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천의 재정자립도,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가

 부천시의 재정자립도가 40%가 안 된다고 합니다. 부천시가 1년 동안 쓰는 돈의 40%만 스스로 벌어들인다는 의미이므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데 제약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낮은 재정자립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시유지 매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니, 심각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5년 본예산 기준 부천시의 세입, 즉 벌어들이는 돈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지방세는 3,157억원, 세외수입은 816억원이고 중앙정부 또는 상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는 돈인 지방교부세, 조정교부금, 국고보조금은 각각 1,144억원, 804억원, 3,397억원이며, 기타로 지방채 300억원과 잉여금 등 519억원이 있어 총 1조 137억원입니다. .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한 자체수입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재정자립도라고 하므로 부천시의 2015년 재정자립도를 계산해 보면 39.2%가 나옵니다.

자체재원 이외에 지방교부세, 조정교부금, 국고보조금 같은 의존재원이 굉장히 큰 규모인데, 각각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래의 예를 보겠습니다.

부천시 약대동에서 쭈꾸미집으로 성공한 갑동이는 동생들에게 지점을 내주기로 했다. 사업 초기에 동생들이 지점에서 버는 돈만으로는 가게 운영이 어려울 것 같아 갑동이가 돈을 보내주기로 했다. 갑동이가 보내주는 돈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번째는 매달 일정액을 기본운영비로 쓰라고 꼬박꼬박 송금해주는 돈이다. 동생들끼리 싸움이 생길 것 같아 어떻게 나눌지도 미리 정해두었다. 지점 매출이 얼마인지, 가게 직원이 몇 명인지, 지점이 담당하는 구역이 얼마나 넓은지에 따라 정해진다. 지점 매출은 적은데 직원이 많은 둘째 동생에게 많이 주고, 지점 매출도 괜찮고 담당하는 구역은 좁은 셋째 동생에게 적게 준다. 기본운영비로 쓰라고 주는 돈이라 이 돈을 어디에 쓰건 갑동이는 상관하지 않는다.
두번째는 가게 인테리어 비용이다. 인테리어 비용이 필요하다고 하면 추가로 보내준다. 이 돈은 인테리어 비용으로만 써야 한다. 동생들이 못 미더워서 기본운영비로 얹어주지 않고 따로 주기로 했다. 가게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다른 지출을 줄여서라도 인테리어에 투자해야 하는데, 동생들 평소 행태로는 인테리어 비용 대신 다른 비용으로 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인테리어 비용으로만 쓰도록 주고, 영수증을 가져오라고 했다. 또 인테리어 비용을 전액을 주는 대신 80%만 주고, 나머지는 20%는 동생들이 내도록 했다. 전액을 대준다고 하면 필요 없는 인테리어까지 마구 할까 걱정이 돼서 그렇게 정해두었다.

예산의 자율적인 편성과 집행의 개념으로는 재정자주도가 더 적합해

위의 예에서 갑동이가 지원해주는 기본운영비가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입니다.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가 거두어 들이는 국세(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중 19.24%를 가지고 나누어 줍니다. 위의 예에서 표현했듯 각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규칙도 정해져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기본 운영에 필요한 돈(이걸 기준재정수요액이라고 부릅니다)과 자체수입의 차액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자체수입이 적은 데 인구가 많은 지역에 많이 주고, 자체수입이 많으면 아예 안 주기도 합니다.
조정교부금은 경기도가 받은 지방교부세 중 일부를 다시 부천시에 배분하는 경우로 성격상 지방교부세와 동일합니다. 지방교부세는 그 배분방식이 사전에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용에 대한 제약도 없습니다. 즉, 지방교부세는 배분받은 지방자치단체가 인건비로 쓰든 시설투자비로 쓰든 중앙정부가 간섭하지 않습니다.

집행에 있어 자율권이 있기 때문에 자체재원에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을 더한 금액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재정자주도로 계산합니다. 2015년 본 예산 기준으로 부천의 재정자주도는 58.4% 수준입니다. 부천시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데 자율권이 얼마나 있는지 보여주는 개념으로는 재정자립도보다는 재정자주도가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고보조금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많아

지방교부세와 대비되는 성격의 돈이 국고보조금입니다. 위의 예에서 인테리어비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용도가 지정되어 있는 돈입니다. 국고보조금은 지방자치단체가 마음대로 쓸 수 없고, 그 용도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반납해야 합니다. 국고보조금의 가장 많은 부분은 중앙정부가 진행하는 복지사업(기초연금, 보육료 지원 등)을 지방자치단체가 대신 집행하기 때문에 지원하는 금액입니다.
부천시가 받는 국고보조금 중 상당부분도 이러한 유형인데, 2015년 본 예산 중에서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보육료를 담당하는 부서가 지원받은 금액이 각각 486억원, 1,081억원, 823억원입니다. 이 금액은 2014년 본 예산 대비 476억원 증가한 금액으로, 2014년 본 예산 대비 전체 국고보조금 증가액 233억원보다 큰 금액이니 사실상 국고보조금이 증가하는 것은 이 세가지 복지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기초생활보장은 경기 악화로 대상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기초연금이나 보육료 지원은 최근에 그 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지원금액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고보조금의 다른 하나의 유형은 지방자치단체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 예를 들어 7호선 건설비용 등, 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보조하는 금액입니다. 이런 비용을 국고에서 따내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은 중요한 치적으로 홍보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국고지원을 많이 따내면 따낼수록 재정자립도가 하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국고보조금이 증가하는 것이 꼭 나쁜 것도 아니고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여기에 부천시의 세입 중에는 지난해 예산 중 쓰고 남은 돈인 잉여금이 있습니다. 잉여금도 그 성격으로 보자고 하면 의존재원 보다는 자체재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포함하면 부천시의 세입 중 부천시가 예산 편성, 집행에 제약을 받지 않는 돈의 비율은 63.5% 수준인 셈입니다.

전체 지방자치단체의 평균을 보면, 재정자립도의 경우 전국평균은 50.6%, 시 평균은 35.8%입니다. 재정자주도의 경우 전국평균은 73.4%, 시 평균은 64.9% 로 부천시는 전국평균 보다는 낮고 시 평균과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부천시의 재정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 상태가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당장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 중 재정위기에 처한 곳은 무리한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했다가 분양이 안 되거나 운영이 안 되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고 그 이자비용이 부담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다음 번에는 무리한 개발 사업으로 재정위기에 처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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