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시대 말기, 백악기 후기의 생태계를 지배한 동물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라는 공룡이다. 추정 체중만도 6톤이고, 공룡 중에 씹는 힘이 가장 강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다른 초식 공룡을 먹이로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 중에는 다른 티라노사우루스가 물어뜯은 것으로 생각되는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는 점이다. 동족끼리 싸우거나 심하면 서로 잡아먹었을 수도 있는 증거인 셈이다. 어마어마하게 강한 턱뼈가 동족을 살해하는 데 쓰였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더한 비극이 없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멸종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라 동족끼리의 싸움 때문이라는 것은 순진한 억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를 물어뜯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화석으로 고스란히 남아있으니 티라노사우루스의 비극은 영원하다.

지나치게 거대한 힘이 타종족을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종족을 헤친 일은 인류역사에 비일비재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민족에게도 6.25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있었다. 전쟁 이후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후유증은 조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전쟁의 아픔이 화석이 되어 대대손손 자손만대 전해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공룡보다 지혜로운 존재이다. 남북한 상호간의 극렬한 비방과, 군비증강을 통한 극한의 대립은 공룡의 비극을 능가하는 비극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더 큰 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북은 서로 만나야 한다. 1억 년은 차치하고 십 년 미래를 위해서라도 상호 오기에 찬 치졸한 힘자랑은 그만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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