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함정과 덫, 공포마케팅에서 살아남기

 금융회사에게 있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고객님’이 아니다. 애초부터 고객님이었던 적이 있었나? 안전하다고,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던 은행도 당신을 그저 돈주머니로 여길 뿐이다. 은행은 돈 안 되는 고객을 입구에서부터 차단한다. 은행 입구에 늘어서 있는 ATM기를 보라. 자잘한 업무를 보러 온 서민 고객들은 은행 안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한다. 설마 이걸 고객의 편의를 위한 은행의 배려라고 믿었는가. 당신은 너무나 순진하고 착한 고객, 요즘 말로 호갱이다.

 서점에 가면 ‘나는 이렇게 부자가 되었다’, ‘서른 전에 3억 만들기’ 따위의 거창한 제목을 단 재테크 서적이 홍수다. 이들의 가르침대로 해서 결실을 거둔 사람이 과연 현실에 존재하기는 할까?

 제도는 불안해진 우리들의 삶을 안정화해 주기는커녕, 재벌과 자본의 이익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제도마저 우리를 무한경쟁의 급류 속으로 내몰고 있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로 대표되는 금융회사, 그들과 단단히 링크된 언론이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서 일치단결한다. 허울뿐인 ‘재산 관리’와 공포를 조장하면서 간신히 생존해 가는 가계를 재테크 전선에 뛰어들게 했다. 금융자본주의 세상에서 만들어진 투자시장은 다수의 손해를 바탕으로 소수만이 이익을 챙겨가는 구조다. 애초에 판이 그렇게 짜여 있었다.

 지금까지 호갱으로 살았더라도 더는 남 탓, 환경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다. 모르면 불편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힘들게 번 내 돈이 수중에서 사라진다. 힘들게 번 ‘내 돈’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낯선 이름의 제도와 정책이 쏟아지더라도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 방송과 신문이 금융회사와 이해관계를 맺으며 거짓 정보를 떠들어도 귀를 막을 줄 알아야 한다.

금융 브로커와 맞장 뜬 네 명의 저자, 욕먹을 각오로 금융시장을 고발하다

 이 책은 독자들의 소중한 권리를 조금이라도 찾고, 금융 상품을 고르는 안목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자 만들어졌다. 재무설계사도 많고 재무상담사도 흔해 빠진 세상이다. 재무설계에 정답이 있지 않듯이, 재무상담사의 올바른 표본도 많지 않다. 윤리적인 상담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이들이 뭉쳐 이 책을 썼다. 고객을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며 돈을 성공이라 부르는, 금융 브로커들에게 네 명의 저자들이 맞선다. 고객의 이익과 재무적 안정을 생각하는, 재무상담사의 모범이 되고자 고군분투하던 이들이 의기투합해 그간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냈다. 다양한 상담 사례와 고객들의 안타까운 사례들을 모아 금융 호구가 되지 않는 법을 안내한다. 현장에서 건져 올린 이들의 생생한 조언이 내 돈을 지키는 법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애초에 보험사가 내놓은 노후 준비 상품들은 대부분 부유층을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보험사들은 미리부터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소득이 양극화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구매력이 있는 부유층을 상대로 멋진 광고, 그럴 듯한 노후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보험상품을 팔았다. 그 대신 중산층과 서민층 소비자들에게는 공포와 불안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멋진 노년을 보내고 싶거든 2, 30대 때부터 최대한 많은 돈을 노후 준비에 투자하라고 종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상품 설명만 해서는 소비자를 설득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들은 노후 자금 규모를 뻥튀기한다. 물가상승률은 최대한 높게 잡고 투자수익률은 아주 낮게 잡는 것이다.- 32쪽

신문도 방송과 마찬가지로 이해관계에 따라서 기사 내용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을 그대로 베끼기도 하고 제목을 일부러 자극적으로, 과장해서 뽑기도 한다. 경제신문에서 신문의 주요 광고주와 건설업체, 주요 독자들인 부동산 부자들에 영합하는 기사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또 특정 경제연구소나 협회에 소속된 전문가 의견이 대세인 양 다루기도 한다. 이러한 경제연구소나 협회 뒤에는 거대기업이 있다.- 61쪽

보험회사는 쌍방이 조율할 수 있는 분쟁도 일단 소송부터 하고 본다. 소송을 걸면 심적인 부담을 느낀 고객들이 보험금의 일부만 받고 포기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소송을 제기하면 보험사가 주도권을 잡기 때문에 70~80%는 보험사에 유리하게 결정된다고 업계에서는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17대 국회의 국정 보고서를 보면 보험회사와 소비자 간의 소송에서 소비자가 이길 확률은 4%밖에 안 된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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