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함께 공유하다

▲ 2층 카페
▲ 3층 독립출판사
카페 5KM는 부천남부역 근처에 둥지를 틀고 있다. 사실 5KM주변은 낡은 건물이 많아 젊은 사람들을 붙들만한 상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곳을 발견했을 때,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솜씨를 발휘한 공간일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2층은 카페, 3층은 독립출판사를 당당하게 내걸고 있으니 말이다.
가게에 들어서자 뜻밖에도 반듯한 인상을 지닌 청년이 맞이해주었다.
여느 카페에 가면 먼저 눈에 띄는 건 메뉴판인데 이곳은 달랐다. 시야를 가로막는 장식들이 없기 때문인지, 20평 남짓한 공간이 좁게 느껴지지 않았다. 더 재밌는 건 주방과 매장의 크기가 비슷한 거였다.
“제가 하루 종일 주방에 있는데 주방이 좁으면 답답할 것 같았어요.”
보통은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기위해 테이블을 빼곡히 놓는다. 한 손님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손님 없는 틈을 타, 주인장이 책을 볼 때면 모호한 경계는 사라지고 자유로운 도서관 분위기가 흐른다.

  • 독립출판사

“제가 책을 좋아해요. 예전에 태국에서 9년 정도 생활하면서 태국을 담은 글을 블로그에 연재했었죠. 출판을 제의받았는데 인세가 7%정도 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직접 제작인쇄까지 해보고 싶어 출판사를 냈어요.”
출입문 반대편엔 아기자기한 그림엽서가 꽂혀 있다. 판매되는 상품인데 디자인은 이곳을 찾는 손님들 솜씨라고 한다.
“요즘 손편지가 거의 없잖아요. 문 옆에 우체통을 만들었어요. 엽서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손글씨로 예쁘게 써서 이곳에 넣어주면 돼요. 우편도 같이 판매하고 있어요.”
인세는 정확히 제작자 6, 디자이너 4로 나누고 있다고 한다. 미술학도 중에 한명은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고 있는데, “그 친구에게는 전액을 주고 있어요. 그래봤자 얼마 되지 않지만.”그 미술학도는 어린 나이지만 ‘희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 공간을 공유합니다

카페 5KM 주인 김병철씨는 코엑스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판매했었다. 하루 평균 300잔을 팔만큼 무척 바빴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나와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들어가면 바로 잠드는 이 삶이 행복한가.”하는 의문이 불쑥 비집고 나왔다. 그때 결심한 게 지금과 같은 공간이 되었고, 음료를 팔기보다 손님이 자신의 공간에 놀러온다는 기분으로 일하고 있다.
“예전에 단골이던 식당이 있었어요. 하루는 손님이 많이 몰렸죠. 제가 먼저 와서 기다렸는데 식당주인은 제게 양해를 구하며 늦게 온 손님부터 챙겨줬어요. 맨 마지막으로 제 음식이 나왔죠. 음식에 한수저도 대지 않고 계산만 하고 나왔어요.” 병철씨는 그 기억을 되새겨 자신의 손님에게는 그러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단골손님은 이곳을 아끼고 좋아하는 분들이에요. 당연히 그분들에게 애착이 더 가고, 더 해주고 싶지 않겠어요~”

  • 좋은 사람이 찾아오는 곳

병철씨는 오늘을 일하면서도 내일이 기대되는, 그런 즐거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옥상텃밭을 꾸미고 있다. 물론 여기를 찾는 손님들과 함께 말이다. 엽서를 판매한 수익금의 일부로 빔프로젝터를 사고 싶다고 말했다. 카페를 영화관처럼 꾸미고 싶어서죠. 병철씨는 모든 걸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그 분야를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옳다고 생각했고 독립출판사도 그런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다. 그림이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그래픽이면 그래픽을 잘 다루는 사람, 음악이면 음악을 잘하는 사람에게 각각 지면을 맡겨 문화예술관련 잡지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 공간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계속 생기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전에는 돈 문제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옥상텃밭이며, 빔프로젝터며, 잡지출판이며. 돈을 쓸 곳이 생긴 거죠.” 작년 11월 18일에 문을 연 카페 5KM는 단골손님도 제법 오고 사람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이 알려져 많은 사람이 찾아왔으면 하는지 궁금했다.
병철씨는 “많은 사람이 찾는 공간이기보다 좋은 사람이 5KM에 오길 원해요.”라고 한다.

▲ 옥상텃밭
▲ 옥상텃밭 출입구. 한 면에 텃밭주인들이 무엇을 심었는지를 직접 그려넣었다.

카페 5KM?
‘코끼리는 느리게 걷는다 6km/h’란 이름을 생각했는데 ‘6’보다 ‘5’가 어감이 좋아 ‘5KM’로 이름을 지었다. 부천남부역 근처에 2층은 ‘5KM’, 3층은 ‘독립출판사’를 내걸고 있다. 소품을 활용한 인테리어 구성과 정갈한 음료를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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