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상으로 한로인 오늘 아침 식구들 모두 서둘러 제 갈길로 내보내고 우두커니 혼자 앉아 있다.
커피도 마땅 찮고 큰 딸아이 먹으라고 까놓은 누렇게 변색된 사과 한 입 베어물다 내려놓았다. 세탁기는  저 혼자 돌아가는 중이다.

"오늘이  며칠이더라~ 친정 아버지 기일도 다가오는구나."
혼자 계신 친정 엄마께 전화드렸더니 독감 예방 주사  맞으러 친구 분들과 병원에  계신단다.
"유소피아씨, 아침  일찍부터  엄청  바쁘시네~" 
혼자 말을  중얼거리다가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친정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떻게  살아가실까?  한 때는 그런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꿋꿋이  버티셔서 옛날로  돌아가시길 원치 않는다고  웃으시며 얘기하신다. 벌써 30여년이 다  되었다. 매년  10월, 친정 아버지 기일이 되면 어김없이 쓸쓸해 하시는 엄마. 그런 엄마를 가까이 사는  막내여동생만  믿고 찾아 뵙지도  않는다. 아마도 무심  3단 쯤  될거다.
올해부턴 새해 첫 날 결심한대로 자주 찾아 뵙고 배운대로 스킨쉽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물론 무한으로 이해해주는 동생들과 엄마가 들인 습관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가장 흔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공기와 물은 흔해서 값이 없거나 헐하지만 그것이 없으면 생존 할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곁에  있는, 눈만 뜨면 가서  만날 수  있는  엄마를 기껏해야  전화로  안부만  전할뿐,  너무 가까이에  있다고    무심한  내  행동에  깜짝  놀랄때가  많다.  내가   숨을  쉬며  살아가는 동안,  행복  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엄마 딸로  태어난 것도  그 중에  하나일터...
"쌀강아지"라고  부르셨던  아버지도,   똑똑한  두 여동생과  잘생긴  남동생~
그리고  듬직한  남편과  이쁜  두딸을  만나게  해 주셨으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아직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변명 삼아 후회 할  일을  하고나  있는 건 아닌지...
이 아침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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