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마다 이야기가 가득한 온실

멀미 뱀골에 들어서자마자 코가 뻥 뚫리는

야생화마다 이야기가 가득한 온실

--도시애원두막 대표 김희정 대표

 

◆ 도시愛원두막 온실에 야생화가 가득

멀미(원미산)의 벌응절리 쪽 조그만 골짜기인 뱀골에 온실이 있다. 아기자기한 야생화 화분들이며 고만고만한 야생화 꽃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꽃들이 아주 작아 눈에 현미경을 달고 보아야 보일 정도이다. 이게 진짜 야생화이다. 화려한 야생화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들판에서 마주쳤던 그 야생화들을 정성스럽게 길러내고 있다.

도시애원두막. ‘사랑 애(愛)’가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애원두막 김희정 대표는 원예치료 수업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도시인들이 농촌을 지향하지만 선뜻 농촌으로 귀농을 하지 못하지요. 시골을 생각하면서 ‘도시농사를 재미있게 짓자’는 취지에서 도시애원두막이라는 이름을 짓고 동우회 활동을 했습니다.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참외나 수박을 시원한 원두막에서 먹던 그 추억을 떠올리며 농사를 사랑해 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뱀골에 들어선 순간부터 힐링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도시생활에 막혀 있던 코부터 뻥 뚫리고 함께 있으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 야생화에 취미를 붙였지요. 그 다음 분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도시농업을 개척했지요. 그렇게 원예라는 것을 다 경험한 셈입니다. 꽂꽂이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꽃차까지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종합적인 원예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종합적이라는 말에 농민들의 생활이 함축되어 있다. 다른 점은 먹거리만을 위해서 농사를 짓지 않고 도시인들의 ‘힐링’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까’에 방점이 찍혀 있다.

 

◆ 야생화는 동양화처럼 여백의 미를 담아

“여기 뱀골의 북쪽은 원미산으로 넘어가는 산길입니다. 참 밤나무가 많지요. 가을에 일찍 일어나 떨어진 밤을 주으면 순식간에 손으로 서너개는 됩니다. 그게 힐링이지요.”

다시 야생활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 졌다. 어느 시골길을 가다가 눈이 딱 마주친 발밑에 조그마한 들꽃이 바로 야생화라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 있는 것, 목적 없이 자란 여백의 미(美)를 갖춘 것이 바로 우리네 야생화라는 것이다. 서양화는 빽빽하고 복잡하게 그리지만 동양화에서는 여백의 미가 강조되듯이 틀에 잡혀 있지 않고 자유분망(自由奔忙)하게 키우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조금은 어수선하고 질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야생화를 분재에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조금 비뚤어지면 어때’ 하는 식으로 그대로 두는 것이 자연스런 멋이라는 얘기다.

“우리네 나무들을 기를 때 어떤 모양을 갖추지 않고 자유롭게 기릅니다. 나무가 갖고 있는 고유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거지요. 그래서 그 모습을 가지고 어떤 화분으로 깔맞춤 할까 고민합니다. 사람들의 저의 온실에 찾아오면 처음에는 다들 ‘꽃이 별로 없네’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꽃이 가득하지요. 그래서 저희 온실을 자주 찾는 분들은 야생화 매니아들입니다. 작은 꽃도 알아봐주는 분들이지요. 한마디로 자그마한 꽃들이 어우러진 정원이지요.”

 

◆ 야생화 화분마다 사연이 듬뿍...

온실에서 오래 자란 초화류가 목질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오래 정들인 꽃들이다. 화분마다 이야기가 있고, 사연이 있다. 하나 둘씩 사서 모아 정성을 들여 키운 것들이라 가족처럼 정이 듬뿍 간다.

“저는 항상 화분 2개를 삽니다. 짝으로 사는 이유는 혹시 기르다가 하나가 죽어도 나머지 하나는 키워나가고 번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꽃을 배울 때 이 화원, 저 화원을 많이 다녔지요. 그러면서 화려한 꽃들을 사 모았지요. 그때는 야생화가 뭔지 모를 때의 일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요. 도자기 화분을 구워서 첫 작품으로 블루베리를 심었습니다. 한 십년 넘었는데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그때에는 제가 돈을 벌지 않아서 신랑이 주는 생활비를 아껴가며 사 모은 것들이라 정말 애정이 갑니다. 물론 판매도 하지만 저는 가격을 매길 수가 없어서 머뭇거립니다. 다 사연이 진하게 있기 때문이지요.”

김대표는 처음 야생화를 함께 배우던 동우회 회원들을 지금도 만난다고 했다. 요즘에는 야생화를 가지고 원예치료 수업을 진행하느라 눈코 뜰새가 없단다. 요양원, 유치원, 복지재단, 복지관 등 안 가는 곳이 없다.

“서울 염창동에 있는 복지관을 찾아가 원예치료를 하고 왔습니다. 다들 중증 치매 환자분들지요. 그분들에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 화분 서너개를 들고 갑니다. 그리고 그 화분에 얽힌 이야기며 인생을 이야기 합니다. 함께 야생화 모종을 심는 일도 합니다. 그 모종이 얼마나 잘 자라나 지켜보고 정성을 다하는 것도 치료의 한 과정입니다.”

 

◆ 아이들 두뇌발달에 최고인데...

김대표는 요즘 아이들은 흙을 만지지 않고 자란다고 했다. 흙을 만지면 마음이 열리는데, 아이들이 흙을 만질 시간이 없다고 개탄했다. 흙이 주는 촉감도 좋고 두뇌발달에도 최고인데, 그렇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여기 뱀골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태수업을 합니다. 조그만 산이지만 계곡이 있고, 약수터가 있습니다. 잣나무숲이 있구요. 소나무 숲도 있습니다. 그 산으로 가서 숲놀이를 하지요. 그러면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합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자연친화적으로 길러야 심성도 좋아집니다.”

김대표는 온실 바깥 텃밭은 힐링텃밭을 가꾸는 동우회 회원들에게 빌려주었다고 했다. 6년 전에 우연히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만난 분들인데 친한 가족이 되었다고 했다. 힐링텃밭 회원들은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오거나 친구들과 함께 와서 원두막에서 텃밭도 가꾸고 미뤄 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고 했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먹고 마시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그것이야말로 힐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텃밭은 비닐멀칭을 전혀 하지 않고 자연순환농법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농약이나 비료, 효소조차 전혀 쓰지 않고 있습니다. 비료를 주면 식물들이 뿌리를 잘 내리지 않아 튼튼하게 자라지 않습니다. 벌레나 병들도 식물 스스로 퇴치를 하지요. 농약을 주면 식물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게을러집니다. 그러다보니 농약이나 비료를 반복해서 뿌리게 되는 거지요. 산에서 나는 퇴비를 쓰고, 음식물 찌꺼기를 묻어두었다가 거름으로 씁니다. 가을에 수확하면 두툼한 맛, 달고 짭쪼름한 맛들이 우러납니다. 이게 자연의 맛이지요.”

김대표는 온실에 민달팽이가 극성을 부려도 목초액이나 감식초를 뿌려서 퇴치하지 농약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목초액은 참나무를 태워서 만듭니다. 바비큐 냄새가 난다고 해서 다들 좋아합니다. 무좀치료에도 좋고 그냥 먹기도 합니다. 감으로 만든 감식초도 마찬가지요. 몸에 좋고 그냥 먹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미생물 발효액인 EM을 씁니다.”

 

◆ 동강할미꽃 사랑

김대표는 봄이 되니 야생화 향기가 온실을 가득 채운다고 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꽃으로 할미꽃을 추천했다.

“할미꽃을 한바가지 심었습니다. 동강할미꽃입니다. 우리 온실에선 늦게 핍니다. 지금은 꽃은 지고 하얀 솜털이 남아 있습니다. 손님들이 보라고 온실 바깥에 놓아두었습니다. 옛날에는 무덤이나 산에 가면 할미꽃이 지천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다들 캐다가 분재로 만든 탓이지요. 야생화 인기가 많아 다 캐 간 것입니다. 강릉요강꽃 같은 것은 비싼 값에 팔리지요.”

김대표는 온실 문 옆에 피어 있는 미스킴 라일락이 뿜어대는 향기가 좋다고 했다. 그래서 온실 바깥에 몇 그루 심었다고 했다. 미스킴 라일락은 미국인이 우리나라 정향나무 씨앗을 가져다가 개량한 것이라고 했다. 온실에서 서류에 타자를 치던 미스킴인지 아니면 찻집 아가씨의 성이 미스킴인지 많이 알려진 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토종 씨앗을 가져다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대표적인 라일락이라고 덧붙였다.

 

◆ 콩시루 가득 콩나물을 키우는 정신

김대표는 협동조합도 만들었다고 했다. 두레환경협동조합. 도자기 공방을 가지고 있는 분, 미술을 하는 분들이 참여해서 친환경적인 모임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콩나물을 특히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몇년 전에 오정노인복지과에서 콩나물심기를 했습니다. 평생학습 축제에도 콩나물을 들고 나갔지요. 메주콩, 서리태 콩도 좋지만 오리알태콩으로 콩나물을 심습니다. 아주 작은 토종 콩입니다. 이 오리알태콩을 콩시루에 담고 물을 주면 참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처음에는 키가 작은 놈도 있고, 빨리 성장하는 놈도 있지만 나중에 보면 거의 같은 키로 자랍니다. 콩시루를 빽빽하게 채우지요. 다 비슷비슷한 콩나물이 되는 겁니다. 이게 콩나물신문의 정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대표와의 인터뷰를 끝내고 온실을 한 바퀴 돌았다. 인터뷰하기 전에 두 바퀴 돌았지만 김대표의 이야기가 마음 가득해서인지 더 많은 야생화들이 눈에 띄었다. 다 배움의 깊이에 따라 눈에 보이는 것도 풍부해지는 모양이었다.

  ♥도시愛원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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