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재정문화위원회는 3일, 구 문예회관 부지를 매각하여 1500세대 아파트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부결시켰습니다. 너무나 허술한 계획이라는 지적입니다. 여론수렴하랬더니 인터넷 설문조사가 전부입니다. 그나마 반대가 대부분인데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첫째, 학교문제를 전혀 고민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1500세대 아파트가 들어오면 학생 수는 얼마 정도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담당과장은 당당하게 “모르죠”라고 대답했습니다. 교육지원청에 전화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시 담장직원이 이미 문의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과장은 모릅니다. 부지 내에 학교를 신설할 계획은 없답니다. 인근 학교로 보내고 입주자들로부터 학교용지 분담금 받아서 증축해주면 된다는 것이 대안의 전부입니다.

 

가구수의 25% 정도에 초등학생이 있다고 추정한다는 것이 교육지원청의 답입니다. 1500세대의 25%면 375가구입니다. 가까운 계남초등학교는 이미 부천에서 학급수가 제일 많은 학교이기 때문에 증설, 증원을 엄두 낼 상황이 아닙니다. 다른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학교는 부명초등학교입니다. 그런데 이 부명초는 지금 학생수가 350여명입니다. 학생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됩니다. 교실을 증축할 공간도 없지만 증축한다하더라도 아이들을 공사판에 노출시켜야 합니다.

 

더구나 부명초등학교는 경기도교육지원청에서 지정받은 혁신학교입니다. 공사판에서 혁신학교 실험을 할 수 없습니다. 학생 수가 갑자기 많아져도 혁신학교 노력은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4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립니다. ‘앎과 삶이 하나되는 공동체’를 꿈꾸는 학부모와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부천시가 찬물을 끼얹는 꼴입니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계획을 세웠고 학교문제도 돈이면 해결된다는 생각 같습니다.

 

둘째, 교통문제입니다. 가구당 한 대 이상의 승용차가 늘어납니다. 줄잡아 2천대입니다. 계획에 포함된 문예회관은 1700석입니다. 공연이 있을 때는 많은 승용차가 몰릴 것입니다. 그것으로 끝도 아닙니다. 건너편 중앙공원에는 전시장을 넣고 시청 주차장에는 500석 복합홀을 넣어서 문화예술 타운으로 조성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여유있게 설계한 공간들을 건축물들이 모조리 잡아먹는 것입니다. 주말에 차 없는 거리를 누리는 호사는 꿈도 꿀 수 없을 것입니다.

 

도로는 한 뼘도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 부지 옆에 남북으로 뻗은 중동로는 지금도 밀리는 도로입니다. 시청 앞 길주로는 만만한가요? 이 지역 시의원 한 분은 “도로여건에 맞춰 사람들이 적응할 것”이라는 무책임한 말을 하십니다. 매각 후 시행자가 정해진 후 교통영향을 분석하여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는 시의원도 있습니다. 턱도 없는 소리입니다. 우리 시가 유도한 개발계획입니다. 미리 그런 것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웠어야 합니다.

 

셋째, 곧 폐지될 법률에 근거한 허약한 계획입니다. 우리 시는 이 부지를 공개입찰로 매각하지 않고 ‘공모에 의한 수의계약’을 하려고 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법률이 택지개발촉진법입니다. 이 법은 과거 주택이 부족할 때 만들어 진 법으로서 이제 용도가 다 됐다며 폐지가 발의되어 있고, 언론들은 올 하반기에 폐지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부천시의 개발계획이 이번에 최종 부결된다면 근거법이 없어져서 더 이상 추진하기도 어려워 집니다. 몇 달 뒤 없어질 법에 기대서 진행하는 허약한 사업입니다.

 

더구나 그 법은 택지개발지구에 적용하는 법입니다. 이 부지가 과거 중동택지개발지구였으므로 이 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동지구는 이미 1996년에 준공을 마쳤습니다.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변호사 자문을 했더니 제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법 적용이 잘못되면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할 일입니다. 기본 중의 기본도 해결이 안된 사항입니다.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다하더라도 본회의에 다시 상정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소속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재상정 움직임이 있습니다. 본회의에서 다시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시의원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기 때문입니다. 전체 시의원 28명 중 16명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시의원 중에서도 소신있게 반대하는 분들이 몇 분 계신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당론으로 정해서 압박하고 있습니다.

 

시정질문을 하면서 이 계획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론이냐고 물었습니다. 지난번에 관련 안건을 처리하면서 ‘강제적 당론’이라며 소속 시의원들의 이탈을 막으려했습니다. 강제적 당론이란 참 고약하면서도 편리한 것입니다. 소신에 반한 결정을 해야하는 사람에게는 고약하고 정당에 책임을 미루고 싶은 사람에게는 편리하다는 뜻입니다. 제가 그 당을 탈당한 이유 중에는 소신에 반하는 ‘강제적 당론’에 반발한 것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부천의 국회의원과 도의원은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입니다. 이 분들도 찬성하는 일인지 입장을 밝혀주셔야 진정한 당론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설훈 의원은 국회방송에서 이 계획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시의회가 승인해 버리면 조심스럽게 검토할 권한은 전부 시장에게 넘어가 버립니다. 의회승인 이전에 검토하고 시민들에게 합격점을 받아야 합니다. 일단 통과시키자는 당론에 국회의원님도 동의하는지 궁금합니다.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늦기 전에 선검토 후매각을 시장에게 직접 권고하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전임시장이 해 놓은 도시계획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라 현 시장은 책임이 없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분이 계십니다. 도시계획은 시장이 하는 것입니다. 변경도 시장의 권한입니다. 복합개발이 부결되면 4년 전 매각승인을 받은 부분이라도 팔아서 난개발을 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있습니다. 시민 위에 군림하려는 발상입니다. 신구도심 균형발전을 위해 땅을 팔아야 한다는 논지도 있습니다. 이것이 차라리 솔직합니다. 그러나 신도심의 일방적인 고통을 전제로 한 구도심 발전은 균형이 아닙니다. 다른 방도를 찾아보라고 권고합니다.

 

본회의장 재상정을 포기시켜야 합니다. 열쇠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쥐고 있습니다. 시민이 그들을 깨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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