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설립은 교육부, 경기도 교육청이 고민해야할 사안

과학고 유치에 따른 좌담회

과학고 설립은 교육부, 경기도 교육청이 고민해야할 사안

왜, 아무런 권한도 없는 부천시장이 나서는가!

▲ 부천 과학고 유치를 설명하고 있는 김만수 시장

 

지난 4월 26일, 콩나물신문사에서 부천 과학고 유치와 관련해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 참석자는 오산(콩나물신문 발행인), 윤병국(시의원), 김인규(전오정구청장), 장경화(부천교육연대 사무국장), 엄영미(학부모), 강순옥(학부모), 한도훈(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이다. -편집자 주

◆ 과학고추진위원회 만들면서

학부모들에겐 설명 한마디 없어

한도훈 :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부천과학고 설립 현황을 설명하겠다. 부천 과학고(가칭) 부지는 부천시 오정구 작동 1번지 등 13필지로 면적 61,370(18,600평)㎡이고, 이 토지매입비로 200억원이 책정되어 있다.

학급규모는 24학급에 480명 정원, 교사동, 실험실습동, 기숙사동, 운동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요예산은 건축비 600억원, 기자재 등 100억원으로 총 900억원이다. 개교 희망연도는 2020년으로 잡혀 있다.

2015년도 부천시 중학생 외부진학 현황을 보면 졸업생 총 7,779명 중에서 부천관내 일반고에 7,592명, 타시도 일반고에 187명이다. 자율형 공립고 65명, 자율형사립고 70명, 마이스터고 22명, 예고체고 51명, 외고, 국제고 147명, 과학고 17명 등이다. 먼저 과학고 유치에 대한 찬반 의견부터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김인규 :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없다. 나라 미래를 위해서는 과학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주개발시대를 이야기하는 이 시대에 과학인재는 정말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런 문제들을 심도깊게 고민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과학고가 순수하게 과학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라면 원론적으로 부천 과학고 유치를 찬성한다. 이 원론적인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부천시만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정치인들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끌고 가는 것이라면 반대한다.

장경화 : 부천의 고교 평준화를 추진한 주체로서 반대한다. 그때도 고교 평준화를 하면 학생들 성적이 하향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준화를 실시했다. 그리고 부천을 떠나 외부로 나가 공부하는 학생들은 다시 부천으로 돌아온다. 예전에는 베드타운이었지만 지금은 정주인구가 많아져서 부천이 고향이 되었다.

그러기에 부천이 ‘교육하기 좋은 도시’로 발전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집 옆에 있는 학교가 ‘명문학교’이다. 과학고가 명문학교가 아니다.

부천시 중고등학교의 교육 환경들이 같아져야 한다. 누가 성적을 더 많이 내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학교간 격차가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교육의 열기가 뜨거워 질 것이다.

오산 : 기본적으로 학교를 세운다는 그 자체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과학고를 세우더라도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학교를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엄영미 : 과학고 추진위원회를 만들면서 학부모들에겐 한마디 말도 없었다. 지난 4월 달에 부천교육청에서 학부모 모임을 했는데, 과학고 유치가 확정이 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랬다. 경기도 교육감이 승인을 했다고 말했다. 900억 원의 예산도 확보가 되어서 ‘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인허가 문제가 남아 있고, 아이들 의견수렴, 학부모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하나도 거치지 않아서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기도 교육감이 기존의 과학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했으니...의문점이 많다.

강순옥 : 학부모 간담회 때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무리하게 진행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 부천내 중학교 현황

◆ 그린벨트에 과학고 설립은 가능치 않아

김인규 : 부천시가 과학고를 유치하겠다고 하는 부지는 8253 군부대이다. 인터넷에도 다 나와 있다. 동원예비군 훈련장이다. 연대급 병력이 주둔해 있는데 아마도 폐쇄를 추진하는 것 같다. 과학고 유치를 위해 그 부지를 매입하고 건설비까지 포함해서 9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이냐? 과학고가 위치할 신작동에 사는 분들은 땅값 오른다고 좋아 할 것이다. 그런데 부천시가 제시하고 있는 재원마련 방안이 부천상동영상문화단지를 팔아서 한다면 정말 황당하다.

윤병국 : 부천 과학고 유치를 판단할 때 냉정하게 해야 한다. 이미 과학고를 비롯한 특목고에 대한 평가가 나온 상태이다. 외고 같은 경우 오로지 좋은 대학을 목표로 하는 입시교육을 한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과학고도 전국에 있는 의예과에 입학하기 위해 입시 교육을 한다는 것이 공공연하다. 그러기에 과학고나 특목고 정책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그런 실패한 정책을 가져다가 부천에 과학고를 설립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건 ‘우리 동네는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정책 속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미 과학고 설립은 교육부하고 협의를 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경기도 교육감의 의지만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부천시가 학력신장을 위해 과학고를 설립한다는 것이 얼마나 엉뚱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김인규 : 부천시에서 2016년도 교육지원비로 180억원을 책정했다. 사실 이건 안 줘도 그만이다. 각 학교에 교육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이 돈은 나무도 심고, 학교 소프트웨어도 개발하라고 주는 돈이다. 하지만 과학고 설립은 지방재정법, 공유재산관리법 위반 사항이다.

부천시장은 과학고를 설립한다는 자체에 권한이 없다. 단지 선언을 한 것이다. 그 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해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 부천과학고 사전준비단 위촉장 전달식

현재 과학고를 설립하겠다는 부지는 자연녹지지역(일부 개발제한구역 포함)이다. 그린벨트에 특목고 설립은 안 된다. 부천시가 부천시 자녀들을 위해 체육공원이나 일반학교를 짓는다면 그건 가능하다. 만약에 과학고를 이곳에 설립한다면 정치권에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래서 구여월정수장에 설립하려다가 그린벨트 지역이어서 설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사단이 난 것이다.

윤병국 : 그건 행정의지에 따라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린벨트에 특목고 설립이 ‘안 된다, 된다’ 이런 것을 법적으로 따지려고 토론을 하는 것인 아니다. 그런 것들을 돌파하겠다는 부천시장이 의지를 보여주고 이를 학부모들에게 호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만이 있을 뿐이다.

엄영미 : 영재고나 과학고, 외고가 점점 사라지는 시대이다. 영재고의 학생들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미래에 사라지는 직업군에서 1위가 교사이다. 그만큼 외고가 무너지고 영재고, 과학고가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학부모마다 자녀의 영재성을 찾는다고 난리가 났지만 지금은 흐지부지 되었다. 일반학교에서 과학중점학교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굳이 과학고를 세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장경화 : 만약에 900억원을 들여 부천에 과학고를 설립했다고 치자. 그리고 학생들이 30% 특례입학을 했다고 치자. 그 학생들은 타지역 학생들의 내신성적 향상을 위해 아래서 깔아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 과학고 설립은 교육부가 고민해야할 사안

한도훈 : 과학고에 대한 많은 토론을 했다. 원론적으로 과학고는 찬성하지만 부천시 예산으로 설립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견이 있고, 원천적으로 과학고 설립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어쨌거나 과학고 설립 추진은 교육부나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진해야할 사안임이 분명해 보인다. 경기도교육감이 과학고의 일반고 전환을 선언했으니 그게 부천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교육적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토론을 했으면 한다.

김인규 : 과학고 대안으로 이렇게 했으면 한다. 2018년에 교육감 선거가 있다. 이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들에게 부천을 포함한 경기도 서부지역에 과학고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게 하면 된다. 내년 대선 때에도 정말 과학고가 부천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면 대통령 지역 공약에 넣으면 된다. 지역공약 3-4 가지는 추천하는 게 관례이다. 이렇게 경기도나 국가차원에서 과학고를 설립해야지, 부천시 차원에서 과학고 설립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장경화 : 경기도에서 예산을 가장 많이 투자하는 학교는 수원하이텍고등학교이다. 이 학교는 대학교 입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이 학교 졸업생들을 한 20년 정도 추적해서 정말 대학교를 가지 않고도 성공을 할 수 있는지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부천에도 부천공고가 예산을 제일 많이 쓴다. 하지만 시설투자에만 눈을 돌리고 있어서 소프트웨어에는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교육프로그램을 정밀하게 짜는 소프트웨어에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오산 : 둘째 아이가 특성화고에 다니고 있다. 학교에 대한 평가도 우수한 편이다. 이제 ‘묻지마식 대학입학’은 한풀 꺾여가는 추세이다. 경제도 그렇고 학력인플레이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본인의 적성이나 관심 사항에 맞게 진학을 시켜야 한다.

엄영미 : 과학고 설립은 교육부에서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우리가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사안들을 학부모들이 잘 알아야 한다. 부천시장이 먼저 터뜨려놓고 보자는 식이다. 너무 정치적이다.

강순옥 : 학부모들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 정말 과학고를 포함해서 부천의 교육 현안에 대해 세밀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서 토론도 하고, 설문조사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다음 다수가 찬성하는 부천시 교육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옳은 순서이다.

윤병국 : 과학고 설립 자체를 반대하기에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김인규 : 국가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부천시 예산은 최소한으로 적게 들어가야 옳다. 과학고 설립은 부천시 교육을 살리는 우선순위에 들지도 못한다. 현재의 방식은 절대 아니다.

콩나물신문 편집부

▲ 콩나물신문 제49호 2면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