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시청 옆 문예회관부지 개발이 핫 이슈였습니다. 부천시민연대회의는 '부실한 처분계획을 근거로 시민의 땅을 상업적으로 매각하겠다는 부천시'를 비판하며 ‘매각계획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지역언론 <부천매일>은 '막연한 개발이익을 놓고 벌이는 불확실한 사업'이라고 이 사업을 진단한 조명래 교수(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의 발언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http://www.bcmaeil.com/bcmaeil/news/?pageUrl=news_view&news_num=7224

더 뜨거웠던 곳은 시가 개설한 토론방이었습니다. ‘중동 특별계획 1구역 복합개발’에 대해 의견수렴을 한다며 시가 토론방을 개설한 것입니다. 토론방 개설은 이메일로 알려졌습니다. 제게는 23일 0시가 넘은 시각에 배달됐는데, '바람직한 도시발전과 지역 활성화 거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간 용역사업을 통해 특별계획1구역의 토지이용 활성화 및 전략적 토지처분 방안을 마련하여 시민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며 의견수렴기간은 6. 22.(월) ~ 6. 26.(금)까지라고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전혀 계획했던 일이 아니었는데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나서는 속내가 궁금했습니다. 의견수렴조차 안한다고 하니까 형식적으로 요건을 갖추려는 조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시 홈페이지에 마련된 공감토론방은 오프라인 시민토론회를 위한 사전 의견수렴 공간으로 활용하는 취지인 것 같았습니다. 모두 45개 주제로 토론방이 있었는데 실제 참가자는 거의 없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참가자가 한 명도 없는 토론주제가 수두룩하고 보통 1~5명 정도만 토론이나 투표에 참가한 것입니다. 이런 곳에 토론방을 개설해놓고 의견수렴을 하겠다하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막대한 용역비를 들여 연구를 한 이런 사업의 경우는 연구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경, 교통, 도시계획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지정토론을 하는 공청회 방식의 토론이 필요할 것입니다. 용역을 발주하기 전에 난상토론으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을 거친다면 더 좋겠지요. 그런데 우리 시는 이런 과정을 모두 생략했습니다. 개발을 미리 상정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용역을 예산 9억 원을 들여서 진행한 것입니다.

용역을 통해 개발의 그림이 나온 것이 지난 5월입니다. 5월 임시회에 부지매각을 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의원들도 그 때 보고를 받았으니 시민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부지매각은 사업 시행 전 마지막 관문입니다. 외부검토 한 번 없이 매각을 승인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매각요구는 보류시켰지만 변칙적인 '감정평가예산'을 통과시켜줬습니다. 7월 정례회에서 매각승인만 받으면 일사천리입니다. 이렇게 마무리 절차를 강요하는 와중에 마련된 의견수렴이니 무슨 진정성이 있습니까?

이런 형식적인 놀음에 관심을 가지는 자체가 모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무시해버리면 예전처럼 참가자가 없이 흐지부지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은 달랐습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토론방 개설 사실을 전파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토론방에 들어가 보니 처음에는 찬성투표만 드문드문 보이다가 어느 순간 반대투표도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반대가 좀 앞설라치면 찬성이 그 두 배로 늘어나는 등 엎치락뒤치락하더니 목요일쯤에는 반대가 완전히 압도해 버렸습니다.

최종 323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반대 247명(76%), 찬성 76명(24%)으로 집계됐습니다. 토론방 개설이후 최고의 참가수를 기록했습니다. 형식적인 토론을 하려다가 진짜 소통을 맛본 셈입니다. 단순히 참가숫자가 많다거나 반대가 많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자유의견을 쓰는 난에 무려 135명의 시민이 의견을 썼습니다. 개발을 반대한 시민도 많지만 형식적인 의견수렴에 분노하는 시민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알고 싶어 하는 시민들의 귀를 막고 참여하고 싶은 시민의 입을 막은 채 사업을 강행하려 한 것입니다. 소통을 강조하던 시장이 소통으로 욕을 먹는 어이없는 상황입니다.

일부 반대세력들이 집단으로 몰려와 난장질을 했다고 폄하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개인정보를 공개해가며 번거러운 과정을 거쳐 회원가입을 하고서야 가능한 참여입니다. 시민들의 분노를 헤아려야 할 일대 사건입니다. 의견수렴도 없이 개발을 밀어붙인데 대해 시장이 직접 사과해야 합니다. 시의회 또한 이번 일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의견수렴을 해 봤으니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의회가 기다려야 합니다. 아무 조치 없이 시장의 요구대로 매각 건을 처리해주려 한다면 시의회 역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