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이자 대출. (사)더불어 사는 사람들

 세상에 별난 대출도 다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보증, 무담보로 대출을 해준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돈을 빌려주는데 이자가 한 푼도 없다. 돈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무이자로 선뜻 건네주어 한 목숨 살려내는 것이다.
(사)더불어 사는 사람들. 주인공이 이들이다. 주인공을 만나지 않고 어떻게 믿을 수 있으랴.
상임이사 이창호씨(이하 이 상임이사)와 대출을 받으러 온 부천의 모씨(신원보호를 위해 모씨로 지칭함)를 콩나물신문사에서 만났다. 모씨의 간단한 서류 작성을 도와주며 이 상임이사는 싱글벙글이다. 돈을 빌려주는데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30만원으로 일어서다

얘기를 들으니 모씨의 운명이 가혹하기만 하다. 모씨는 강원도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젊고 의지도 강해 모아놓은 돈도 상당했다. 그런데 아이의 돌잔치가 끝난 뒤 돌연 아이엄마가 사망을 해버렸다. 그때부터 모씨의 인생고난이 시작됐다. 돈은 있었지만 집사람이 죽고 나자 함께 죽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를 곁에 두고서 방탕한 생활을 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돈이 떨어지자 아이를 위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부천으로 와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일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청소업체에 입사했다. 그렇게 18년을 살았다. 하지만 몸이 자주 아프고 힘들어서 청소업체에서 그만 두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그만두니 취직을 할 데가 마땅찮았다. 간신히 막노동을 하면서 버텼지만 생활비가 쪼들렸다. 몸이 아파 병원도 가지 못하고 먹을거리조차 떨어졌을 때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 SOS를 쳤다. 주변에 병원비조차 꿀 때가 없었다. 인생 헛살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냉혹했다.
그때 모씨의 손길을 잡아준 것이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었다. 선뜻 30만원을 빌려줬다. 그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먹을거리도 사고해서 일어설 수 있었다. 다시 일을 하기 시작해 매달 꼬박꼬박 갚아 나갔다.

대학등록금은 낼 수 있을까?

다 갚아서 이제 돈을 빌리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딸의 대학등록금이 걱정되었다. 청소업체로 데리고 다니면서 키워온 딸이 어느새 고3이 되어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된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대학등록금이 당장의 현실문제로 다가왔다. 여러 은행을 돌아가며 대출을 문의했지만 단칼에 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또 다시 더불어사는사람들에게 대출신청을 했다. 이번에도 흔쾌히 대출 허락을 해주었다. 그런데 대출 방침 상 50만원 밖에 대출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위에 아는 사람에게 부탁을 해서 겨우 50만원 빌려 놓았다. 그렇지만 아직 100여 만원이 부족하다.
“아이가 학자금 대출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는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아이가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는 걸 너무나 원해서 몸이 부셔져서라도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50만원이지만 대출을 받으니 날아갈 것 같습니다. 아이의 희망을 살려주는 것 같고, 아비 노릇도 조금은 하는 것도 같고... 아이가 대학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꼭 학비는 벌고, 대출금도 갚고, 아빠에게 용돈도 줄 것이라고 말하니 이제 마음이 든든합니다.”

이 상임이사는 후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돈을 정말로 절실히 필요로 하는 서민들에게 대출을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후원자들이 내주는 단돈 천원이라도 감사히 받는다고 했다. 어떤 분은 선뜻 일천만원을 후원해 주기도 했다. 현재 1억원이 넘는 자산을 확보해 소액이지만 조금씩 서민들에게 따뜻한 대출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대출을 해주는데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든 시간제 일을 하든 조금씩 갚아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1년 안에 갚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믿음이 자활의 바탕

이 상임이사는 “우리 주변에 신용불량을 당한 분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대출난민이 1200만명을 넘는다고 하지요. 우리나라 1가구당 1명이 신용불량자란 얘기에요. 저희들은 일은 하고 있지만 신용불량으로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분들에게 자활의 의미로 소액이지만 대출을 해주고 있지요. 한번 빌린 뒤 70% 정도 갚은 뒤에 또 빌려 달라하면 빌려줍니다. 믿음과 신뢰가 쌓여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대출금을 갚지 않고 전화번호도 끊고 잠적해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은 도덕적인 문제이지요. 저희 대출금을 떼먹고 다른 곳에 가선들 어디서 돈을 빌리겠습니까? 악순환이 반복될 따름이지요.”라고 말했다.

이어 이 상임이사는 “저희가 대출해주는 분들의 생활도 보살피는 연결책 역할도 자임합니다. 몸이 몹시 아픈 어머니에게 MRI 한번 찍어 병명을 알아봤으면 하는 고객이 있었어요. 곧바로 무료로 MRI 찍어주는 의사선생님을 연결해서 무료로 진찰까지 마치고 건강을 회복시켜 드린 적도 있습니다. 의료보험 비급여인 틀니를 하고 싶은 분에게 무료 치과를 연계해 드린 적도 있지요. 안성두레생협과 결연을 맺어 대출자들에게 농산물이 듬뿍 든 선물을 전해드리기도 했습니다. 시골에서 기름보일러에 기름을 넣지 못하는 분에게는 기름도 넣어드렸지요. 이렇게 수많은 도우미들을 연결해서 자활의지를 더욱 북돋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저희들이 하고 있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라고 소개했다.

▲ (사)더불어가는사람들 이창호 상임이사


*모씨 후원 전용 계좌
: 신협 131-015-400890(더불어사는사람들)


*대출, 후원안내
: http://mf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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