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1155번지 마저 팔리게 됐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이 이번 임시회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이 날 중동 1155번지 구 문예회관 부지 매각이 시의회에서 승인됐습니다. 이제 이 땅은 매각 날짜만 기다리게 됐습니다. 지난해 봄부터 문제를 제기하며 소통을 요구하던 시민들의 실낱같던 바람이 완전히 꺼져버렸습니다.

  2008년 홍건표 전 시장이 이 부지와 문예회관 부지(중동 1153번지) 등을 묶어서 중동특별계획 1구역으로 지정한 것이 오늘의 발단이었습니다. 중동신도시 개발 당시 문예회관 부지 등으로 도시계획했던 것을 용적율을 높여서 주거시설, 상업시설로 용도도 바꾼 것입니다.

  홍건표 전 시장은 2008년부터 이 땅을 매각하려고 시의회 승인을 요구했습니다. 시의회는 5차례나 보류 또는 부결하면서 승인을 거부합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었으며 승인반대를 주도했습니다. 매각 건은 결국 2010년에 5대 시의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습니다. 일부 한나라당 시의원들의 협조도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당시 초선 시의원이면서 민주당 소속이던 저는 이 계획을 저지한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2010년 6월에 민주당 소속 김만수 시장이 당선된 이후에도 이 부지 매각승인 요구가 상정됐습니다. 문예회관 부지를 중앙공원으로 정하고 이 부지를 팔아서 건립비용에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2012년 2월에 1153번지(구 문예회관 부지)에 대해 매각승인을 요구하는 안건을 시의회에 회부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중앙공원에 건축을 해서는 안된다며 반대했습니다. 매각한 자리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지만 주민들은 중앙공원 훼손에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총선 과정에서 시민반대에 직면하기가 두려웠던 민주당은 총선이 끝나고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습니다. 총선 후인 2012년 4월에 상정된 이 안건은 회기 마지막 날인 5월 8일에 가결됐습니다. 당시 시의원 재적은 29명이었는데 민주당 소속 14명 중에서는 유일하게 저 혼자만 반대했습니다. 가결을 위해서는 찬성 15표가 필요했는데 새누리당 1명과 통합진보당 1명이 찬성에 가담했습니다. 그렇게 1153번지는 매각 승인 됐습니다.

  그러나 중앙공원에 문예회관은 지어지지 않았고 땅도 팔지 않았습니다. 매각승인 후에도 시민반대가 거세자 유야무야 지연한 것입니다. 2014년 시장선거에서 다시 이 문제가 쟁점이 되자 김만수 시장은 급기야 중앙공원 건축계획을 철회한다고 선언까지 했습니다.

  2014년 재선에 성공한 김만수 시장이 다시 들고 나온 것이 통합개발이었습니다. 2014년 말에 언론을 통해 계획을 발표하더니 2015년 5월에 구체적인 안건으로 제안됐습니다. 시민들은 반대하며 소통을 요구했습니다. 형식적인 설명회와 참고도 않을 여론수렴이 전부였습니다. 농성, 집회, 단식 등 다양한 반대에 직면하여 시의회 승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2015년 10월에 시장은 결국 매각승인을 포기합니다. 2012년에 매각승인을 받아 둔 1153번지만 부분매각을 했습니다. 통합개발이 아닌 부분매각을 하면 난개발이 될 것이고 문예회관 건립도 기대할 수 없다면서도 부분매각을 감행했습니다. 그렇게 부분매각을 해 놓고 또 1155번지 매각안을 상정한 것입니다. 반대하던 시의원 한 명이 사임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결국 1155번지 마저 팔리게 됐습니다. 중간의 상업용지 소유자들과 협의하여 통합건축계획을 세울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때는 도로부지도 팔게 해 달라고 요구하겠지요. 문예회관 부지에 990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라는데, 호텔부지에도 그 정도가 입주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문예회관 부지 등으로 계획됐던 땅이 불과 30년이 안돼서 2천 세대 초고밀,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변하는 것입니다.

  시정책의 문제점을 찾아내서 보완하고 고치게 만드는 것이 시의원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그 일에 열성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떠들어도 소통은 하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자로 매도 당하기 일쑤니 힘이 빠집니다. 늘 거대한 벽에 부딪히는 느낌입니다. 소통 좀 하자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치거나 꺾이지 않겠습니다. 더 힘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글Ⅰ윤병국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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