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이번 회에는 짧은 메모보다는 긴 글을 쓰는 노트 도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데스크톱으로 글을 쓰는 도구 중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워드 프로세서는 ‘한글’ 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워드’ 겠지만, 온라인으로 웹에서 글을 쓰시는 분이라면 글을 발행하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에디터(편집기)를 주로 이용할 것입니다.

블로그나 카페 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써 보신 분이라면 에디터가 무엇인지 아실 겁니다. 에디터를 보면 글 쓰는 공간의 위와 옆에 산만한 방해요소들로 가득합니다.

 

최근에는 간결함을 내세우는 글쓰기 도구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화면(캔버스) 외에는 산만한 요소들을 한껏 제거하여 글쓰기에만 집중하도록 한다는 의도에서입니다. 간편하고 단순한 글쓰기 도구들은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며 최소의 미학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들의 입맛을 맞추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어떤 앱에는 미니멀 리스트들을 위한 글쓰기 도구라는 설명도 따라붙고 있을 정도지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런 간결한 글쓰기 도구들이 유행하는 것은 간결함과 집중만이 중요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모바일 세상이 우리 곁에 왔기 때문입니다. 데스크톱에서 잡지를 꾸미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여러 가지 글 꾸밈 서식(format)은 모바일 화면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웹상에서 글을 발행하기 이전의 단계, 즉 초안(草案)을 쓰는데 좋은 도구들을 몇 개 소개합니다.

1. 젠펜(ZenPen)

제가 알고 있기에는 가장 깨끗한 화면의 글쓰기 도구입니다. 그림과 같이 정말 깨끗합니다.

 

http://www.zenpen.io/

회원 가입도 로그인도 필요 없습니다. 웹 브라우저(크롬이나 IE)에서 위의 주소만 입력하고, 그냥 쓰면 됩니다. 처음 가면 다음 사진과 같은 안내 글이 나올 것입니다. 제목과 본문을 지우고 써내려가면 됩니다. 왼쪽 아이콘의 기능은 하나씩 클릭해서 알아보세요. 

 

최소한의 글 꾸밈은 마우스로 블록을 지정하면 블록 위에 나타납니다. 글을 쓰고 앱을 종료하고 다시 열면 바로 직전에 써 놓은 글이 열립니다. 클라우드 시대의 기본 중의 기본인 공유도 동기화도 되지 않습니다. 모바일 앱도 따로 없습니다. 쓴 글을 굳이 보관하려면 귀찮게 따로 저장해야 한다. 이런 기능들에 익숙한 사람들은 짜증 날 수도 있을 정도로 단순합니다.

 

‘글의 흐름에만 몰두하라’고 선(禪: Zen)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듯합니다.

2. 미디엄(Medium)

글을 쓰는 화면을 캔버스로 부르며 깨끗함과 단순한 화면을 선보인 것은 미디엄이 주도했습니다. 그 후로 많은 앱이 미디엄의 흉내를 내고 있지요.

 

https://medium.com/

SNS와 궁합이 잘 맞아 테크 관련 글을 많이 쓰는 제게는 글을 발행하기에 편한 앱입니다. 굳이 글을 발행하지 않더라도 드래프트(초안)모드에서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모바일은 아이폰용 앱만 제공합니다만 모바일에서 긴 글을 쓰려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합니다. 자동저장, 공유, 협업 기능이 제공됩니다. 이미지, 음성 및 동영상도 아주 쉽게 올릴 수 있습니다. 긴 글을 즐겨 쓰는 사람의 SNS 플랫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디엄에서 제가 발행한 글을 참조하세요.

도로명 주소 유감 http://bit.ly/1DBzAqg

3. 에버노트

세계 최강의 노트라고 불리는 에버노트(Evernote)의 모든 기능을 몇 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웹 콘텐츠의 클리핑 용도로 주로 사용했던 에버노트를 요즘 들어 더 자주 사용하게 된 것은 에버노트가 판올림(Upgrade)을 거듭 하면서 캔버스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에디터 형식의 메뉴가 있었는데 한껏 감추고 단순함을 따랐습니다. 예전처럼 왼쪽의 글 목록을 보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좋습니다. 그래도 글 꾸밈이 필요한 사람들의 요구를 거의 충족시킬 정도는 됩니다. 글 꾸밈 서식을 지정하는 메뉴가 젠펜이나 미디엄과 비교하면 슬슬 많아진 것을 보시기 바랍니다. 워낙 많이들 쓰는 앱이라 다른 사람들과 널리 공유하는 효용성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림을 올리기 쉽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자동저장, 동기화, 공유, 협업이 가능하다. 최근에 에버노트는 메시징(채팅) 기능까지 추가했는데 저는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소개한 도구들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앱이 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이 다양한 기능보다는 단순함과 집중을 강조하는 앱을 소개하는 것이니만큼 세세한 기능을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물론 미디엄이나 에버노트는 다양한 기능이 숨어있지만 여기서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단순함은 취향이 아니고 다양한 글 꾸밈과 부가 기능이 필요한 분들은 구글 독스(Google Docs, MS 원 노트(OneNote), 워드 온라인(Word Online), 스택에딧(StackEdit) 등으로 발품을 팔아보셔도 좋습니다. 모두 무료이며 여러분이 써주시기만 목을 빼고 기다리는 앱들입니다.

 

[글쓴이 소개: 수탉 선생 김성우는 금융기관에서 오래 근무했으며,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을 비교적 가까이서 지켜본 디지털 생활 삼십 년 차의 할아버지입니다. 현재는 IT 전문가들과 보통 사람들의 사이에서 우리 사회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여러 가지 작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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