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때가 된 것은 아닌지...

※ 주의 : 이 글에는 ‘마션’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작년에 개봉한 SF 블록버스터 중에 마션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화성을 탐사하던 주인공이 모래폭풍 때문에 낙오하게 되어 4년간 홀로 버티는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죽었다고 생각하여 화성에서 철수했던 NASA는 나중에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을 구하러 가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먼저 보내려던 보급선은 도중에 폭발하고, 귀환 중이던 화성탐사선을 돌려 보내는 것은 NASA 국장이 반대합니다.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가던 주인공은 지쳐만 가는데요.

  요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의 갈등이 한편의 블록버스터 같습니다. 매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고소·고발전, 비방전이 남발합니다. 옆에 있던 지방자치단체도 끼어들어서 아주 혼란스럽습니다. 중앙정부의 고위관료들이 돌아가면서 2016년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청 돈으로 충분히 편성 가능하다고 하는데, 지방교육청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지방교육청의 장부는 하나일 텐데 이렇게 다른 해석이 가능한지 의문스럽습니다. 현재가 혼란스러우면, 과거를 참고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이전에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해 집니다.

  1년만 버티면 내년에는 많이 줄께

  2015년에도 지방교육청의 재정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 때, 기획재정부는 어떤 평가를 하였을까요? 기획재정부는 2014년 10월 '2015년 누리과정 사업, 차질 없이 시행가능' 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습니다. 그 자료에는 교육교부금의 감소는 2015년에 일시적으로 발생하겠으나, 2016년 이후에는 교육교부금이 증가하여 재원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되어 있습니다.

                       중기계획상 교육교부금 증가율(재원) 추이(단위 : 조원)

연도

2014

2015

2016

2017

2018

연평균 증가율

교육교부금

40.9

39.5(41.4(*))

45.5

48.6

52.1

6.3%

증가액

-

△1.4(0.5)

6.0(4.1)

3.1

3.5

 

(*) 2015년 예산에 반영된 지방채 인수분(1.9조원) 포함시)

(자료 출처 : 2015년 누리과정 사업, 차질 없이 시행가능(2014.10.8),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기획재정부는 2015년이 좀 어렵긴 하나 중앙정부가 지방채를 1.9조원만큼 감당해 줄 예정이니 누리과정 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고, 2016년에는 45.5조원이 교육교부금으로 내려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2016년은 리플레이 재생 중?

  지난 1월 11일 교육부가 지방교육청 재정분석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올해에도 역시 중앙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이 충분히 편성 가능하다고 합니다. 기시감(데자뷰)이 느껴집니다. 아래는 교육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중 일부로서 ‘지방교육재정 전망’ 에 대한 자료입니다.

       

                              2016년 지방교육재정 전망(단위 : 조원)

세입 전망

세출 전망

구 분

2015

2016

증감

구 분

2015

2016

증감

교육교부금

39.4

41.2

1.8

인건비

34.6

35.8

1.2

국고보조

0.6

0.4

△0.2

운영비

6.2

6.2

0

지자체 전입금

10.8

11.8

1.0

시설비

6.3

5.3

△1.0

자체수입

1.3

1.3

0

채무상환

1.1

1.4

0.3

지방채

6.1

3.9

△2.2

초등 돌봄교실

0.2

0.2

0

순세계잉여금

1.3

1.5

0.2

누리과정 운영

3.9

4.0

0.1

 

 

 

 

기타사업비

6.8

6.8

0

 

 

 

 

예비비

0.4

0.4

0

59.5

60.1

0.6

59.5

60.1

0.6

(자료출처 : 2016년 시도교육청 본예산 분석 결과 발표(2016.1.11), 교육부 보도자료)

  혹여 숫자를 좋아하지 않으시더라도, 교육부가 누리과정의 해법이라고 제시한 중요한 표이니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표가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간단하게 보면 왼쪽이 들어올 돈, 오른쪽이 쓸 돈 입니다. 행정용어로 1년 동안의 수입을 세입(歲入), 1년 동안의 지출을 세출(歲出)이라고 합니다. 즉, 2015년에는 총 59.5조원의 수입과 지출이 있었던 것이고, 2016년에는 60.1조원의 지출이 필요한데, 그만큼의 수입이 예상된다는 의미입니다.

  기획재정부가 괜찮을 것이라던 2015년, 결과는 재정파탄

  용어가 낯설고 단위도 커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방교육청의 살림살이 역시 일반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돈 쓸 곳은 많은데 수입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돈을 빌려야 합니다. 2015년 교육부가 제시한 자료를 찬찬히 뜯어보면 해답이 보입니다.

  쓸 돈 59.5조원 중 10%가 넘는 6.1조원을 빚(지방채 발행)을 내서 충당했습니다. 원래 빚이 거의 없는 지방교육 살림살이에 큰 부담입니다. 누리과정 예산을 떠안기 전인 2012년에는 빚이 2조원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4년 반복되어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40%을 넘으면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되면 사실상 예산에 대한 권한이 박탈됩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편성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결과는 재정파탄이었습니다.

  2016년에는 많이 준다고 했잖아요

  기획재정부가 2016년에는 충분한 교부금을 주겠다고 해서, 2016년에는 빚 없이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역시 찬찬히 뜯어보니 2016년에도 쓸 돈 60.1조원 중 3.9조원은 빚을 내어서 메꾸어야 합니다. 빚이 2015년보다 줄었다고 하지만 전체예산의 6.5%로 없는 살림에 만만치 않은 부담입니다.

  빚을 내야하는 이유를 보니 기획재정부가 주겠다고 했던 교부금이 적게 내렸갔습니다. 맨 앞 표에 있듯이 기획재정부는 2016년에는 교육교부금이 45.5조원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 자료에 나와 있는 것처럼 실제 2016년 교육교부금은 4.3조원이 감소하여 41.2조원만 내려갔습니다. 만약, 계획대로 45.5조원이 교부되었다면 3.9조원의 빚은 안 내어도 되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교육부가 교육청 예산 증가율을 일부러 낮게 잡았다는 의심도 듭니다. 과거 4년간 교육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6.2%였습니다. 그런데, 2016년에는 예산이 59.5조원에서 0.6조원만 증가하여 증가율이 1% 밖에 안 됩니다. 만약, 과거처럼 6% 증가했다고 하면, 총예산이 63.1조원이 되고 빚을 내서 메꾸어야 하는 금액이 6.9조원으로 증가합니다. 역시 한 해 예산의 10%가 넘게 됩니다.

  2017년은 괜찮을까요? 중앙정부의 예상치는 44.3조원(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의 2017년 예상수치)일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재정운용계획상 2년전에 추정한 것이 실제로는 평균적으로 4조원 줄어서 교부되었습니다. 2013년 예측한 2015년 교육교부금은 43.2조원이었으나 39.5조원만 교부되었고(3.7조원 감소), 2014년 예측한 2016년 교육교부금은 45.5조원이었으나 41.2조원만(4.3조원 감소) 교부되었습니다. 2017년에 44.3조원 보다 적게 교부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지방교육청의 살림살이는 2017년에도 그리 나아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학생수가 줄어 지출도 줄어든다?

  한편, 중앙정부는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재정여력이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습니다. 즉, 세출측면에서 줄어들 여지가 있다는 의미인데, 실제로 학생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교육통계를 보면, 2011년 대비 2015년의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전체 학생수가 10.3% 감소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교원 1인당 학생수와 학생 1인당 공교육비 등으로 평가되는 한국의 교육환경이 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사 1인당 학생수(초등학교 기준)는 가장 최근 자료(2013년)를 기준으로 한국이 17명, OECD 평균이 15명입니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초등학교 기준)도 가장 최근 자료(2012년)를 기준으로 한국이 $ 7,395, OECD 평균이 $ 8,247 인 상황입니다.

                                    교육단계별 교사 1인당 학생수(2013년)

 

 

(자료출처 : 교육통계서비스 중 국제통계, OECD 자료는 OECD 교육지표 2015 자료임)

  이러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자 교육부는 매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의 중기목표로 초·중등 교원 1인당 학생수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2013년의 경우 19.4명을 5년 후인 2017년 16.4명으로, 2014년 경우 2014년의 18.8명을 5년 후인 2018년 17.0명으로 개선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교원 1인당 학생수를 줄이려면 학생수가 줄어들더라도 교원수가 늘어나야 하고, 학급수나 학교수도 늘려야 합니다. 실제로 교육부의 교육통계상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의 전체 학교수와 교원수는 학생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2011년에 비해 2015년에 각각 3.6%, 4.1% 증가하였습니다.

    한편,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교원 1인당 학생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시설비 등 재정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1.4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어 있습니다. 학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론적인 가능성은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부, 즉 중앙정부의 목표는 교육환경을 OECD 평균으로 끌어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인건비, 시설비 등이 오히려 늘어나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영화 마션처럼 중앙정부가 지방교육청을 구하러 가길

  누리과정은 좋은 정책이지만 출발할 때 돈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프랑스나 독일 등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사무를 이양할 때 재원도 함께 주도록 헌법에 아예 못 박아놓아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명백한 위헌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업무를 이양할 때 예산을 같이 주는 것이 상식이라는 의미입니다.

  영화 마션에서는 결국 NASA의 구조대가 홀로 버틴 주인공을 구하러 갑니다. 누리과정이 2012년에 도입되었으니 올해가 만 4년이네요. 예산도 주지 않았는데 용케도 4년을 버틴 지방교육청이 마션의 주인공과 비슷해 보입니다. NASA의 구조대가 4년만에 화성에 주인공을 구하러 가서 해피엔딩으로 끝났듯이, 이제 중앙정부도 지방교육청을 구하러 가는 해피엔딩을 기대해 봅니다.

  PS.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이 화성에서 홀로 버티는 동안 지구에서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아냅니다. 지금도 중앙정부의 실무자들은 위험에 빠진 지방교육청 재정을 구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분들의 노력을 응원합니다.

  

  글 Ⅰ 홍순탁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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