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 열전 3

 

80년 세월, 종부로 살아오신 외할머니가 혼자 살림을 정리하시면서
살림 중 일부가 내 옆으로 왔습니다.
각각의 사물들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들, 이종사촌들, 나 사이에
단단히 또는 헐겁게 얽혀있던 것들입니다.

엄마가 중학생일 즘,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가 백화점에 가서
구입하셨다는 그릇은 엄마의 부엌장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골드스타 다리미도 와이셔츠 다릴 일이 줄었다는 엄마의 살림 안에
자리 잡았지요.
작은이모가 시집갈 때 받은 함안에 있던 화장대는 외가가면 동생과 귀하게
갖고놀던 장난감이었어요. 지금은 제 방 한 구석에 놓여있습니다.
막내이모와 외삼촌이 경쟁하듯 모으던 성냥들은 모으는 사람에게는 보여주는 재미, 보는 사람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쓸일없이 어린 사촌들과 탐냈던 성냥이었는데, 아련한 추억 담아 제 책상서랍 속에 넣어두었습니다. 88올림픽 현장에 자원활동을 갔었던 막내이모가 가져 온 태극부채는 올해도 시원한 바람을 주겠지요.

할머니는 몸이 아프고 힘이 없는데,
할머니의 살림들은 원래 있던 그대로입니다.

 

* 쓰면 쓸수록 가치가 빛나는 물건이 있습니다. 잊지 못할 사연과 함께 평생을 함께 가고 싶은 소중한 물건. 그 이야기를 지면에 나눠 봅니다. 참여 : kongpa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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