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들이 직권을 남용한 매우 질 나쁜 의정활동의 사례

  

 

 시의원들의 갑질, 15년 민관거버넌스 조직 존폐 위기

   지난 3월 9일 제 211회 부천시의회(임시회) 행정복지위원회에 상정된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희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김관수 의원 대표발의)’이 원안 가결되어 3월 15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속협)의 근간이 되는 운영비 조항의 삭제와 지속협 사업에 대한 협소한 명시 규정을 둔 것이다. 간략히 설명하면 운영비는 지원하지 않을테니 참여하는 위원들의 회비로 충당하고, 사업도 조례에 나열된 제한적 범위에 한해서만 활동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례 개정안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15년 이상 지속되어온 민관거버넌스 조직의 근간이 되는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해당 기관을 비롯하여 관련된 단체 및 시민들로부터 사전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시의원들의 행태에 당혹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입법예고가 부천시의회 홈페이지에 3월 3일 올라왔고, 당사자인 지속협은 개정안 소식을 조례안에 대한 의견수렴 마지막 날인 3월 7일 부천시로부터 연락받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행정복지위원회는 3월 9일 열렸으니 지속협은 손써볼 겨를도 없이 진행되었다.

   절차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조례안의 내용도 시의원들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조례 개정안에는 조례를 개정하게 된 제안이유가 나오는데 아래와 같이 되어있다.

제안이유

가. 조례에서 사용되는 용어 중 강제적 책무의 용어를 직무와 참여와 협력으로 개정하여 부천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을 자발적으로 지속가능발전 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함으로써 지방의제21의 실천하기 위함

나. 총회의 심의·의결사항을 명문화하는 총회의 기능 규정을 신설하고 보조금지원 사업을 명시하고자 함

   도대체 제안 이유를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일단 애써 해석해 보면 제안이유 가)의 내용은 지속협의 운영을 자발적이고 참여적, 협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조례의 용어를 “강제적 책무”에서 “직무와 참여와 협력”으로 개정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이런 해석이 맞는다면 고작 용어를 바꾸는 것이 조례의 개정 이유가 되는가? 또한 나)의 총회의 기능 규정을 신설하고, 보조금 사업을 명시하는 것이 제안 이유인가? 총회의 기능 규정을 신설하는 이유와 보조금 사업을 명시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15년간 유지되어온 민간거버넌스 조직의 근간을 규정하는 조례안을 만들면서 개정 이유도 제대로 밝히지 않는 행태를 보며 어떻게 90만 시민의 삶을 규율하는 조례가 이런 식으로 처리될 수 있는 지 황당하다.

 

   문제는 제안이유에는 밝히지 않고 있으면서 개정안 조문에서 지속협 운영의 핵심적 사안인 협의회 운영비 지원 규정을 삭제하고 지속협의 활동내용을 8개 사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상정된 개정안의 내용도 이해가 안 되지만 버젓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도대체 해당 상임위원들은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고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인가?

    작년 지속협 예산안에 대한 상임위 심의 때 2억 4천여만원의 예산을 1억원으로 삭감 의결하면서 운영비는 안주고 사업비로만 1억원을 책정하는 횡포를 자행하더니(이후 운영비 4천, 사업비 6천으로 결정됨), 이번에는 아예 운영비의 근거가 되는 조례 내용을 삭제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시의원들의 무소불위의 행태에 대해 갑질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적어도 합당한 개정안이 되기 위해서는 운영비를 삭제한 이유와 포괄적 사업을 8개로 한정한 이유를 명백히 밝히고, 이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지속협은 현재 전국 200여 지역에서 설치 운영되고 있는 조직으로, 상위법인 지속가능발전법에 설치 근거가 있는 민관협력단체이다. 15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동안 수많은 민간단체와 부천시의 가교역할을 하며 지역사회에서 의미있는 활동들을 전개하여 왔다. 이번 조례 개정안 처리는 진행과정과 내용에 있어 전혀 납득할 수 없으며, 시의원들이 직권을 남용한 매우 질 나쁜 의정활동의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번 조례안은 폐기되어야 하며, 만약 지속협의 개혁이 필요하다면 다시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합당한 개정이유를 가지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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