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합뉴스를 비롯한 몇몇 언론에서 윤병국 부천시의원의 비판을 인용하여 부천FC1995(이하 부천FC)를 ‘예산 먹는 하마’에 비유했다.
부천FC 지원에 2016년 당초 예정된 9억원보다 훨씬 많은 30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것을 문제 삼았다. 창단 후 지난 3년 간 유료 관중 부족, 부천시 홍보 효과 미미와 당초 목표로 삼았던 ‘창단 후 3년 내 K리그 클래식 승격’을 이루지 못한 것도 문제 삼았다. 부천시민의 세금을 운용하는 시의원으로서 당연히 걱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부천FC가 시작된 이유

하지만 그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부천FC는 무엇을 위해 창단된 팀인가. 축구는 ‘지역 연고’가 무엇보다 중요한 스포츠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축구 구단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서 그 밀착의 정도가 매우 강하다.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이탈리아의 유벤투스처럼 ‘전국구’ 구단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지역에 연고를 둔 팀을 평생 응원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축구에서 부천FC가 갖는 의미는 매우 깊다. 2006년 부천에 연고를 두었던 부천SK가 제주로 연고이전을 감행하자 팬들이 직접 부천FC를 만들었다. 부천FC의 정식 명칭은 부천FC1995인데, ‘1995’는 사실 팀의 창단연도가 아니라, 부천에 연고를 두었던 ‘유공 코끼리 팬클럽’이 모임을 가졌던 해이다. ‘부천의 축구’를 지켜가자는 의미를 담아 부천FC1995라는 구단의 이름이 탄생했다. 이렇게 팬들의 손에서 시작되어 ‘내셔널리그’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리그인 ‘K3리그’에 참여했다. 2013년엔 시의 지원으로 프로 구단으로 전환되게 되었으니, 팬들의 손에서 시작된 프로구단은 부천FC가 대한민국 최초이다. 부천이 ‘축구 수도’라고 불리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축구 성지’로 여겨질 수는 있는 이유이다.

현재만을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어

부천FC가 내년 시즌 30억의 예산(그 중 21억이 추가로 배정)을 받기로 한 것에 대해선 시 차원에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부천시가 부천FC를 어떤 목적으로 운영하는가를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부천시가 부천FC를 통해 수익성 있는 사업을 하기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건전한 여가 활동을 돕는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부천FC를 창단한 것인지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당연히 시민 구단인 부천FC는 시민을 위해 창단되었다.
부천FC는 현재를 가지고 평가받을 존재가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부천시와 밀착하여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팀이 되었을 때를 보고 운영하여야 할 대상이다. 구단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 수익구조도 개선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투자도 가능하다. 투자가 가능해지면 더 나은 성적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단순히 성적 때문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 창단하여 시민들과 함께 구단을 운영하고 성장시켰다는 사실 때문에 부천이라는 도시가 특별해질 것이다. 부천시와 부천FC 모두 ‘이익이나 성적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 팀이 존재한다’는 것을 운영의 모토로 삼아야 할 것이며, 이를 시민에게 어필한다면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과 밀착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해

단기적으로 보자면 부천FC가 당장의 예산을 잡아먹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2015년 부천시의 예산 규모은 9400억원 규모로, 30억은 0.3%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작은 비율이라 대충 쓰여도 괜찮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시의 예산 덕분에 경기당 1697명, 총 3만 명 정도의 시민들이 부천FC의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절대적으로 많은 수치는 아니지만, 지난해에 비해 600명 이상 평균 관중이 늘어난 수치이다. 부천FC는 시민의 복지 차원에서 유지되고 또 투자할 가치가 있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관중 동원을 보여주는 우라와 레즈는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선수단의 거리 청소 봉사를 통해 지역민과의 관계를 좁혔다. ‘레즈랜드’라고 하는 체육 시설을 건설하고 주민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함으로써 구단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여 지역에도 공헌하였다. 부천FC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부천FC는 비인기 구단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부천FC는 부천을 대표하는 컨텐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고작 프로구단으로 3년의 시간을 보낸 부천FC가 지역에 밀착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선수들이 참여하여 진행 중인 축구 클리닉을 통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재능을 기부할 뿐 아니라, 부천FC가 부천시를 대표하는 팀이라는 것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 있다. 600명의 관중이 증가한 것은 1년 동안 부천FC가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로 봐야한다. 하지만 당장 성과를 요구할 시점은 분명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주인 김만수 시장과 함께 구단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의회의 구성원이 ‘시민의 구단’ 부천FC를 성적과 유료 관중의 측면에서만 바라본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부천FC가 완벽한 팀이 아니란 것은 팬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나아질 부분이 많고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2015년이었다. 부천FC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한다면, 30억이라는 세금이 아깝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2016년은 부천FC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2015시즌 초반부터 부천FC를 지켜본 사람들은 팀이 한 해 내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팀이 송선호 감독의 지도하에 ‘조직력’을 앞세워 성적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투자가 어려운 시점에서 현재 보유한 선수만으로도 5위의 성적을 거뒀으니, 적절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내년엔 K리그 클래식 승격 도전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점이다. K리그 클래식으로의 승격은 부천FC의 관중수 증가, 부천시 이미지 제고, 수익 향상 등 여러 차원에서 구단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K리그 클래식의 성남FC는 부천FC에게 귀감이 될만한 시민 구단이다. 이재명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 하에 성남FC는 이번 시즌 매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비록 재정적으로는 부족함이 많았지만, 김학범 감독의 지도하에 끈끈한 축구를 보여주었다.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한 AFC챔피언스리그에선 이번 시즌 우승팀인 중국의 광저우 헝다를 홈에서 꺾는 등 아시아 전체에 성남의 이름을 알렸다. 기업이 운영하는 구단들 사이에서 당당히 5위에 자리했으며, 훌륭한 경기력으로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반면 홍준표 구단주의 독선 하에 파행적 운영을 이어간 경남FC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시즌을 앞두고 팀을 해체하겠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운영비를 크게 삭감한 결과 경남FC는 이번 시즌을 K리그 챌린지에서 9위로 마쳤다. 2014년까지 K리그 클래식에서 활약했던 구단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결과이다. 부천FC는 성남FC와 경남FC 중 어느 쪽이 될 것인가.

부천FC에게 부천시가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민의 세금이 쓰이는 만큼 더 확실하고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구단인 만큼 단순히 ‘성적’이나 ‘수익’의 차원에서 고려할 문제가 아니며, 장기적 차원에서 지원을 이어갈 가치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로 원정 응원을 떠난 부천FC 1995의 서포터즈 헤르메스

 

▲ 고양Hi FC를 상대로 승리한 후 시민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부천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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