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대 편집위원장 민경은 조합원

 작년 이 맘 때였을 것이다. 난 겨울이면 찾아오는 무기력증으로 꽤 지쳐있었고, 오래 묵혀놓은 치통이 극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많은 조합원들이 모여서 2015년을 준비하며 정관을 함께 고치고 편집회의를 했다. 그 날 한 해를 이끌어 갈 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을 뽑기도 했는데, 추천을 받은 사람들의 이름이 화이트보드에 적혀 내려갔다.

 꽤 떨리는 순간이었다. 긴장한 탓인지 치통은 극심해지고 있었는데, 그 순간 내 이름도 적혔다. 해야 한다는 마음과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 나의 발언 차례가 되었다.

 “편집 위원장 하시겠어요?” 라는 최정우 국장의 질문에 내 입에서 불쑥 “두 번째 편집위원장 할께요.”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두 번째 편집위원장의 차례는 예상했던 것 보다 빨리 왔다. 그리고 콩나물 신문을 만드는 이 주라는 시간은 일상에서 보낸 시간과 다르게 느껴졌다.

 이 주마다 한 번씩 신문을 만드는 일은 마치 “의례”와 같다. 기운 좋은 자리 찾아 돗자리 피듯이 회의 장소 물색하여 펼치는 편집회의, 여러 조건이 예상과 맞지 않아도 보기 좋게 차리고자 애쓰는 취재, 중간에 계속되는 소통,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하는 편집 디자인, 방방곡곡 소문내는 신문배포까지.

 각각의 순간뿐 아니라 그 일련의 과정 안에서 상호존중과 협력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실제 행동으로 바뀌는 힘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때로는 그 반대의 힘도 느끼게 된다. 그 나름의 긴장감과 기사 압박으로 묘한 리듬이 만들어지는 것을 즐길 만 하면 편집 위원장의 임기는 끝이 난다. 그래서 콩나물 신문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새로울 수 있고, 실로 매 번 새롭다.

  콩나물 신문은 언제나 한 결 같이 “누구든 기사를 쓸 수 있어요. 누구든 오세요.” 라고 말한다. 누구나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콩나물 신문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 말 속에는 ‘의지만 있다면!’ 이라는 말이 숨어 있다.

 의지는 합리적인 힘이다. 우리는 이 합리적인 힘을 통해 사유한다는 의미에서 사물과 자기 자신에 대해 실행하는 행위 속에서 자신을 체험한다.

 쟈크 랑시에르는 그의 저서 <무지한 스승>에서 “지적 역량은 ‘사물들의 베일을 걷어내는 터무니없는 힘이 아닌, 한 화자를 다른 화자와 직면하게 하는 변역의 역량’이라는 의미에서 직접적인 정치적인 역량이기도 하다.” 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의지는 곧 지적 역량이자, 행위의 역량이며 직접적인 정치적 역량이기도 하다.

  그러니, 의지를 내어 콩나물 신문에 기사를 쓰고, 편집위원장을 해보시라.

 ‘삶터’이자 ‘앎터’를 가꾸고자 하는 아무나. 누구나. 주체로서 서로를 의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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