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희망유니온 부천 지부 임은 씨를 만나다

노동은 생존이다

조용필이라는 가수는 이런 노래를 불렀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이 가사를 이렇게 살짝 고쳐도 말이 된다. “누가 노동을 아름답다 했는가!” 평생 놀고 먹어도 되거나 삶을 포기한 사람을 제외한다면, 거의 모든 사람은 노동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좋든 싫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노동이다. 어떤 이에게는 즐거울 수 있지만 다른 이에겐 지긋지긋할 수도 있는 것이 노동이다. 노동이 소중한 이유는 노동 자체가 신성하고 거룩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 즉 생존의 문제와 바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시대의 노동은 돈줄을 쥔 사람들이 돈이 필요한 사람들 여럿을 ‘고용’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고용주들 대부분은 일 잘하고 활기찬 젊은 노동자가 와 주기를 바란다. 자연히 ‘장·노년층’들은 젊은이들이 몸담지 않으려 하는 열악한 일자리에 몰리게 된다. 지난해 10월 서울 압구정의 모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들의 폭언과 욕설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몸을 불사른 사건은 나이 든 사람들이 노동 현장에서 어떤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나마 일자리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일자리 없는 시대에 취업은 이미 하늘에 뜬 무지개 같은 것이 되었다. 낚싯밥처럼 대롱거리는 일자리들은 죄다 비정규직이고 그것도 얼마 못 가 정리해고 대상이 된다. 노동이라는 것의 가치는 이미 오래 전에 산산조각 났다. 수많은 젊은이들마저 무지개를 잡으려다 땅으로 추락하고 있는데 나이 든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일을 구해 먹고살아야 하는가? ‘노후희망유니온’이라는 단체는 바로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노후희망유니온 사무실에서 만난 임은 씨

노후희망유니온 임은 씨의 이야기

“노후희망유니온은 작년 9월에 정식 설립허가를 받은 노동조합입니다. ‘노후희망유니온 노동조합’이 정식 이름이죠. 직업이 있든 없든 50세 이상만 조합원으로 받습니다.”

원미초등학교 맞은편 부천시민연합 사무실 옆에 있는 노후희망유니온 부천 지부 사무실에서 임은 씨를 만났다. 임은 씨는 노후희망유니온에서 미디어국장을 맡고 있다. 부천 지부에서는 부지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노후희망유니온은 전국 조직이에요. 본조(식당에 본점이 있듯 노조에도 ‘본조’가 있다)는 서울 영등포에 있습니다. 작년 9월에 본조가 설립됐고 지금은 지역 지부를 하나씩 결성하는 중이죠. 곧 창원 지부가 만들어질 예정이고 안산, 시흥, 의정부 등 곳곳에서도 지부를 준비하고 있어요. 서울에서는 각 구마다 지부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천 지부는 언제 생겼으며 주로 누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을까?

“노조 설립만 1년 정도 준비했어요. 부천 지부는 창립총회를 2월 27일에 했죠. 조합원은 현재 부천에만 75명 정도. 전국으로는 350여 명쯤 됩니다. 전에 노조에서 일했던 사람, 직장 다니다가 퇴직한 사람, 현재 직장 다니고 있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있어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조합원이 더 늘겠죠.”

 

노후희망유니온은 어떤 곳인가

임은 씨는 노후희망유니온은 기본적으로 ‘장·노년층의 일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나이 먹으면 일자리 구하기가 굉장히 힘들잖아요? 근데 그렇다고 일 안하고 살 수는 없죠. 저희는 교육국에서 협동조합이나 노동조합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는 한편, 조합원들에게 직업을 알선해 주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5월 말쯤에 직업소개소 허가가 나오면 50세 이상 장·노년층 조합원들에겐 무료로 직업을 알선해 줄 예정이에요.”

즉 노후희망유니온은 장·노년층을 위한 ‘노조’이면서, 조합원들이 ‘노동자’가 될 수 있도록 노동 현장과 연결해 주는 일을 하는 ‘직업소개소’의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흥 쪽 노후희망유니온은 시청이랑 연결해서 시흥시 시설관리공단에 필요한 인력이나 공영주차장 주차요원 같은 일자리를 따내고 있어요. 저희 부천 지부도 앞으로 시흥처럼 시청과 연결해 주요 일자리들을 확보할 예정이에요. 저희 조합원들이 더 많아지면 아무래도 시청이 저희 쪽에 일자리를 주려 하겠죠. (웃음)”

노후희망유니온 부천 지부는 옆 사무실에 있는 부천시민연합과 이웃사촌이나 다름없는 관계라고 임은 씨는 말한다.

“부천시민연합 차원에서 조합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꽤 됩니다. 부천 지부가 전국에서 조합원이 가장 많은데요. 아마 노후희망유니온 본조 공동위원장이자 부천 지부장인 이용식 씨가 부천 분이면서 전에 부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했던 분이라서 그럴 거예요. 나중에 직업소개소 허가 나오면 부천시민연합과도 연계해서 일자리 구하려는 사람들 접수도 받고 해야죠. 또 저희가 앞으로는 독거노인 돕기 같은 사업도 진행할 예정인데요. 그게 지금 부천시민연합에서도 하는 사업이라 같이 맞춰 가면서 협조해야 할 거예요.”

 

‘일할 권리’와 ‘권리를 주장할 권리’를 위하여

노후희망유니온 부천 지부 사무실은 아직 휑하다. 사무실 입구에 현판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사무실 개소식을 5월 28일에 한다고 했다.

“28일 낮 12시부터 밤 9시까지 이곳 사무실에서 개소식을 합니다. 50살 넘으신 분들은 개소식 오셔서 저희 노동조합에 가입하시고 일자리 창출하세요. (웃음)”

끝으로 임은 씨는 콩나물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덧붙였다.

“조합원이 많아질수록 저희에겐 큰 힘이 됩니다. 지금도 최저임금도 못 받고 노예처럼 일하고 계신 분들이 많잖아요. 일자리가 없는 분들에겐 일할 권리를 드리고, 일하고 계신 분들에겐 자기 권리를 주장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그게 저희 노후희망유니온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많이 홍보해 주시고 많이 가입해 주세요.”

 

노동에서 삶으로

임은 씨가 손에 쥐여 준 홍보물에는 노후희망유니온 창립선언문이 적혀 있었다. 선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노후희망유니온의 이름으로, 노후의 희망이 인간의 존엄한 삶을 가장 아름답게 가꾸는 것임을 선언한다.’

노동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노동 없이 사람의 삶은 아름다워지지 않는다. 사람의 존엄이라는 것은 스스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스스로의 생활을 책임질 수 있어야 비로소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의 끄트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노후희망유니온이 내세우는 가치는 결국 삶에 관한 것이다. 누군가에겐 즐거울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겐 지긋지긋할 수 있는 노동은, 이미 노동이라는 것의 가치가 산산조각 나 버린 이 시대에도, 결국 삶일 수밖에 없다. 이는 나이가 많든 적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원리겠지만, 취업 전선에서 점점 소외돼 가는 장·노년층에게 노동은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노후희망유니온 홈페이지 : http://cafe.naver.com/seniorunion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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