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특고압선 지중화공사와 반대운동

 최근 정부가 여름철 전기 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주택용은 7월~9월 석 달간 누진제 적용 구간을 높이고, 산업용은 8월1일부터 1년간 토요일 사용분을 인하한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기 생산에 필요한 원료비용이 낮아져 한전이 1조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고 이와 같은 영업성과를 국민과 공유하는 차원에서 요금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력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이 나온 것이다.

 지난 2011년 블랙아웃(대정전) 사태가 발생한 후 정부는 원자력은 물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설비 증설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전력 예비율은 20%를 웃돌기 시작했고, 지어놓고도 가동되지 않는 설비가 늘었다. 전력생산비용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원자력, 석탄 등 생산원가가 낮은 발전소를 제외한 대다수의 민간 발전사업자의 채산성은 악화되었다. 발전소가 많아졌으니 전기를 싸게 공급해서 수요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전기는 일반적인 소비재와는 성격이 다른 준공공재이다. 많이 생산해서 많이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철저한 수요관리가 필요한 재화다.

 ‘이번에는 잘했다’, ‘서민을 위하는 정책이다’며 자화자찬하기 여념이 없는 한전은 사실 아직도 부채규모가 조 단위로 세 자리 규모에 달한다.(14년 9월 기준 부채규모 105조원) 전기는 1차 원료인 석유나 석탄 등을 원료로 가공된다. 가공비가 포함된 비싼 에너지인 셈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용 전기는 1차 원료보다 더 저렴한 비용에 공급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산업전반에 걸쳐 전기를 아끼거나 전기를 대체하기 위한 설비투자는 뒷전이고 전기가 많이 필요하거나 전기만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이번 할인이 당장 가계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에 부담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또한 이런 깜짝 전기 요금 인하 정책은 정부가 추진하는 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신사업과도 반대되는 행보이며 원전 확대를 위한 명분 쌓기 또는 발전소의 지속적인 수요 확충의 근거가 되기에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필요 이상으로 발전소가 많아지고 송전선이 지상, 지하로 많이 깔리게 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멀리 갈 것 없이 최근의 밀양 송전탑 사태, 충남 당진 송전탑 주변 주민들의 건강 이상 문제(송전탑 주변 거주 주민의 암 발생률이 급증함)등 우리 이웃의 삶을 위협하는 일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부천도 이러한 문제로 한전과 지역주민 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반 가정용 전기 220V의 1,500배에 달하는 345,000V짜리 특고압선이 부천시내 한복판을 가로지르게 되었는데, 공사의 주체인 한국전력공사는 사전에 주민설명회 또는 주민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부천 특고압선 지중화공사 지도

 

 7월 현재 공사는 부천시의 공사허가 취소로 한시적으로 중단되어 있으나 한전이 공사 자체를 취소한 상황은 아니어서 어떤 형식으로든지 공사가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이에 콩나물신문사에서 부천 특고압선 지중화공사 반대 주민모임을 이끌고 있는 홍순탁 부위원장을 만났다.

 

▲ 부천 특고압선 지중화공사 반대 주민모임 홍순탁 부위원장

먼저 소개를 부탁드린다.

 부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고, 현재는 결혼하여 두 딸과 함께 중동에서 살고 있다.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지역문제에 관 심이 있었고, 최근 우연히 지중화문제에 대한 첫 주민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주민 대부분이 일반 가정주부나 연로한 어르신들이 많아 어느 정도 단계까지는 도움을 줘야겠다 싶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밴드도 그때 만들게 되었다.

현재 진행상황은?

 첫 주민모임을 했을 때가 5월 27일이었다. 그때 이미 한전에서 토사반출과 사후 관리를 위한 수직구 공사장 4군데 중 한 곳에 펜스를 치고 한 달 정도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진달래마을 부근 시민의 강 공원 지역, 꿈빛도서관 부근 인도, 부천소방서 사거리 한마음공원, 유한대 부근이 해당 장소인데, 이중 2곳은 인도 한복판이거나 도로 한가운데 등 이목을 많이 끄는 곳이라 공사자체를 하지 못했다.

 소방서 사거리 한마음공원 쪽의 수직구는 장소가 외지고 발길이 뜸해 이곳만 한 달 정도 공사를 하던 상황이다. 이후 주민모임에 서 시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고 집회신고를 하여 현재 시청에서 공사허가 취소를 하였다. 그때가 6월 2일이었다.

 부천시가 당초 한전에게 공사 허가를 내어 주었을 때 그 사전조건으로 주민설명회를 거치고 주민의 동의를 구한 뒤에 공사를 하면 된다고 조건을 달았는데 한전이 이러한 조건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공사를 강행하였다. 공사허가 취소가 난 이후 그제야 한전이 자체적으로 홍보물을 제작해서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다른 시도의 유사 사례에 대한 자료를 시에 제공하고 있다.

노선변경이나 소송도 고려하는지?

 현재 상·중동과 심곡동, 소사동, 역곡동, 유한대를 가로지르는 원안에서 노선을 변경해서 주거 밀집지역을 비껴가는 방법 등이 고려되고 있으나 부천시의 인구밀도가 워낙 높고 어떻게해도 주민의 피해가 예상된다.
 노선 변경도 공사 주체인 한전에서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시에서 중재안으로 내어 놓은 것이다. 소송은 최근 서울 도봉구에서 현재 부천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도봉구청이 처음부터 한전의 공사자체를 허가해주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여 소송으로 갔다. 이 경우 법원은 국가 기간산업을 주민 민원을 이유로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되어 설령 이 문제가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지자체와 주민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다.

특고압선이 지나가면 가장 먼저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 같다.

 한전은 전자파가 833mG(미리가우스)만 넘지 않으면 인체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으로 전자파에 노출 되었을 때의 기준이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전자파에 노출되었을 때에 대한 기준이 아직 국내에서는 없다.
 최근의 SBS보도에 따르면 서울 모지역의 지중화선로 인근 초등학교와 버스정류장, 어린이집에서 각각 100mG, 190mG, 60mG의 전자파가 측정되었다. 전자레인지를 돌렸을 때 발생하는 전자파가 200mG정도이고 전기장판을 최대로 틀었을 때 60mG정도의 전자파 가 발생한다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한다. 국제암연구기관(IARC)에서는 고압선이 나오는 전자파를 2B등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2~4mG 세기의 자기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어린이 백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사실 지중화공사를 하면 지상선로로 지나가는 것보다 현저하게 적은 전자파가 나온다고 한다. 최근 한전에서 제공한 자료에서 성남시의 경우 지중화공사로 인한 전자파 발생 수치가 아주 적게 나왔다. 하지만 최근의 보도처럼 반대의 경우도 있고, 수치가 적게 발생한다고 해서 공사를 해도 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공사가 꼭 필요한가?

 한전에서는 부천지역의 안정적인 전력확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공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부천시 전력사용량은 매년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고(매년 5%정도 감소 추세) 한전에서 근거로 내어 놓은 자료와 통계수치가 맞지 않는다.
 한전에 따르면 인천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기의 42%가 부천지역으로 공급된다고 한다. 나머지 39%는 인천지역에서 소비되고 19%는 서울로 전달된다. 얼핏 보면 인천에서 생산된 전력의 반에 육박하는 전기를 부천이 소비하고 있으니 송전선로를 추가로 확보하는 공사가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역별 발전량과 사용량을 비교해보면 얼마나 허황된 이야기인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지난 2013년에 부천은 420만Mwh의 전기를 사용했는데 이중 부천시내에 있는 GS파워라는 가스발전소에서 200만Mwh의 전기를 생산했다. 그럼 220만Mwh의 전기가 인천발전단지에서 온 셈인데, 서인천발전소 한군데만 하더라도 1270만Mwh의 전기를 생산했다.
 여기에 영흥, 서인천, 신인천, 인천발전소의 발전량을 더하면 6천만Mwh가 넘는다. 어떻게 계산을 해야 부천시의 전기 사용량이 인천발전단지 생산량의 42%를 차지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단순 인구수로 계산을 해도 90만에 불과한 부천이 290만이 넘는 인천보다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
 

 그리고 GS파워의 경우 2013년 가동률이 51.6%였고, 2014년에는 그보다 더 하락했었다. 전기가 부족할 때 쓰는 발전소의 이용률이 하락했다는 것은 부천시의 전기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반증이 아닌가. 자료대로라면 GS파워를 최대로 가동했을 때 부천에서 필요한 전기의 대부분을 수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이번 지중화공사의 주목적으로 신부평 변전소와 영서 변전소를 연결하는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345KV는 아니지만 이미 154KV로 연결이 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이번 공사가 필요하지도 않은데도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현재의 설비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굳이 345KV 고압선을 주거 밀집지역을 관통하면서까지 강행해야하는가에 대한 당위성 문제라는 것인가?

그렇다, 한전에서는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근거가 불확실한 수치를 들먹이며 공사의 필요성에 대해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는 명분 없는 ‘특고압선 공사’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다. 전자파라는 불확실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공사를 꼭 해야하는지 따져보고 필요하지 않으면 시민과 지자체가 힘을 합쳐 막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부천에 있는 시민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단순히 우리 집 주변에는 이런 시설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 자주적인 문제의식을 지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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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인터뷰만으로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었다. 관심이 있으신 시민들께서 직접 밴드에 가입하시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관련 링크를 소개드린다. 이번 지중화 공사가 시작되면 부천시내 교통상황도 악화될 것이고 공사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꼭 필요하지 않는 공사라면 한 번쯤 생각해보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전은 고압적인 자세로 지자체와 시민을 억누르려하지 말고 몸을 낮추고 열린 자세로 공사를 진행했으면 한다. 꼭 필요한 공사라면 왜 필요한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주민들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시민사회 차원에서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국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큰 틀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에너지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단기적인 선심성 정책남발이 아닌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 수립에 힘을 써주길 바란다.

 

네이버카페 : “부천특고압 공사반대” http://cafe.naver.com/bucheon345kv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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