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옆 시유지 1만평을 통칭 문예회관 부지라 부릅니다. 그 일부에는 청보리가 시원하게 자라고 있기도 합니다. 이 부지는 중동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문예회관과 호텔을 위한 용도로 지정된 곳인데 이 곳을 민간 개발업자에게 매각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만지작거리던 계획인데 이제는 구체적으로 실행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지난주에 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매각 건을 심의했는데 보류시켰습니다. 일단은 매각승인을 막은 셈입니다.
 
저도 매각보류에 찬성했습니다. 이 부지를 팔아서 무엇이 들어올 지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이 부지에 대해 처분전략을 세우기 위해 예산 2억 원을 투입하여 용역을 진행하는 중이고, 아직 용역 중간보고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매각승인을 해 달라는 것은 백지위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부지는 중동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도시계획이 된 곳입니다. 중간에 3층 이하의 상가를 놓고 북쪽에는 호텔, 남쪽에는 문예회관이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2008년, 당시 홍건표 시장이 도시계획을 바꿨습니다. 100층 이상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애초 계획했던 호텔은 적당한 사업자가 나서지를 않아서 추진이 어렵고, 문예회관은 까치울역 근처에 만드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용적율을 올려서 값이 올라가니 이를 팔아서 문예회관 건립비용 등에 충당하겠다고 했습니다. 두바이 벤치마킹도 다녀왔습니다. 소위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는데, 당시 시의회 소수당이던 민주당이 이 계획을 좌절시켰습니다. 
 
 
미워하면 닮아가나 봅니다. 이렇게 홍건표 전 시장이 만들어 놓은 계획을 현 시장이 거의 그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현 김만수 시장이 문예회관 부지 매각계획을 의회에 제출한 것입니다. 정작 문예회관은 중앙공원에 건립하겠다고 했습니다. 주민반대가 많다고 했더니 의회가 승인해주면 그 다음에 협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선후가 바뀌었다며 적극 반대를 했지만 전 시장 때는 반대를 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매각을 주도하여 결정해 버렸습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반대에 표결을 했던 저에게는 이 일이 탈당을 결심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무리를 해가며 매각을 승인받았지만 결국 문예회관도 짓지 못하고 매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중앙공원에 문예회관을 건립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 여론에 밀려 2014년 선거운동 막판에 포기를 선언한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억지 표결을 했나 싶습니다. 시의회의 결정은 최종적인 것입니다.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세워놓고 의결을 주문해야 할텐데 기본도 안 해놓고 의결부터 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전임 시장 때 반대하던 사람들이 앞장서서 백지위임이나 다름없는 의결을 해 준 것입니다. 행정망신, 의회망신입니다. 그런데 다시 이런 일을 반복하려 한 것입니다.
 
시집행부는 지난해 이 부지 처분전략을 수립하겠다며 예산 2억 원을 세워서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용역은 올해 3월에 납품받을 계획이었습니다. 날짜가 지났지만 아직 중간보고도 하지 않고 이런저런 소문들만 흘러 다녔습니다. 개발이 임박했다며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있다는 말도 들렸습니다. 빨리 용역결과가 나와야 이를 바탕으로 처분이든 개발이든 논의를 해야 할 상황인 것입니다. 그런데 별안간 매각계획이 제출됐습니다. 진행 중인 용역내용을 간이 보고자료로 만들어 매각의 당위를 설명하려 합니다. 시의원들만 설명을 들으면 그만인가요? 여론수렴도 없이 9명의 시의원이 표결로 결정하면 민주주의인가요? 
 
 
자료에 따르면 이 부지 사업권을 민간사업자에게 주기는 하는데 부지 내에 문예회관과 호텔을 짓는 것을 조건으로 걸겠다고 합니다. 부지 내에 있는 시유지와 도로를 민간사업자에게 팔고 중간의 상가도 민간사업자가 살 수 있도록 지원하여 1만평을 한꺼번에 개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입니다. 문예회관은 민간업자가 짓게하여 기부채납 받고 호텔은 의무적으로 건립하는 것을 조건으로 공모를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공모내용을 심사하여 적정한 사업자를 선정하는, 공모에 의한 수의계약 방식입니다. 개발 후를 상상한 그림을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고밀개발을 찬성하지 않습니다. 1천평이 넘고 건축비만 1천억 원이 소요될 문예회관을 기부채납할 정도의 사업이면 개발업자는 얼마나 남겨야 할까요? 과연 순조롭게 건축이 마무리될 지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이런 계획을 공개하여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각부터 승인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길주로변에 이런 고층빌딩을 유도하는 것이 적합한지, 문예회관은 2천석을 고집하더니 왜 갑자기 1700석이 됐는지, 문예회관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따져보야야 합니다. 교통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요? 요컨대 덮어놓고 매각부터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당장 매각하지도 못할 일입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하더라도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결정한 후에나 매각이 가능합니다. 
 
지금 안 팔면 큰 손해를 볼 것처럼 서두르는 것은 거간들의 일입니다. 충분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 시점에서 서둘러 매각요구를 하는 것은 2012년처럼 백지위임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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