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문예회관부지 매각 요구는 회기 내에 처리하지 못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찮습니다. 이 건을 신속히 재처리하려고 임시회를 소집했다가 스스로 철회하는 소동이 있었고, 회의 진행의 책임을 복기해 보려는 운영위원회도 열렸습니다. 이런 속에서 매각반대에 앞장섰던 의원들을 개인적으로 흠집 내려는 것으로 보이는 시도들 또한 벌어지고 있습니다. 봉숭아 학당에 뒤끝 작렬입니다.

그날 의사봉을 쥔 김문호 의장은 기본적인 회의규칙 조차 모르고 허둥댔습니다. 이의가 제기된 안건 중 세 건을 동시에 표결한 것은 중대한 오류입니다. 이의여부가 없을 것 같은 안건에 대해서는 이의여부만 묻고 일괄로 표결할 수 있지만 일단 이의가 제기되면 그 안건들은 별도로 표결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제가 분명히 이의를 제기했지만 일괄표결을 강행했습니다. 소송이 걸린다면 의결이 무효가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더 중요한 오류는 찬반토론 인원 문제였습니다. 찬성토론할 사람이 더 없으니 반대토론도 더 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회의규칙에는 의원은 2회까지 발언할 수 있고 한 번 발언시간은 20분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매각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모두 반대토론을 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적어도 10명 이상입니다. 10분씩만 해도 두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토론을 시작하려던 시각이 이미 12시 근처였는데, 토론희망자만 파악했더라도 점심식사 후 진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의장은 2명이 반대토론을 한 후 더 이상 반대토론은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2회 발언’을 ‘토론자는 2명까지’로 잘못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회의파행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회의규칙을 모른 것 하나가 이렇게 큰 화를 부른 것입니다. 그런데도 매각찬성 의원들은 회의를 진행하라고 고함을 지릅니다. 그야말로 봉숭아학당 같은 어처구니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의원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회의법을 알아야 합니다. 의원들은 잘 몰라도 의장이라도 잘 알고 있으면 최소한 진행은 될텐데 오히려 의장으로부터 꼬여버린 것입니다. 이런 난파선 같은 모습이 20년 넘은 지방자치의 현실입니다.

파행의 더 큰 원인은 의장이 회의결과를 미리 상정하고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각찬성의 입장에서 반대자들을 제압할 방법만 연구하다보니 회의를 정해진 방향으로 몰아갔다는 의심을 받는 것입니다. 회의는 의사를 모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정파적 이해관계의 합법성을 획득하는 절차로만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시의회에도 국회선진화법 같은 것이 있었으면 추태는 면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국회선진화법이 다수당의 일방적인 안건상정을 막는 법이라는 것을 알고 말했을까요? 직권상정에 심사숙고하는 국회의장과 비교는 해 보신걸까요?

급한대로 당장의 매각 의결은 막았지만 찬성 쪽에서는 이 건을 신구도심 균형발전론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 당을 팔아야 구도심에 쓸 돈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구도심이 많이 참았으니 이제는 신도심이 양보하라는 논리입니다. 구도심 주민들을 자극하여 구도심 시의원들을 압박하겠다는 전술로 보입니다. 결국 신구도심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나쁜 정치라 생각합니다.

시장이 제시한 구도심 개발사업들은 이 부지매각계획을 세우기 전부터 추진하던 사업들입니다. 시가 매년 만드는 5개년 재정계획이 있습니다. 2014년 11월에 만든 중기재정계획 어디에도 이 부지를 매각한다는 계획이 없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재산매각수입은 매년 30억 원씩만 계획하고 있을 뿐, 이 부지 매각으로 생길 3천억 원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매각계획이 없는데도 땅을 팔아야 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사업들은 세출계획에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계획대로 재정운용을 못하는 원인부터 진단해야 할 것입니다.

표결무산 이후 반대의원들에 대한 음해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저는 주민들에게 밥을 샀다는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당했습니다. 제가 밥을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여 혐의는 벗었지만 두 달 전에 있었던 일을 애써 기억해내서 고발한 사람이 누구일까요? 설마 옆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개발 담당 과장은 아니겠지요?

반대하는 시의원들에 대한 편파적인 언론 공격도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받아서 SNS에서 비아냥거리는 무리들도 있습니다. 직접 얼굴을 보고 비아냥대기도 합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려서 인신공격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과 맞지도 않고 별 문제없는 일이라도 그럴듯하게 포장해 놓으니 곧이 듣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이 진흙탕에 들어와 싸우자고 유인하는 것인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당사자들로서는 달리 대항할 수단이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힘든 상황입니다.

불의한 일과 맞사고 있을 때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물이 맑으면 고기가 안꼬인다, 정치는 적을 만들면 안된다’는 말을 들으면 맥이 쭉 빠집니다. 그런 생각 못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불이익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맞서 있을 때는 다른 방법으로 힘을 주십시오. 수준 낮은 행위들을 보면 그냥 넘기지 마시고 점잖게 꾸짖어 주십시오. 하다 못하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던 그 분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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