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과학고에서 지역학생 특례입학은 0%

   

▲ 작동 부천과학고 유치 예정지

   부천과학고 유치, 과연 합당한가?

    전국 과학고에서 지역학생 특례입학은 0%

 

   부천시 과학고 유치 현황

   부천시는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인재양성을 위해 과학고 유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예산 9백억 원을 들여 오정구 작동 군부대 예정지에 18학급, 3백60명 규모의 과학고 건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 학년에 120명이다.

   이에 경기도 교육청은 ‘부천시의 과학고 설립 타당성에 대해 전국 및 경기도 내 지역 간 균형적인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건립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부천시는 부천과학고에 부천출신 중학생이 정원의 30% 범위에서 입학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부천청소년과학관도 함께 유치하여 지역 아동·청소년들의 과학 체험과 현장교육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부천시는 과학고 유치 사전 준비단 위원을 위촉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사전준비단에는 이상택 부천교육지원청 경영지원국장, 부천과학교사연구회 전종희 교사 등 교육 분야 전문가와 학부모 대표 등 7명이 위원으로 구성되었다. 경기도의회 서진웅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김만수 시장은 “부천시에 과학고 유치와 함께 과학관을 건립하고, 올 6월 개장하는 도당천문공원, 부천종합운동장 역세권에 개발할 과학 및 R&D 클러스터와 연계해 관내 학생들이 순수한 과학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과학교육이 부천시 교육지원 분야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천과학고 유치는 이번 총선과 맞물려 2016년도 부천시의 현안사업으로 급부상했다.

   과학고 설립은 예산낭비의 전형

   문제의 첫 번째는 부천과학고 설립에 있어서 경기도 교육청은 한 푼도 예산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과학고 설립에 따른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순전히 부천시 예산으로만 과학고를 설립해야 한다는 전제조건 속에 건립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이 부천과학고 설립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부천시는 그나마 남아 있는 부천상동영상문화단지를 포함하여 시유지를 매각할 수밖에 없다. 현재 부천상동영상문화단지 매각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과연 이런 실정에서 부천시민의 혈세인 9백억원이 과학고 설립에 쓰여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2004년에 부천시는 외국어고 설립을 추진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설립비 440억 원 전부를 부천시가 부담하라고 요구하여 유치를 포기했다. 과학고의 특성상 설립비용을 제외하고도 연간 운영비도 일부 부담해야 하는데 부천시 재정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타 지역에서 들어올 학생들이 대부분인 과학고에 이런 예산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 옳은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과학고에 기숙사가 지어지면 타지역 학생만 오고 학부모는 오지 않기 때문에 세수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부천과학고 설립은 예산낭비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학고 유치를 찬성하는 쪽에선 “예전 비평준화시절에 비해 부천의 고등학교 학력 수준이 형편 없어졌기 때문에 과학고를 유치해 부천의 고등학교 학력수준을 높여야 한다. 부천에 특목고가 경기예고를 제외하곤 없어서 학력 우수 학생이 타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반대하는 쪽은 “전국 27개 과학고 (영재고 포함)에 지역쿼터를 준 사례가 없다”며 “만약에 부천만 지역 특례입학 할당을 준다면 외고처럼 지자체마다 유치경쟁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국과학고에서 지역안배 특례입학은 0%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은 부천 과학고에 부천시 출신 중학생이 정원의 30% 범위에서 입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달콤한 선전이다. 입학정원 120명 중에서 30%이면 36명이다. 이 36명이 과학고에 입학하려면 최소한 부천내 중학교에서 1등 내지는 그에 버금가는 성적이어야 한다.

  2015년에 부천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 9,615명 중에서 135명이 공, 사립 자율형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147명은 외고나 국제고에 진학했다. 정작 과학고(영재고 포함)에 진학한 학생은 17명뿐이었다. 이 중 경기도에 속한 경기북과학고에 진학한 학생은 단 6명이었다.

  영재고는 전국에서 모집하니까 경기도를 벗어나 타시도로 갈 수 있다. 영재고와 과학고가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영재고를 목표로 공부한 학생이 과학고에 가지는 않는다.

   경기북과학고의 경우 정원 100명 중에서 일반전형이 80명, 사회통합 대상자 20명이다. 정원외에 교육지원대상자 3명 이내, 특례입학대상자 2명 이내이다. 그래서 정원외까지 합쳐 105명이다. 사회통합대상자가 정원의 20%를 차지한다.

  만약 부천과학고에 부천지역 학생의 특례입학이 성사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부천지역 출신 36명, 사회통합대상자가 24명이나 된다. 이 둘을 합치면 60명이나 된다. 전체 정원의 50%를 차지해서 과학고의 학력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회통합대상자를 없애고 그 자리를 부천지역 출신으로 메운다면 경기도내 학부모들로부터 극심한 항의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전국에 있는 과학고의 2016년도 모집현황을 살펴본 결과, 서울 세종과학고외 1개교(300명), 인천 인천과학고 외 1개교(170명), 경기 경기북과학고 1개교(100명), 대구·경북 경북과학고 외 1개교(160명), 부산·울산·경남 부산과학고 외 4개교(500명), 대전·충남 충남과학고 외 1개교(155명), 전남 전남과학고 1개교(80명), 전북 전북과학고 1개교(60명), 강원 강원과학고 1개교(60명), 충북 충북과학고 1개교(60명), 제주 제주과학고 1개교 (40명)이다.

  이들 과학고들은 사회통합대상자로 20%를 배려했지만 지역을 안배해서 입학시킨 경우는 0%였다.

  그러기에 ‘부천과학고 지역 특례입학 30%’는 잘못된 선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부천시에만 특혜를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기북과학고에 3명, 부천과학고에 3명이 될 수도 있다.

   부천시는 ‘정명고 등 몇몇 학교의 과학고 전환을 위해 시도했지만, 그린벨트 등 여타의 문제로 번번이 과고유치가 허사로 돌아갔다. 이번에 유치추진 중인 부천 과고의 이제 남은 일정은 경기도교육청의 정식인가와 교과부의 동의와 승인을 받는 일’이라면서 과학고 유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에 외고, 과학고, 국제고 등 특목고가 수원에 4개, 성남에 2개, 고양시에 3개, 안양시에 2개교 등이 설립되어 있지만 우리 시에는 예술계 특목고인 경기예고만 있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정서가 있다”며 과학고 유치에 대한 논리의 근거로 이용하고 있다.

   총선에 임하면서 과학고 유치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도 뜨겁다. 그동안 새정치연합 쪽에선 과학고나 특목고 유치 반대가 대세였지만 지금은 더민주당 쪽에서도 적극적 유치로 돌아섰다. 새누리당 쪽에서도 찬성이 더 많다.

  하지만 이는 단순하게 과학고 유치가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과학고 설립, 운영 예산을 전액 지원한다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2014년도까지 특목고 설립에 아주 부정적이었다. 2011년 7월에는 ‘지역 내 인재를 최대 30%만 뽑을 수 있는 상황에서 특목고 운영을 위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예산투입보다는 차라리 그 예산으로 각급 학교의 학력향상에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2013년 6월에는 “특목고 유치를 주문하는 부천시민들이 많은데, 이것이 곧 교육환경 개선의 방법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강화하는 등 기회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이 부천시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러던 것이 이렇게 일거에 과학고 유치로 방향을 선회했다.

   부천시장이 과학고 유치를 위해 선전하고 있는 ‘부천지역 학생의 특례입학 30%’가 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엄청난 예산을 들여 과학고를 설립해놓고 타지역 학생들을 위해서만 좋은 일을 하는 꼴이 된다. 또한 과학고 근처에 과학 관련 시설들을 함께 설립한다는 명분이 과연 합당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거기에다 경기북과학고에 6명이 입학했다고 해서 부천과학고에 6명이 입학한다는 보장도 없다. 부천과학고까지 합치면 12명인데, 그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경기북과학고에 3명, 부천과학고에 3명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부천과학고가 설립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부천지역 학생들은 외고, 국제고 등을 찾아 타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 부천내에 외고, 국제고를 유치하지 않는 이상 그렇다는 것이다.

                                                                              글 | 콩나물신문 특별취재팀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