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수원에 다녀왔습니다. 우리 시와 우호도시인 일본 가와사키시의 손님들이 수원을 견학하는 길에 함께한 것입니다. 인사차 들른 수원시장실에서 두 가지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기록사관’이라는 제도입니다. 시장실 전체가 잘 보이는 자리에 컴퓨터만 놓인 작은 책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시장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는 공무원의 자리라고 합니다. 시장실을 방문하는 사람과 시장과의 대화를 기록한다고 합니다. 청렴을 강조하기 위해 시작한 제도일 것입니다.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참 재미있는 제도라 생각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근열원래(近說遠來)’라는 글이었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온다는 뜻이라 합니다. 초나라의 섭공이 지방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물었더니 공자님이 답으로 준 말이라고 합니다. (葉公問政. 子曰, 近者說, 遠者來.) 지금의 부천 형편에서 잘 새겨야 할 일들 같아 기억해 왔습니다.

부지매각 건을 다루기 위해 월요일(17일)에 다시 열기로 예고했던 회의는 결국 개의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새정련 시의원 10명이 소집한 임시회 자체가 무산될 분위기입니다. 회의강행을 못 할 것이라 보고 단식농성도 풀었습니다.

임시회를 강행하지 못하는 것은 의결정족수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안건의 의결을 위해 재적의원 28명의 과반인 15명 이상이 필요한데 이를 의결정족수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임시회에서 안건을 처리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더니 의결정족수가 안 돼 버린 것입니다. 개회 첫날인 13일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안건의 찬반은 고사하고 지금 회의를 하자는 의원도 과반이 안되는데 무리하게 회의를 소집한 것입니다.

임시회 무산 이후 일부 지역언론은 새누리당 소속의 특정 시의원을 지목하여 ‘사쿠라’ ‘배신자’라는 단어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 새정련 일부 시의원들이 시립노인병원 조례안을 그 의원의 요구대로 처리해줬답니다. 그 시의원이 향후에 상정될 부지매각에 찬성해준다는 약속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회의 참석조차 안해서 의결정족수도 못채웠으니 약속을 어긴 배신자라는 것이 줄거리입니다.

기사 내용대로라면 정말 엄청난 게이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지난 3월에 이미 부지매각을 논의했다는 자체가 충격입니다. 시의원들에게 공식으로 부지매각 계획을 알린 것은 안건으로 상정한 5월입니다. 그런데 새정련 시의원들은 3월에 이미 이 계획을 알았고 뒷거래까지 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뒷거래의 내용이 무엇인지 밝혀져야 합니다. 기사에는 그 시의원의 요구대로 노인병원 조례를 처리해 줄 수밖에 없었다는 새정련 시의원의 실명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부지매각과 무슨 관계가 있어서 그 시의원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는지, 그 상임위에 속한 새정련의 다른 시의원들은 그런 뒷거래가 없었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물론 그 시의원이 왜 노인병원 조례에 그렇게 목을 맸는지도 해명돼야 합니다.

시의원 10년 동안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무수히 들어왔습니다. 상정된 안건을 안건 자체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들 간의 친소관계나 상호 이해관계로 처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2012년에 중앙공원에 문예회관을 만들기로 한 계획도 단 한 표 차이로 가까스로 통과시켰습니다. 그 때도 이런 뒷거래설이 무성했습니다. 이번에는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인터뷰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자기 당 시의원조차도 전부 설득이 안되는 일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뒷거래를 통해 다른 당 시의원의 한 표를 구걸해야만 진행되는 일입니다. 부천이 청렴도시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말로만 청렴하고 서류심사로 평가받은 청렴도시가 무어 대단한 일입니까? 안건을 놓고 뒷거래를 하는 풍토가 만연한 도시에 멀리서 찾아올 사람은 없습니다. 있던 사람도 떠날 판입니다. 수원에서 본 것들을 가슴에 새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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