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1학년 2반에 김효근(구 변효근) 또 6학년 3반에 김은림(구 변은림) 아버지 되는 변형기 입니다.

이렇게 서신을 드림은 다름 아니오라 제 자식들의 ‘성씨’ 문제 때문입니다. 이미 보고를 받으셨겠지만, 저는 이번에 제 사랑스런 자식들의 성씨를 아버지 성씨인 변 씨에서 어머니 성씨인 김씨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부모에게 물려받았고, 저도 자연스럽게 물려준 성씨로 인하여 사랑하는 자식들마저 한 인간의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기인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고 있었고, 그러한 괴로움들이 참담하게도 자식에게 되물림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녀 성씨를 바꾸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2008년부터 호적법이 바뀜에 따라 자녀 성씨를 바꿀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법원에 ‘자녀 성과 본 변경’ 민원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판사님의 재판 심의를 거쳐 법원으로부터 성씨 변경을 허가 한다는 판결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문을 가지고 구청에 찾아가 호적에 성씨를 변경하고 서류를 떼서 학교에 제출, 드디어 자식들 성씨가 바뀌기에 이르렀습니다.

판사님이 그러더군요.
“나는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엄마의 성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합니다. 깊이 생각해 보고 한 번더 심사숙고할 의향은 없습니까?”

그 말에 저는 대답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40년 넘게 생각해보았고, 결혼 후 10년 넘게 깊이 생각하고 내린 결정입니다. 애비된 입장에서 저의 성씨가 자식들까지 놀림감으로 되물림되는 거 같아서 괴롭습니다.”
판사님은 같이 참석한 딸에게도 묻더군요. 왜 바꾸고 싶냐구요. 딸도 친구들이 자꾸 놀려 싫다고 하더군요.

제가 성씨에 대해서 괴로움과 반감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어려서부터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보다는 권력유지와 연장에 골몰한 통치수단으로서 세뇌교육의 주입식 위주 교육이 판치던 때였지요.

저는 이름 가운데 글자만 빼면 ‘변기’가 되지요. 저는 제 성씨와 이름 때문에 어려서부터 많은 놀림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 외에도 똥씨, 변똥, 변소, 변기통, 변태 등 내 이름이 응용되어 혐오스런 여러 별명들로 불리워질 때 마다 저는 쥐구멍이라도 파고 들어가고픈 심정으로 괴로웠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더군요. 저의 그 듣고싶지 않은 성씨와 이름은 제가 가는 곳마다 따라 다녔습니다. 청년 시절을 거쳐 결혼하고 이제는 가장이 되어도 제 별명은 사라지지 않고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더구나 오늘날에도 6학년이 된 딸도 마찬가지였고 올해 1학년에 입학한 아들도 똑 같은 놀림감이 되풀이 되어 자라나는 자식들을 슬프게 했습니다.

폭력엔 다양한 유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학교마다 많은 예방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권과 맞물려 있는 ‘마음폭력’에 대하여는 예방교육이 실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성과 이름에 대한 놀림이나 신체적 특성에 대한 놀림 등에 대해 저는 말폭력을 넘어 ‘마음폭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교장선생님
마음폭력에 대해서 우리나라 교육계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를 예로 들더라도 마음폭력에 대한 심리적 피해는 평생을 따라 다니고도 남음이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또 없으란 법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마음폭력 예방 차원에서라도 인권교육을 강화 보강 시켜야 할 것입니다.

인권교육이 선행되지 않고는 저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올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그들도 저처럼 법정에다 호소함으로써 피난처로 삼을 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인권 교육을 시켜 주십시오. 어려서부터 인권의 중요성을 교육 시켜야 합니다.

생명 경시 풍조를 강요받는 국가 교육은 다시 재편되어야 할 것입니다. 생명과 개인의 특성이 존중되어지는 인권교육이 가장 중요한 교육 방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인권이 높이 평가되는 사회를 바라는 학부모 변형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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