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이 천을 콕! 찌를 때퀼트쟁이 김선희 조합원

  퀼트는 사랑!

퀄트쟁이 김선희 조합원을 만났다.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있는 김조합원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연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퀼트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누었다.

“퀼트는 유럽에서 들어왔지만 우리나라의 조각보와 비슷합니다. 십자군 전쟁 때 이불이나 옷의 낡은 부분을 덧대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어려운 시절에 아버지옷을 가지고 아이옷으로 만들고 헤어진 부분은 덧대어 사용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와같이 퀼트와 조각보의 바느질기법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오래 입어 낡은 아빠의 와이셔츠나 엄마의 원피스 등의 좋은 면을 살려 테디베어나 가방 또는 인형 등을 만들 수 있다. 와이셔츠가 가방으로 일대 변신을 시작하는 것이다. 엄마의 원피스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인형옷으로 입혀진다. 퀼트는 작은 조각들을 이용하여 하나의 형태를 만든다. 현대에서는 가방이나 인형 이불 등의 생활용품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저는 퀼트를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를 포함하여 수강생들은 만든 작품을 ‘누구에게 줄까? 누구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만듭니다. 타인을 생각한다는 것, 그것이 사랑 아닐까요?”

현대는 대량생산 할 수 있는 미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퀼트에서도 머쉰이라고 하는 미싱기법이 있다. 하지만 김선희 조합원은 손바느질을 좋아한다. 한땀 한땀 할 수 있는 바느질은 누구나 바늘과 실만 있다면 어디서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땀 한땀이라는 그 의미에 숭고한 사랑이 스며있다.

“인형만 해도 박음질을 이용해 몸을 바느질하고, 뒤집어 솜 넣고 옷을 만들어주고, 엄마가 손뜨개하고 남은 실을 이용해 인형 머리카락을 만들어 줍니다. 이게 정성이 없으면 엉망진창인 작품이 나오지요.”

기존에 퀼트는 수입원단을 사용하지만 김선희 조합원은 전문가를 꿈꾸는 분들에게만 형편대로 퀼트 원단 뿐만아니라 가지고 있는 원단을 우선으로 사용하라고 하고 있다. 굳이 비싼 수입원단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신이 하고 싶은 최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려주려고 연구한다.

 

진달래를 보면 창작 욕구가 샘처럼 솟구쳐

“저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것을 너무 감사드립니다. 우선 사계절이 있잖아요. 퀼트 원단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는 컬러를 많이 쓰고 있구요.

우리 부천시는 꽃축제가 많은데, 저도 꽃에 관심이 많아서 실이나 원단으로 표현할 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완성되거든요. 여러 번 시도를 해서 예쁘고 멋지게 만들어진 작품만 선보인답니다. 저는 길을 걷다가도 보도블럭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퀼트 패턴으로 보이거든요.”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사물들을 보며 방법 탐색을 이용하여 퀼트 원단뿐 아니라 스티치와 자연물을 활용해 보기도 한다. 늘 새로움을 창조해 보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자연적인 것을 많이 추구하고 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원단으로 색감을 표현하기 힘들다면 제일 먼저 자연을 생각하라고 하고 있어요. 땅과 식물 하늘을 생각하다 보면 색감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거든요. 나만 예쁜 게 아니라 가방을 들더라도 ‘특이하고 멋지다’라는 말을 들으면 좋지 않을까요? 한땀 한땀 바느질한 작품이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면... 멀미(원미산) 진달래 동산에 진달래가 활짝 피었어요. 그 진달래의 아름다움도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진달래를 보면 창작욕구가 샘물처럼 솟구쳐요.”

 

꿈보와 쏭캐릭터 인형으로 제작

부천은 복사골로 유명하다. 김선희 조합원은 진달래와 복사꽃을 보면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여성회관, 학교, 기관 수업들을 하니까 부천시 전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천에 살고 있는 동안은 지역의 특성에 맞게 퀼트나 손뜨개를 이용하여 꽃을 표현해 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부천의 프로모션인 꿈보와 쏭캐릭터를 인형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생활용품으로 개발하여 많이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꿈보처럼 꿈을 안고 많은 사람들에게 퀼트의 꿈을 알려주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김선희 블러그에 닉네임은 퀼트쟁이다. 퀼트도 좋아하지만 ̒쟁이̓라는 의미를 정말 좋아한다. 어느 분야이든 한 우물만 파는 쟁이들처럼 수강생들이 퀼트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하루에 3~4시간만 잔다. 누워 있을 때 불빛에 비치는 문양이나 형광등도 ‘퀼트로 표현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퀼트가 인생의 전부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바느질 한 것은 꽤 오래 되었어요. 미술을 전공했지만 엄마가 의상실을 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원단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으니까요. 손뜨개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처음 배웠어요.

미술학원 하면서 아이들 생일선물로 인형을 만들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제 일이 되었네요. 디자인을 계속해야 되는 점에서 제가 응용미술을 전공한 것이 퀼트 작품을 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김선희 조합원은 퀼트가 서양적이긴 하지만 동양적인 문양과도 많이 접목하고 있다. 그래서 문양만 나오면 눈을 번뜩인다. 퀼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문양이기 때문이다.

“퀼트 기법 중에 모라기법을 활용해서 도깨비 문양으로 제작해주고 있습니다. 제자들이나 퀼트 하시는 분이 공방을 오픈했을 때 벽걸이를 걸어 놓으면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좋은 기운만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선희 조합원은 모란문양을 좋아한다. 부귀영화를 뜻하기도 하지만 색감이 여성적이어서 좋아하고 있다. 모란 다음에는 연꽃을 좋아한다. 퀼트기법 중에 스테인드글라스로 아플리케를 이용하면 아름다운 작품이 나올 거 같아서다. 우리나라의 천연 염색으로도 가능하다. 궁이나 절에 가면 볼 수 있는 문창살 무늬도 좋아한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하나하나 의미 있게 본다. 그게 퀼트의 문양으로 재탄생되어지기에 사진으로 찍기도 한다.

 

부엉이 사랑에 푹 빠져

“지금은 부엉이를 너무 좋아해서 파우치, 가방, 키홀더, 쿠션 등을 많이 제작하고 있어요. 부엉이의 곳간은 항상 가득 차 있다고 할 정도로 부지런하고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인 부엉이는 부와 지혜 건강을 상징하고 있어요. 저는 모든 작품에 이야기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 한답니다.

저도 부엉이처럼 살고 싶어요. 부엉이도 밤에 활동하지만 저도 밤에 많이 바느질하니까요. 일본에서는 이사하는 집에 부엉이를 선물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도깨비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그 밖에 개구리 인형도 만들고 있어요. 개구리를 보면 저는 청소년과 아이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세 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이 여러 동화에 나오는 개구리들처럼 너무 늦게 철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1월에 부천 판타지아 극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개구리왕자’를 공연할 때 인형 전시를 해주기도 했답니다. 인형을 만들면서 너무 행복했고 아이들도 개구리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엉이와 개구리는 새롭게 계속 만들어 보겠습니다.”

김선희 조합원은 1997년 서울에서 부천으로 이사와 1999년 고강동에서 ‘바늘이 천을 콕! 찌를 때’라는 퀼트공방을 오픈했다. 지금은 ‘바늘 콕!’이라고 더 알려져 있다. 퀼트, 인형, 손뜨개 등 모두 바늘을 이용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상호이다.

“부천은 도시적이면서도 원미산과 춘덕산, 도당산들이 있어서 저는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월동 농업공원 옆에 위치한 중요무형 문화재 전수관 1층으로 공예관이 이전하였어요. 일요일 및 공휴일에도 오픈 되구요.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김선희 조합원은 많은 부천시민들이 ‘바늘 콕!’ 공방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유튜브에 ‘부천 퀼트쟁이 김선희 - 바늘이 천을콕 찌를 때’라는 제목으로 동영상도 올라와 있다.

 * 바늘이 천을 콕! 찌를 때 *

상담 전화 : 010-6290-0836 김선희

 


콩나물신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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