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민들의 공동체적 삶을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

             

 
  부천시 한가운데에 보리밭이 펼쳐져 있다. 추운 겨울에도 땅을 뚫고 솟아나오는 보리의 힘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 싱싱한 보리밭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최근에 문예회관 부지에서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삶이 힘들어서 자살을 택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부천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서민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극단에서 극단으로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는 그 사람의 아픔이 곧 문예회관을 서슴없이 팔아치우는 부천시 행정이 보듬어야할 지향점이다. 부천시 서민들의 아픔을 보듬어 나가는 공동체적 삶을 복원하는 것만이 부천시가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보인다. 
 
  이곳은 문예회관 부지라는 이름 보다는 중동특별계획1구역으로 불린다. 부천시에서 특별하게 지정을 해서 개발을 허용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별구역’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으니 땅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부천에서 제일 노른자위인 금싸리 땅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주변 땅들에 비해 더 많은 용적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땅이 된 것이다. 
  원래는 부천시의 숙원사업인 문예회관을 짓겠다는 목표로 묵혀놓은 땅이다. 부천시가 문예회관을 지을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이 땅을 팔아서 문예회관을 짓겠다는 발상이다.    
 
  2015년 한해 동안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는 당연히 김만수 시장이 내세운 통합개발론이다. 문예회관 부지를 포함해서 그 일대는 통합해서 개발한다는 게 요지였다. 부천시 소유 2만9770여㎡와 민간 상업용지 4500여㎡를 묶어 주거·상업·숙박·문화 복합기능을 갖는 공공 통합개발 사업이다. 이곳에 호텔, 주상복합, 문예회관 등을 짓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부천시는 이 부지에 용적률 1,050%를 적용해 지상 66~69층 아파트 4개 동(1480가구)과 40층짜리 호텔(320실)을 짓는 통합 개발이었다.  
 
  그런데 부천시민들의 거센 반발과 일부 시의원들의 반대로 이 계획안은 무산되었다. 2015년 9월 말 부천시민들은 중동 문예회관 부지 시유지 매각 반대 서명을 위해 부천시민이 자발적으로 단체를 구성했다. 그래서 무려 12,242명이 서명, 시에 제출했다. 그 여파로 통합개발론이 무산 된 것이다.
 
  그래서 다시 김만수 시장은 부분매각을 결정해서 문예회관 부지인 중동 1153 시유지(1만5천 474.6㎡)를 일방적으로 매각해 버렸다. 
  평당 3천 657만원으로 1천7백12억원에 매각됐다. 이 땅을 낙찰 받은 업체는 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이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엠디엠은 옛 문예회관용 부지에 지상 40~50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800여가구(전용면적 85㎡ 기준)와 상업시설을 넣을 계획이다. 기준 용적률은 600%이지만 기부채납(공공기여) 등에 따라 최대 900%까지 가능하다. 전체 연면적은 16만여㎡이고 10%인 1만6000여㎡는 상업시설 등 비주거시설로 채워진다. 상업시설은 가로 100m의 스트리트몰 형태로 조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호텔과 주상복합 4개동을 짓는다는 계획이 어그러진 것이다. 
 
  이렇게 진행된 문예회관 부분매각도 4개월 뒤에 2016년도 1월에 해당 상임위원회에선 부결되었으나 본회의에 다시 올렸다. 중동1155번지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이 결국 애초 김만수 시장이 내세운 '통합개발 조건'까지 달아서 부천시의회가 통과시켜 주었다. 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조건이 더 들어간 것이다. 통합개발이 부천시의회의 승인 조건이기 때문에 부천시에선 이 조건에 합당한 통합개발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다시 부천시가 계획했던 통합개발로 되돌아간 것이다. 부천시민들이 거세게 반대했던 통합개발이 부활해서 호텔도 들어서고, 주상복합도 들어서게 되었다.  
 
  부천시는 문예회관 부지를 매각해 확보한 자금 1712억원을 활용해 1월 29일 채무액 677억 모두를 완납했다. 그래서 ‘빚없는 도시’가 됐다. 
  김만수 시장은 “1월달 상환한 돈은 2024년까지 갚아야 하지만 이 기간 부천시가 내야 할 이자는 연 9억원, 82억원에 달한다. 연 9억원은 저소득 노인 710명에게 매일 배달되는 도시락과 복지관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2,102명의 밥값과 맞먹는다. 앞으로도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신규 사업을 벌일 때도 빚 없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문예회관 부지 판매 대금으로 부천시 빚을 갚았고, 구도심을 중심으로 부천시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이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중동특별계획1구역의 개발이 완료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지옥을 방불케하는 길주로의 교통마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주상복합에 입주하는 입주민들의 자녀들이 다녀야할 초등학교는 근처에 부명초등학교, 계남초등학교 뿐이어서 과밀학급에 따른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부천시민들이 통합개발의 반대했던 주된 이유가 다시 고스란히 되살아나 이제는  어찌하지 못할 상황이 되었다. 김만수 시장이 의도한 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부천시, 부천시의회 본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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