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제를 시행한다고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었습니다. 현재의 동(주민센터)을 그냥 둔 채 구청만 3개로 쪼개는 계획이 아니냐는 반대에 직면했습니다. 시-구-동으로 된 3단계 행정 구조를 시-대동으로 간소화하는 대동제라면 반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동제를 시범실시하기로 한 소사구의 현장설명에서 많은 반발이 있었다고 합니다. 소사구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들도, 다른 지역의 시의원들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결국 시의회 임시회에서 시장이 항복선언을 했습니다. ‘시행시기를 늦추고 연구용역,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한 시민적 합의를 이룬 후 3개구 전체를 일괄 시행하자는 시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정부와 시행시기 및 확대범위를 협의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내년 1월부터 소사구를 없앤다는 기존 계획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행정은 큰 신뢰를 잃었습니다. 기자회견을 하고 시정소식지 등을 통해 확정된 것처럼 홍보를 했는데 원점재검토나 다름없이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중앙언론을 통해 전격적으로 발표될 때까지 의견수렴은 전혀 없었습니다. 시의회조차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물어봐도 추진중이라는 답만 돌아 왔습니다. 시민은 그냥 통치 대상이고 의회는 통과절차로만 취급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시민들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생기지 않았을 일입니다. 급하게 가려다가 신뢰도 잃고 일도 못하게 된 것입니다. 화장장 사례, 법무부 보호관찰소 사례, 중앙공원 문예회관 사례 등등에서 교훈을 얻었어야 하는 일인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최근 발생한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시청 홈페이지나 SNS 등에는 부천 한 복판으로 지나간다는 초고압선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고압선으로 인해 발생할지 모르는 전자파를 걱정하는 목소리들입니다. 밀양 같은 사태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합니다. 변전소가 들어온다고 알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공사대상지 주변 주민들은 이미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전에서 하는 공사입니다. 고압선이 지나가는 것도 맞습니다. 무려 345kV의 초고압입니다. ‘수도권 서부지역 전기공급 안정화를 위한 전력구 공사’라고 합니다. 고압전력선을 넣을 직경 3m짜리 터널을 지하 40m에 시공하는데(TBM공법), 굴착한 흙을 지상으로 퍼내는 공사장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공사장은 공사 후에도 없애지 않고 지하터널 점검을 위한 수직통로 및 환기구로 활용하게 됩니다. 부천에 이런 공사장 4곳이 필요하여 점용허가를 신청한 것이고, 시는 주민설명회 등을 조건으로 허가해줬다는 것입니다.

 

한전이 선정한 공사장은 상3동 진달래마을 근처와 중3동 꿈빛도서관 근처, 부천소방서 옆 한마음 공원, 그리고 유한대 근처 등 4곳입니다. 제 지역구인 중3동 공사장 인근 주민들이 제일 먼저 이 사실을 포착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비교적 초기부터 이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저 역시 전자파 걱정부터 했습니다. 지하에 매설된 전력선에서 송전탑보다 더 많은 전자파가 나온다는 보도가 우려를 더 증폭시켰습니다.

 

보도를 추적해보니 장하나 국회의원과 환경보건시민연대가 지난해 발표한 내용에 근거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보도를 종합하고 환경보건시민연대에 확인해보니 거기서 조사한 전력선은 지하 3~4m에 매설된 것들 이라고 합니다. 지하 40m면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자파 걱정이 해소된다하더라도 굴착공사 자체가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공사장 주변의 통행불편과 위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공사 후 남게 될 환기구는 어떤 모양인지, 안전할지도 궁금해 합니다. 무조건 주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하는 사안입니다.

 

반대 민원을 감지했지만 시는 한전에 미루고, 한전은 별문제 없다며 공사를 진행하다가 문제가 커졌습니다. 이제 주민들은 무슨 설명도 들으려하지 않습니다. 신뢰를 획득하기 전에 공사부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착공 전에 차분히 설명하고 설득했으면 이렇게 됐을까 싶습니다. 이런 공사가 처음이 아니었을테니 현장 방문도 가능했을 것이고 공동으로 전자파를 측정해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이제는 주민들 누구도 한전이나 행정기관을 신뢰하지 않으려 합니다. 주민들을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행정이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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