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회의에서 이 주제를 던졌을 때 ‘그래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최소단위가 만원이 아닐까’얘기가 나왔다. 그런가? 그렇다면 뭐라도 할 수 있는 만원으로 어떻게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어릴 적 다녔던 초등학교 후문 쪽에 할아버지가 하시는 ‘뽑기’ 노점이 있었는데 시침핀으로 어려운 모양을 잘 뜯어내면 만원을 주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시침핀으로 콕콕 찍으며 모양을 만들어 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운이 좋아 만원을 받으면 3천원 안팎이던 마론인형을 사고 나머지로 이것저것을 해야지 하며 꿈꾸던 모습까지도.
30여 년이 흘렀지만 만원으로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며 상상하는 재미와 설렘은 여전하다. 그리고 그 상상속의 만원을 꽉 채워 써보려는 욕심까지도 여전하다.
수 년 전 비슷한 제목으로 방송되었던 TV프로그램은 만원으로 행복을 찾기보다는 만원으로 일주일을 살아가거나 버티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아보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나 또한 만원이라는 제한된 금액 안에 소소한 행복과 의미를 담아보고자 같은 주제를 던져보았고 이것을 편집 B팀의 팀원들과 함께 구체화하고자 4월 2일 부천 자유시장에서 만났다.
봄바람과 시장의 익숙한 냄새를 맡아가며 국수집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20분, 이른 점심으로 잔치국수와 냉면을 주문했다. 잔치 국수의 가격은 1,500원, 냉면의 가격은 3,000원, 그리고 5명의 팀원이 배불리 먹은 음식의 총 가격은 10,500원. 국수와 냉면을 먹으며 만원으로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수다보다 편집회의로 방향이 바뀌어갔다. 하지만 만원으로 5명이 한 끼를 해결하며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보람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꽤나 개운했던 것 같다. 화려한 꽃송이에 취해 새살을 드러내고 있는 신록을 놓치기 쉬운 4월 소소한 행복들로 지친 마음들이 채워져 나가길 바라본다.

▲ 국수 1500원 곱하기 세그릇, 냉면 3000원 곱하기 두그릇은? 10,500원. 500원은 조합원 중 한 사람이 기분좋게 내주었다.

이병길 내년에도 작동산의 꽃을 보고 싶어요 - 꽃 심기 행사를 마친 후 

조훈영 불우한 이웃들에게 만원의 후원으로 불우한 이웃들에게 행복을 주는 건 어떨까요? ^^

박새로미 제일 좋아하는 화분 하나 사들고 햇볕 잘 드는 창가에 두려고요. 아침마다 기분이 좋아지겠죠.

이경재 만원이 없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분에게 줄 거예요
1. 길거리에 할머니 노숙인 2.어린이를 안고 있는 부녀 노숙인 3. 힘없어 보이는 박스 할머니
4.가출 하여 몇 끼 굶주려 보이는 소녀 5 양지쪽에 혼자 우두커니 안자계시는 할아버지

고성휘 모종을 사고 싶어요.

한효석 콩나물신문을 정기구독합니다. 그러면 두 달 행복합니다.

이성재 헌 책방에 가서 고전을 두 세권 산다...돈 주고는 못 사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박혜숙 비싼 커피 2잔을 사서 친구에게 가야겠다. 중동 근처에서 밥집하는 친구가 점심을 마감하고, 지친 목소리로 커피 생각이 난다는 전화를 몇 번 했는데 만나질 못했다. 맛난 커피를 옆에 두고 거칠어진 친구 손을 잡아주고 싶다~~~ 

 

당신에게 만원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꿈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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