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부천FC가 프로축구 2부 리그 진입을 결정할 때 예산지원에 대해 부천시가 공개약속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5년간 총 55억 원을 지원하는데 첫해 15억 원을 시작으로 매년 2억 원 씩을 줄여나간다는 약속이었습니다. 3년 후에는 재평가를 해보고 약속한 지원도 계속할 지를 판단하자는 단서도 있었습니다.

약속대로라면 금년에 재평가가 있어야 했고, 재평가를 통과했다하더라도 내년에는 9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내년 예산에 얼마가 편성됐는지 아십니까? 무려 30억 원입니다. 이런 행정이 신뢰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출발만 해 놓으면 어떻게 되겠지’하는 안일한 주먹구구식 행정인지, ‘출발했는데 설마 어쩌겠어’하는 배짱행정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부천FC는 2013 시즌부터 프로축구 2부 리그에 진입했습니다. 프로축구연맹에서 흥행을 위해 승강제를 도입하면서 2부 리그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내셔널리그에 있던 부천FC도 초대를 받았고 시 차원에서 일찌감치 참가를 결정하고 홍보를 했습니다. 그러나 예산지원을 위해서는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했습니다. 시의회 내에 신중론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2012년 10월에 조례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성과는 과장되고 예산부담은 축소됐습니다. 수백억 원의 홍보효과를 주장했으며 연간 123명의 고용도 창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축구인들과 써포터즈를 통해 시의회를 압박했습니다. 당시 찬성하지 않았던 저에게도 심한 항의가 있었습니다. 중앙지의 스포츠 담당 기자들도 부천시의회를 한국축구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취급했습니다.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행정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12월에 다시 상정된 조례안은 시의회를 통과했습니다. 5년간 55억 원을 지원하고 그 이후에는 지원을 중단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2부 리그 3년 동안 그 정도 효과를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구단은 불화하고 감독들은 임기도 못채 우고 잘려 나갔습니다. 부천FC와 관련한 언론보도는 이런 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무슨 홍보효과를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올 시즌 중반부터 분발하면서 성적이 수직상승하여 5위로 마감했습니다만 첫 두 시즌의 성적은 바닥이었습니다. 애초 출범하면서 3년 내에 1부 리그로 승격하겠다던 호언장담과는 딴 판입니다.

시민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요? 부천에서 치러진 20경기에 입장한 전체 관중은 33,943명이고 이 중 유료 관중은 15,956 명으로 절반에도 못미칩니다. 경기당 평균 입장 1,697명이 입장했고 유료관중은 고작 800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관람편의를 제공한다며 예산 1억 8천만 원을 들여 500명이 앉을 수 있는 가변석을 만들었습니다. 내년에도 500석을 더 설치하겠다며 예산을 요구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시장은 부천이 마치 축구의 성지나 되는 듯 호들갑입니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 전부에게 수업시간에 축구를 가르치겠다고 합니다. 부천FC 산하 선수들을 학교로 내보내서 지도하겠답니다. 축구를 좋아하건 아니건 상관없이 무조건 해야 합니다. 연간 총 102시간 배정된 체육시간에서 30시간 가량을 축구에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체육활동을 통해 신체를 고루 발달시켜야 할 시간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더라도 축구만 시켜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생명을 지키는데 필수라며 수영을 가르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축구를 좋아하면 방과 후 수업시간에 축구를 선택하면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학교가 마련한 다양한 방과후 수업을 자신의 선택으로 수강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축구도 인기 과목입니다. 축구를 정규수업에 편성할 아무런 개연성이 없는 것입니다.

교육부에서 각 학교에 축구 클럽을 육성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냈다고 합니다. 수업시간에 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학교 교육 내용에까지 지자체가 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축구 교육을 희망하지 않은 학교의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참가를 압박하는 유치한 행정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축구 수업 계획에 대해 위와 같이 지적했더니 엉뚱하게 예산문제로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산은 부천FC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9억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무시하고 역대 가장 많은 30억 원을 요구한 데 대해 시의회는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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