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4동에 있는 부광초등학교에는 2010년에 인조잔디운동장이 조성됐습니다. 인조잔디운동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운동장 전체에 콘크리트로 포장을 해야 합니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 플라스틱 잔디가 달린 매트를 깔고 잔디 사이에 모래와 충진재(고무칩)를 넣어서 완충작용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공사를 통해 조성된 인조잔디운동장을 완공 5년 만에 전격 철거하게 됐습니다. 조성 예산 6억 여 원이 공중에 날아가고 철거비용 1억 4천만 원이 별도로 들여 콘크리트 쓰레기를 만들게 생겼습니다. 공사기간에 시끄럽고 위험하며 먼지가 날려서 운동장을 못 쓰게 되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으니 그냥 덤이라고 생각해야겠습니다.

인조잔디운동장의 수명은 최소 7년으로 잡습니다. 수명이 끝나도 인조매트와 충진재만 교체하면 되는 영구시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황당한 일이 생겼을까요? 인조잔디운동장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납성분이 과다검출됐기 때문입니다. 빨리 발견하여 조치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학교에 인조잔디운동장을 조성한다고 했을 때 이미 지적됐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있었던 중금속 검출 사례를 제시하며 조성을 반대하는 여론이 거셌는데도 불구하고, 친환경자재를 사용할 것이라는 억지소리를 해가며 강행했으니 얼마나 황당한 일입니까?

부광초등학교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예산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2억 8천만 원, 경기도교육청에서 1억 6800만 원, 그리고 부천시가 2억 5200만 원을 분담했습니다. 2008년도에 부천시 예산이 편성돼 왔을 때 저는 관련 상임위원회에 있었습니다. 먼저 시공했던 학교들의 인조잔디운동장에 대한 문제를 설명하며 이 예산을 삭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 선거구에 있는 학교에 배정된 예산이라 삭감에 따른 부담이 컸지만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니 양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삭감된 이 예산을 예결특위에서 다른 의원들이 살려버렸습니다.

예산이 편성된 이후 해당 학교의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반대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지역의 환경단체와 전교조 등에서도 반대에 함께 했습니다. 마침 납성분이 검출된 인조잔디운동장에 대한 보도도 연달아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도 학교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받아 온 예산을 반납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추궁이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공청회, 설명회 등의 요구도 묵살하고 학부모들에게는 인조잔디운동장의 장점만을 부각한 가정통신문을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학부모 여론조사를 한다며 기명으로 찬반표시를 하도록 했습니다. 누가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학생들에게 손을 들게 했더니 78%가 찬성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공사를 시작한 것입니다.
 

<인조잔디는 경기도 전역에서 문제가 됐습니다. 2008년도에 기자회견, 교육감 면담도 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인조잔디운동장은 인체에 유해하고, 골절 등 부상의 위험이 가중되며,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오래 전부터 노출돼 왔습니다. 충진재로 쓰는 고무칩이나 플라스틱 잔디이파리는 고무화학제품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들이 잘게 부숴져서 호흡기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완구 수준의 안전기준만을 적용했으며, 잔디 이파리는 검사대상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반대한 것인데 ‘친환경 자재로 시공할 것’이라며 공사를 강행했던 것입니다.

이번에 유해성분이 검출된 곳은 부광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상일중학교와 원일초등학교도 있습니다. 정부가 학교 인조잔디운동장을 전부 조사했는데 부천의 9개 중 이 3군데가 기준치를 넘겨 검출됐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친환경 자재라며 납 운동장에서 뒹굴고 놀았을 학생들에게는 누가, 어떻게 보상합니까?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는 조사결과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슬그머니 철거예산만 편성한 것입니다. 이 세 학교는 아직도 운동장을 폐쇄하지 않고 있습니다. 생색내기 좋아하는 정치인들, 무사안일했던 학교관계자, 문제정책을 폐기하지 않은 정부관료들이 아이들을 상대로 실험을 한 꼴입니다.

요행이 기준치 이내로 판정받은 나머지 학교들은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과다검출된 학교들보다 이전에 조성한 운동장도 있습니다. 과연 더 나은 자재를 썼을까요? 채취한 시료가 요행이 문제가 없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터질 문제입니다. 문제가 된 학교들도 시공할 때는 다 문제없다고 했던 학교들입니다. 심지어는 친환경자재를 쓰겠다고 한 학교마저도 문제가 됐습니다. 당장 눈에 안보인다고 안심하시겠습니까? 제가 그 학교 학부모들이라면 당장 걷어내라고 데모라도 하겠습니다. 그 학교들은 부광초, 원일초, 상일중, 상원초, 상미초, 중동초, 역곡중, 수주중, 부천동중 등 9개입니다. 계남중학교와 북고등학교는 학부모들의 반대를 수용하여 인조잔디운동장을 포기한 좋은 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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