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철학을 지향하는 대안학교 산어린이학교

 

▲ 공연을 하는 산어린이들

송내동에 새 집을 짓고 정든 과림동 학교를 떠나 지난 10월 이사를 했다. 공동육아 이념을 지향하며 초등학교를 거쳐서 중등학교로 확장해온 지 16년만에 학교 땅을 마련하고 건물을 지었다.
이사해서 좋았는데 나쁜 점도 있었다. 운동장이 좁은 거였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배야’게임을 한다. 작은 흙운동장에 맞추기 위해 배드민턴에 야구를 얹었다. 배야는 세상에서 단 한 군데 산어린이학교에만 있는 스포츠가 되었다.

복도 벽에는 월령가 씨리즈가 걸려 있다. 농부가 매월 절기에 맞추어 농사일을 해나가듯이 산어린이들은 세시 변화를 학습에 끌어 들였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는 삶을 익히기 위해서다. 이를 노랫말로 만들었다. 그 가운데 4월령 노래는 이렇다.

“봄기운이 감돌고, 봄비가 자주 내린다.
사람들은 얇은 옷을 많이 입는다.
해는 서서히 늦게 지고 새들도 봄이 반가운지 지치도록 울어댄다.
봄꽃들이 많이 펴서 화사해 보이지만 벌레들도 많다.
운동장에선 사람들이 오담을 적게 하고 축구를 많이 한다.
날씨는 아침에는 덥고 밤은 쌀쌀하다.
비가 자주 내려 꽃잎이 금새 떨어진다.
봄기운을 먹는지 활발한 사람들도 있지만,
방과후 즈음엔 피곤해 보인다.”

학교행사도 어린이와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준비하고 치른다. 겉절이 만들 배추도 엄마들이 둘러 앉아서 씻는다. 카레를 토핑한 한입 빵은 어린이가 만들어 순회하며 대접한다. 맛있는 인절미는 한 아빠가 자르고 굴리고 묻힌다. 이화전 교장선생님은 “어린이와 학부모가 함께 성장해가는 학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맞다. 대안 학교엔 대안 어린이와 대안 부모가 살고 있을 것이다.

글, 사진 | 유진생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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