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에서

 5월7일 시작했던 콩나물신문 글쓰기 강좌가 마침내 종강합니다. 저녁 7시는 가정주부가 쉽게 시간을 낼 수 있는 시간은 아닙니다. 미리 전날부터 강좌 당일까지 남편의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퇴근 후 부랴부랴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따라가고 싶다는 딸아이를 남편에게 부탁하며 용돈도 쥐어 주고, 간식거리도 잔뜩 준비했었습니다. 남편이 일 때문에 늦는 날엔 말괄량이를 데리고 강좌에 참석해 강좌를 방해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참 죄송합니다. 그래도 강좌가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참 열심히 참석했습니다. 

 글쓰기 강좌에는 저처럼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사람과,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를 모르는 사람,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사람이 모였습니다. 중학생부터 가정주부, 직장인,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글감을 찾고, 자기가 쓴 글을 나누는 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매 강좌마다 하나 이상의 글을 썼는데, 한효석 선생님은 모든 수강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글을 읽어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표현이 서툴렀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의 비속어와 인터넷 줄임말을 배제하려니 글로 쓰기가 어려웠나 봅니다.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를때 예를 들어 설명해보라고 부추기니 말문이 열려 수다스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실수를 짚어주면 금방 이해하고 따라오는데 역시 학생이라 금방 수업을 흡수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세가 많은 분들은 살아온 세월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았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깃거리에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를 한 선생님이 짚어주고,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요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회전문은 한 선생님과 어르신과의 대화를 통해 추억이라는 살이 붙으니 흥미로운 글이 되어 신문지면에 실렸습니다.

저는 학창시절을 통틀어 글쓰기로 칭찬을 받은 일은 딱 한번 있습니다. 국민학교 5학년 (제가 다닐 땐 아직은 국민학교였습니다.) 통일에 관한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교내에 전시도 되었는데 자랑스럽고 뿌듯하기보다는 내가 쓴 동시를 여러 사람이 읽는다는 것이 어린 나이에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글쓰기가 어렵고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몇 년 만에 고민고민하며 글을 써보았습니다. 저는 ‘불친절한 글’ 을 쓰는 수강생이었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설명 없이 한 줄로 끝내고 글을 읽는 다른 사람이 이해할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옷 한 벌에 대해 글을 쓰더라도 그냥 ‘추억이 담긴 옷’ 이라고 썼었습니다. 한 선생님은 언제 어떻게 얻게 된 옷인지, 왜 그 옷을 좋아하는지(또는 싫어하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읽는 사람이 궁금해 할 이야기들을 물어봐주어 그제야 제 나쁜 습관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쓰기 강좌를 통해 저는 세 번의 짧은 글을 신문에 싣게 되었습니다. 매 강좌마다 들었던 수업내용을 되새기며 칼럼을 쓰고 ‘좋은 글’이라는 칭찬도 듣게 되니 글쓰기에도 재미가 붙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한 선생님이 하신 “다음 강좌는 찬바람 불 때쯤 시작할 지도 모르지요.”라는 말씀대로 다음 강좌가 열린다면 저와 같은 분들이 많이 오셔서 글쓰기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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