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단지를 매각하면 안되는 이유

  

   영상문화단지 매각이 어느새 눈앞에 닥친 일이 됐다. 지난 일 년 내내 중동특별계획1구역(이하 중동특구) 매각을 둘러싸고 대립했는데, 그 틈바구니에서 영상문화단지 매각도 착착 추진해 온 것이다. 규모로 치면 중동특구의 열 배도 넘는 땅인데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없었다. 그것이 이 땅을 팔아서는 안되는 첫 번째 이유다.

   중동특구 때는 여론에 밀려서였지만 형식적으로 여론수렴을 하는 척은 몇 번 했다. 아무도 찾지 않던 시홈페이지 토론방에 주제를 올렸는데 시민들이 열정적으로 찾아와서 토론방 개설 이후 최대의 호황을 보였다. 물론 압도적 반대로 귀결된 토론결과는 깨끗이 무시됐지만. 제대로 된 여론수렴을 하라고 압박에 못이겨 토론회라는 것을 열기도 했다. 딱 한 시간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자기들 설명만 30분 한 뒤 동원한 찬성 쪽 발언 중심으로 진행하는 해프닝을 보였다.

   이번에는 그런 것조차 안한다. 시와는 관계없이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최하여 토론회를 하기는 했다. 이 토론회에 참여한 100명의 시민들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소통하라(23.7%)거나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하라(18.4%)는 의견을 내놨다. 나머지 의견도 대부분 영세유통상인들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하라거나 녹지를 보존하라는 등의 이야기다. 이 결과는 하나도 반영하지 않으면서 토론회 개최실적으로는 집계하고 있다.

   형식적인 절차가 없더라도 이의의 여지가 없이 공감대가 형성된 일이라면 굳이 토를 달 일이 없다. 그러나 이 일은 제목조차 모르는 시민이 대부분이고, 아는 사람들은 걱정하는 일이다. 이 부지와 인접한 시민들은 엄청난 교통문제를 걱정한다. 중동IC부근은 현재도 교통상환이 최하인 F등급이다. 현재보다 1.5배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 교통량이 감당이 될 것인가?

   전통시장 상인들과 슈퍼마켓 등 골목상권 운영자들은 더 절박하다. 쇼핑몰과 창고형 할인매장 입점으로 생계가 위협받는다며 당장 계획을 철회하라고 대규모 궐기대회에 나섰다. 코스트코 입점계획에 분노해 있는 이들에게 기름을 들이부은 모양이다. 코스트코 입점은 반대한다던 부천시가 그보다 더 거대한 유통대기업을 끌어들이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한 곳에서 먹고, 놀고, 쇼핑할 수 있는 편리함이 골목상권을 다 죽이고, 나아가 지역경제를 마비시킬 괴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당장 이 지역과 관계없는 시민들조차도 짧은 구상으로 미래 자산을 팔아치우는 행정에 우려하고 있다. 한번 팔아서 건물을 지으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그야말로 ‘불가역적인’ 일이 되고 만다. 여럿이, 더 길게, 더 깊이 고민해도 늦지 않다. 땅에 발이 달려서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자연녹지, 유원지로 지정된 땅을 순식간에 준주거, 상업용지로 바꾸어 값을 올려 팔아치우고는 그 돈 쓸 궁리로 가득하다. 돈 없어서 공무원 월급도 못 줄 지경이라던 부천시가 한 순간 돈 잔치로 흥청인다.

   이 사업은 신세계라는 유통재벌이 사업계획을 내놓으면서 가능해졌다. 외국인투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외국인투자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외국인투자법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있는지 따질 겨를도 없다. 영상문화를 주축으로 개발한다면서 유통재벌을 앞세우고 대형쇼핑몰을 1차로 계획하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인가?

   이 땅을 지금 이 계획대로 매각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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