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만 보면
노천사
이가 부실했던 외할머니가 과일을 수저로 긁어서 먹으시고
유독 즐겨드시던 홍시였다.
언제부터인가 90대 어머니가 또 즐겨드시고
지금은 70대인 내가 홍시를 즐겨찾는다.
홍시는 그리움마저 대를 물려주는 과일입니다.
친구인 그대가 좋습니다
윤장희
친구인 그대가 좋습니다
가끔 만나는 그 자리에서
종이컵에 담긴 인스턴트 커피라도
그대의 마음이 훈훈하다면
친구인 그대가 좋습니다.
친구인 그대가 좋습니다.
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보호자가 없어 경황없이 무서웠는데
그대가 옆에 있어 많이 고마웠죠.
친구인 그대가 좋습니다.
친구인 그대가 좋습니다.
구청에서 포토숍 공부할 때 너무 행복했습니다.
나는 차가 없는데
항상 그대 차로 같이 다녀서 고맙고요.
친구인 그대가 좋습니다.
놋주발 두 세트
차영순
나는 20년전 놋그릇 두 세트를 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
시할머니께서 나에게 주라고 하셨다.
남자 주발 한 세트, 여자 합 한 세트, 거기에 놋수저 한 세트.
이 수저는 지금도 자주 반찬 만들 때
내가 밥먹는 수저 말고 이 놋수저를 쓴다.
놋그릇이 세균도 막아준다고 해서 여름에 밥도 퍼놓았더니 사기 공기보다 오래 가더라.
우리 시할머니는 열아홉 살에 첫 아들을 낳으셨고
시어머니도 열아홉 살에 첫 아들을 낳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스물일곱 살에 첫 아들을 낳았다.
그래서 시할머니 말씀이
우리 증손자 입학할 때까지 내가 살 수 있을까 하셨는데
증손자가 대학생이 된 후 88세에 점심 식사후
졸리다고 하시면서 잠이 드신 채로 돌아가셨다.
나는 지금도 문득문득 시할머니와의 추억이 떠오른다.
우리 시할머니는 내가 처음 시집 갔을 때부터 항상 내 편이셨다.
시동생 셋, 시누이 하나, 우리 애들 둘까지 뒷바라지 해야 했다.
그래서 궂은 일을 내가 다했고, 가난한 집에 와서 고생이 많다고 하셨다.
그래서 시할머니께서 내게 놋그릇을 주고 싶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