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 오류와 3종 오류 범하지 않도록 중지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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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여름도 이제 막을 내리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밤에는 문을 닫게 하는 9월이다.  

지난 8월부터 부천시청 옆 땅 매각 문제로 부천시의회가 파행되고 충분한 사전 설명이나 공청회 없이 매각을 강행하는 시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 지역주민들이 나서 거센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 

정부나 시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식ㆍ비공식의 유형으로 적합성을 따져 보는 것은 높아진 시민의식을 반영하는 현실이다. 

공식적으로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정책을 면밀히 따져본 뒤 행정기관을 통제하려 한다. 지방의회 의원도 같은 역할을 한다.  

비공식적으로는 정당이나 언론, 이해집단이 정부나 시가 추진하는 정책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지 또 그 정책의 혜택이 공평하게 돌아갈 것인지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주장한다.

 행정기관은 이러한 공식ㆍ비공식 입장에 대해 대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지금 부천에서 펼쳐지는 상황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통계학에서 가설을 기각하는 판단으로 1종, 2종 오류가 있다. 1종 오류는 실제로 효과가 없는 대안인데 효과가 있다고 잘못 판단하는 것을 말하며, 2종 오류는 1종 오류의 반대로 효과가 있는데도 없다고 판단해서 일어나는 오류를 말한다.

 환자의 예를 들자면, 치료에 효과가 없는 약을 효과가 있다고 잘못 복용하는 게 1종 오류, 효과가 있는 약인데 없다고 판단하는 게 2종 오류이다.

 그렇다면 어떤 오류가 더 큰 문제일까? 약효가 없는 약을 계속 복용해서 결국 환자의 상태를 최악으로 만드는 1종 오류이다. 분명 약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없다고 하는 2종 오류는 다른 약을 찾거나 대안을 선택할 여지가 있다.

 부천시가 강행하는 땅 매각이 효과가 없는데도 있다고 선택하면 1종 오류, 효과가 있는데도 효과가 없다고 잘못 선택하면 2종 오류이다. 2종 오류는 잘못된 판단으로 중요시책을 집행하지 못하는 것일 뿐, 즉 기회 손실 정도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최악의 결과는 초래하지 않는다. 하지만 1종 오류를 범할 경우에는 매우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하나의 오류가 더 있다. 행정학에서 메타 오류라고도 부르는 3종 오류이다. 이는 애초부터 문제 인식을 잘못한 경우를 말한다. 정책 초기에 예상되는 문제를 잘못 인식하는 근원적인 오류를 범하면, 집행 과정에서 정답이 없는 답을 찾으려고 인적 자원을 낭비하는 헛수고를 하게 된다.

 3종 오류를 범하는 원인은 정책 분석가가 사용한 자료 정보가 왜곡되어 있거나 추진하려는 정책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가 추진하는 정책에서 범할 수 있는 세 가지 오류 가운데 3종 오류가 가장 나쁘다(우기종 기고문 일부 인용).

 부천시는 지금이라도 시유지 매각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의회, 시민단체, 이해관계 시민들과 공론의 장을 만들어 1종 오류와 3종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 도깨비도 못 가져가는 게 땅이라는 옛말이 있다. 어떤 정책이 진정 시민을 위하는 것일지 부천시의 현명한 선택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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