정보처리과
혜택:기초생활수급자/저소득층/농어민자녀 학비면제
모집방법: 서류전형, 면접
모집기간: 수시모집
전화: (032)674-7823
홈페이지 주소: www.jalani.or.kr

부천실고 소식지 "한무릎터" 258호(2015. 3. 10)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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