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건축시설관리협동조합을 찾아서

 

 

  가뭄을 해갈하고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토요일 오후. 1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온수역 인근에 자리한 녹색건축시설관리협동조합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공정한 계약, 정직한 시공, 안전한 관리’라는 큼지막한 글자였다. 돼지머리도, 풍물패도 없었지만 사무실 한가운데 차려놓은 음식상 주변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벽에 붙은 다양한 사회적경제단체와 협동조합들의 여러 가지 그림과 사진을 둘러보기도 하며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개소식을 시작하는 4시가 되자 사무실 안은 준비한 의자가 부족해 몇 명은 서있어야 할 정도로 축하객들로 가득 찼다.

  “녹색은 우리 조합의 지향이지요. 건축, 시설관리가 하고자 하는 일의 내용이고 협동조합은 형태입니다. 줄이면 녹건협, 또는 녹건이 되죠”

조합의 이름이 길고 어려운 것 같다고 하자 송태규 이사장이 설명해 줬다. 아이쿱이나 한살림처럼 대부분의 조합이 소비자협동조합인데 반해 녹건협은 생산자협동조합이다. 7명의 건축 관련 전문가, 자영업자들이 모여 조합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 하고 창립한 건 지난해 12월 25일 서울시민청에서였다.

“건축, 하면 신축건물을 짓는 것, 즉 건설이 가장 먼저 연상되지요. 사실 지금껏 우리나라는 건설이 곧 건축으로 인식될 정도로 새로 짓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신축 위주의 건설은 한계에 왔죠. 이제는 있는 건축물을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서울시 뿐 아니라 각 지자체들도 거리나 마을, 건축물과 시설들을 유지, 관리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구요”

  이건 세계적인 흐름이다. 죽어가는 도시를 살려낸 스페인의 빌바오나 주민주도형 도시재생의 상징이 된 영국 코인스트리트 등 사례는 많다. 우리나라에도 이태원 경리단 길이나 연남동 경의선숲길처럼 평범한 거리에서 핫 플레이스로 변화된 거리들이 있으며 문래동 예술촌처럼 빈 공장을 창작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경우도 있다. 쇠잔해가는 거리와 건축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 녹건협이 지향하는 녹색과 맞닿는 지점이다.

  송태규 이사장은 전기 관련 자격증은 모두 가지고 있는 전기 전문가로 30여 년간 전기공사, 관리, LED조명, 정보통신 분야의 사업을 했다. 마찬가지로 김일섭 이사는 부동산, 권순중 이사는 페인트, 오영관 상임이사는 냉난방과 조립식주택, 감사를 맡은 박병무씨는 토목설계 등 조합원 모두 건축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단순히 공사를 하는 것만으로는 조합이 지향하는 목표에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공학박사인 윤병옥씨를 기술위원으로 사회복지사인 김향연씨를 자문위원으로 두었다. 하자 없는 꼼꼼한 시공과 관리에는 공학자의 눈이 필요하며 계약과 시공과정에서 불공정하거나 기준에 어긋나는 경우가 있으면 사회복지사의 지적을 받게 된다.

  소비자조합과는 달리 생산자조합은 각자 사업체를 이끌던 대표들의 모임이라 의견을 모으기가 어렵지 않을까.

  “무엇보다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해야죠. 조합원의 자격 중 가장 중요한 게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공부가 되어 있으며 더불어 살고 나누는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확실한 인물”

그러다보니 조합원 대부분이 과거에도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 등 종으로 횡으로 연결되어 있던 사이였다.

  녹건협은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하게 될까.

  “작게는 주거공간이나 영업장을 수리하거나 바꾸는 것, 나아가 공원이나 놀이터 등 시설물들의 보수와 관리. 우리의 기술을 바탕으로 태양열을 이용, 전기사용을 최소화한 친환경적인 농막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 사무실도 비록 넓지는 않지만 절반 이상은 필요한 단체나 모임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 글쓰기 모임이나 소규모 강연 등을 열 예정입니다.”

녹건협은 콩나물신문에도 단체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어 앞으로 자주 마주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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