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만 모이던 대여섯 명의 아줌마들이, 오랜만에 저녁과 술 한 잔을 하기로 한 날. 가볍게,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섹스 이야기가 나왔다.

오십대초반 여성 둘, 사십대중반 둘, 사십대 초반 둘. 신혼의 달콤함을 넘어, 아이들이 태어나고 여성들은 대체로 아이 돌보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이것도 편견인가?)

영,유아 때는 아이들과 함께 자는 경우가 많고 남편과의 섹스 중에 아이가 깰까, 또 섹스를 통해 원하지 않는 임신이 될까 심리적으로 부담감도 높은 편이다. 그 시기를 지나온 이후이니 좀 더 자유롭게 성을 나눌 수 있는 나이대인 여성들이 모인 거다.

50대 미숙언니는 다른 약속이 있어 먼저 일어섰고 남아있는 언니에게 질문이 던져졌다.

“언니는 얼마만에 해?”

“우리는 각방 써, 별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자연스레, 뭐 그런데.”

“원래 언니는 싫어해? 언니 절에 열심히 다니잖아? 종교적인 거?”

“그런 건 아니고,, 귀찮고 그래.”

“남편도 그런가? 섹스 안하고 그렇게 가도 별 문제없어? 이야길 나누보긴 했어?”

“그런 이야긴 안해 봤는데...”

 

 

평소 자기 일상과 생각들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나누는 모임이다. 대화는 활기를 띠고 이어졌다.

“은희씬 어때?”

“아우 나도 귀찮아.왜그러냐하면 늦게까지 집안일해놓고 자는데 남편이 꼭 새벽에 옆에 와서 그럴려고 해, 난 피곤해서 한참 자고 있는데. 출근해야 되는데 말이야. 그래서 신경질내고 안받아줘. 싸이클이 안맞아.”

“그럼 주말에 하면 되지.”

“그렇긴 한데 요즘엔 좀 귀찮아. 하면 오르가즘에 오르긴 한데..”

“헉,, 오르가즘? 어떤 느낌이 오르가즘인데??”

그러자 모인 사람들 중 제일 막내 지연씨가 대화에 뛰어든다.

“그 느낌은 전기가 찌르르 통하는 느낌같은 거라.”

“어머 그런 거야? 찌르르 전기가 오는 것? 그렇담 나는 지금까지 섹스를 해도 오르가즘을 못느낀 건가봐. 좀 자세히 이야기해봐봐야”

이어 막내 지연씨의 경험담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내가 남편이랑 결혼한 이유 중에 하나가 섹스가 잘 맞았던 것도 있는 것 같아. 요즘엔 남편이 주말되면 오는데 밤에 섹스 못하면 우린 낮에도 해요. 그럴 때 애들이 방문을 두드릴 때가 있어요. 그러면 나는 엄마, 아빠 사랑나누고 있으니까 좀있다 와, 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걸 남편은 좀 불편해해.

나는 애들도 엄마, 아빠의 사랑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어쩌다 섹스를 못하고 한 주를 보내면 짜증이 나기도 해. 그래서 남편한테 ‘섹스도 안해주고’ 하면서 투정부릴 때도 있어.”

언뜻 듣기에 파격적이다. 섹스를 해달라고 하는 쪽은 보통 남자들이지 않은가?(이것도 선입견인가?) 그녀는 예쁘장한 외모에다 참한 사람이다. 거기다 섬세한 감성과 따뜻함을 가진. 흔히들 알고있는 섹스를 좋아하게 생긴 스톼일도 아니고(섹스 좋아하는 남녀는 얼굴에 표식을 달고 있나? 이런 바보같은).

물론 그와 그녀는, 삶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이 엇비슷한 짝이다.

“야아 너 되게 솔직하고 좋다야. 멋지다아. 근데 오르가즘은 매번 느껴?”

“그렇진 않고. 딱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오늘은 될 것 같은데 할 때가 있어요. 뭐랄까? 경운기 시동걸 때 푸드득 푸드득 몇 번을 그러다 시동이 탁 걸린 때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큭큭“

(얘는 외모는 세련돼가지고선 역시 표현도 농촌출신답다.)

옆에 있던 같은 또래의 민영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어머나 그런 느낌인가? 울 집은 남편이 섹스를 자주 하길 원하고 나도 맞춰주려고 하는데 난 그런 느낌은 느낀 적 없어. 그냥 하고나면 개운한 느낌?”

(섹스가 등산이냐, 아님 목욕탕 싸우나냐? 아이고.)

“근데 내 친구가 애가 셋이고 남편은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 저녁마다 매일 섹스를 하자고 한 대요..”

지연씨가 폭탄처럼 한 말에 모두가 다같이 머리를 흔들어댄다.

“에구 힘들겠다. 본인이 싫으면 안한다고 해야지, 좋은가?”

“매일이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걔도 힘든데 그렇게 안맞춰주면, 남편이 애들한테 짜증을 내고 화를 낸대, 그래서....”

“무슨 다른 취미생활을 가져야지, 부부간의 섹스가 무슨 매일의 스트레스 배출구도 아니고 말이지, 도대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는 거야, 없는거야? 힘들겠다, 섹스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구만.. 애들도 애들이지만 안받아주면 다른 데 가서 해결을 할 것 같은 불안감도 있지 않겠어..?”

부부간의 성이란, 그 부부의 문제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서로간의 사랑을 확인하고 위무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자주 하든 아니든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의 일방성이 관계를 끌고가선 안된다. 서로가 섹스를 안하고도 관계에 문제가 없으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좋은 부부관계를 원하고 서로가 섹스에 대한 욕구가 있다면 맞춰나가는 것이다. 서로가 기쁘고 즐거운 섹스를 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섹스에 대해 서로 솔직히 말하는가?

“내가 이럴 때는 피곤하니까 어느 요일 이런 시간대에 하면 좋겠어. 어때?”

“당신이 이렇게 해주면 내가 더 기쁘고 행복감이 들겠어.”

“서로 더 흥분되는 지점이 어딘 지 찾아보자.”

이런 솔직하고 사랑을 담은 대화가 필요하다. 그건 그렇고 말이지, 나도 죽기전에 오르가즘은 함 느껴봐야 할텐데. / 이진(40대 주부)

<편집자 주> '단디네 랄랄라 섹스 이야기'는 목욕탕이나 찜질방에서 아줌마들의 이야기, 술집에서 남자들의 이야기(아, 중년 이상이 되면 남자들이 오히려 여자들보다 솔직하지 않다카더라고요~) 못지않은 이야기를 기대합니다만. 일단은 음지에서 놀고 있는 성생활과 성지식을 양지로 끌어들이고자 합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기고(성경험담) 환영합니다. 정해놓은 필자 이외 누구든 순서없이 끼어들어도 좋습니다. 불편하다면 필명 또는 익명으로 게재하겠습니다.

출전 : 단디뉴스(2015년 4월 1일 진주에서 창간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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