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서자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지더니 거리에 벚꽃, 목련, 산수유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이 피니 마음이 설레인다. 일상에서 탈출하여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마음 편히 어디론가 놀러가고 싶다... 다른 차원이지만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다. 요즘 거리 곳곳에 후보자들 현수막과 선거사무원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선거가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유는 아마도 변화에 대한 갈망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뭔가 바뀔거야 그리고 변화가 생길거야. 근거 없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선거를 맞이한다. 그러나 해마다 봄이면 어디론가 떠나고자 하는 기대가 여러 이유로 실현되지 못한 것과 같이 정치 변화에 대한 기대도 결국 실망으로 남았다. 그래도 때가 되면 설레인다.

문제는 정치야 

요즘 플레임 전쟁이 한창이다. 여당은 “경제개혁의 발목을 잡는 야당 심판”을 더불어민주당은 “8년 경제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국민의당은 “양당 독점체제를 허무는 정치변화”를 내세우고 있다. 개인적으로 선거를 통해 변화되었으면 하는 것도 주류 프레임과 같이 경제와 정치이다.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는 영세업체에서 근무하는 입장에서 안정적인 매출과 생계의 보장은 무엇보다 절실하다. 업체 스스로의 자구적인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자원배분과 제도변화의 힘을 갖고 있는 정치의 변화를 통해 영세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자원배분과 제도변화의 힘을 통해 우리 삶의 틀을 규정하는 정치는 매우 중요하다. 아니 절대적이다. 정치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다. 지역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와 영세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 특고압선이 우리 집 인근으로 매설되는 것을 막는 것, 지옥 같은 입시경쟁 교육에서 우리 아이들을 벗어나게 하는 것 등을 개인이 해결하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이렇게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이지만 개인들이 합법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선거를 통하는 정도이다. 그나마 대리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마저도 대리인을 뽑는 선거제도가 소선거구제 중심으로 되어 있어, 다수득표자에게 투표하지 않을 경우 나를 대표하는 대리인을 국회에 보낼 수 없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 국민이 주인이며 국민의 뜻이 정확히 정치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현 선거제도는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국민들의 뜻을 보다 정확히 대변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어떻게 투표할 것인가?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은 향후에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문제는 얼마 남지 않은 선거에서 어떻게 투표할 것인가이다. 철저한 계급(계층)투표, 인물투표,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투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자가 부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반대로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투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어렵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한다. 이래서야 선거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지역 경제 활성화란 명분을 내세워 대형 쇼핑몰이 들어오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있다면 적어도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상인들은 반대하는 정책을 주장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투표해야 한다.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은 수입개방을 반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투표해야 한다. 노동자를 해고하기 쉽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최저임금을 낮추려고 하는 정치인과 정당에 대해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투표에 적극 참여하여 반대의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 국가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이익만 생각한다고 비난 받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국가 권력은 사회적 약자보다는 가진 자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왔다. 가진 자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을 정상적인 경기가 가능할 수 있도록 되돌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 어떤 정치인, 정당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정당은 그나마 언론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한데 정치인은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정당의 선택과 국회의원의 선택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에 대한 변별력이 없으니 각 정당에서는 전략공천이니 뭐니 해서 권력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자신 있게 내리 꽂고, 국회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국민보다는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래서는 정치가 나아질 수 없다. 국회의원의 선택은 당보다는 인물중심이어야 한다. 당에서 잘못 공천하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국회의원이 소신 있게 정치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비슷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공약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이력은 인터넷 등을 통해 검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과는 다르게 국회의원은 지역구민을 대표하여 중앙에서 국가차원의 자원배분과 제도개선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많은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지역개발 공약 중심인 경우가 많다. 중앙의 자원을 지역으로 끌어 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힘 있는 정당 소속을 뽑아 달라거나 자신이 실세권력과 가까우니 뽑아달라고 한다. 지역의 대표로서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국회의원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일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의 공약은 국가의 주요 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어야 한다. 중앙당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특정 권력자와의 친분을 내세우거나 지나치게 지역개발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계급(계층)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중심의 선택 이외에 새로운 정치세력에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치세력은 기성 정치를 통해서는 반영되기 힘든 정책과 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보수화된 정치에 균열을 내고 다양한 의견들이 정치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소수라도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세력 몇 명이 국회에 들어간다고 해서 정치가 금방 바꿔질 수는 없다.

하지만 수만 명이 어렵게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을 국회의원의 권한을 활용하면 쉽게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선택이 사표(死票)가 되는 현행 선거제도는 빠른 시일 내에 바꿔야겠지만 정당투표(비례대표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방지될 수 있다.

 보다 나은 미래는 정치에 있다

삶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심화되는 경쟁, 빈부격차 심화, 만성화된 청년실업, 비정규직문제, 환경오염, 전쟁위험, 먹거리오염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너무도 많다. 헬조선이란 말을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보통 명사화 되고 있다. 암울한 현실을 타계할 수 있는 그나마 있는 방편은 선거를 통한 투표 혁명이다. 정치를 통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 보다 나은 미래는 정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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